삼성전자 사고 처리 논란, 적법했나 들여다보니

소방기본법의 처벌은 솜방망이, 산업안전보건법 신고 의무 규정도 애매

등록 2018.09.05 15:35수정 2018.09.05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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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사고 당시 삼성의 조치가 적법했는지를 두고 논란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위급 상황에 대한 신고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하자 삼성은 산업안전기본법 등에 따라 조치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논란은 삼성전자가 사고 당시 즉시 신고하지 않은 정황이 포착되면서부터 시작됐다.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내 지하 1층 시설에서 협력업체 직원이 쓰러진 채 발견된 시각은 지난 4일 오후 1시 55분이다. 직원 3명 모두 당시 의식불명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삼성전자 자체소방대가 이들을 인근 병원으로 옮겼다. 하지만 소방서 등에 따로 신고를 하진 않았다. 삼성이 관계당국에 신고한 시점은 오후 3시 43분께 이아무개(24)씨가 사망한 직후다. 삼성은 이씨가 숨진 직후 용인소방서와 고용노동부 담당 부서에 사고 상황을 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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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기흥 사업장 ⓒ 연합뉴스


사고 발생시 즉각 신고 안 해… 소방기본법 위반?

소방기본법 19조는 '화재 현장 또는 구조·구급이 필요한 사고 현장을 발견한 사람은 그 현장의 상황을 소방본부, 소방서 또는 관계 행정기관에 지체 없이 알려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구급이 필요한 상황을 목격하면, '지체 없이' 소방서와 행정기관에 신고를 해야 한다. 그런데 삼성은 부상 직원들을 발견한 시점(1시 55분)이 아니라, 사망자가 발생한 시점(3시 43분)에서 신고했다. 즉시 신고를 하지 않은 삼성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지점이다.

변호사 자격증이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삼성이 사고대처과정에서 소방기본법을 위반했다고 지적한다.

이재명 지사는 "소방기본법 19조에 명시한 사고 현장 신고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며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발생 이후 대처 과정에 문제는 없었는지 면밀히 파악할 것"이라고 했다.


박주민 의원도 "경기도 소방재난본부가 사고 소식을 듣고 삼성에 전화했지만 연락이 안 됐고, 2시간이 지나서야 신고했다고 한다"며 "철저히 수사하고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삼성의 위법이 인정되더라도 처벌 수위는 매우 낮다. 소방기본법 19조를 위반했을 경우 벌칙은 2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전부다.

산업안전기본법에 따랐다? 중대재해를 어떻게 보느냐에 달려

산업안전기본법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삼성이 적법하게 조치했다며 들고 나온 법률 근거는 산업안전기본법 시행규칙이기 때문이다. 산업안전기본법 시행규칙 4조 3항은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관할 지방노동청장에 지체 없이 보고 하도록 규정돼 있다.

여기서 중대재해란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거나, 3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했거나, 부상자가 동시에 10명 이상 발생한 경우를 뜻한다.

병원으로 옮겨진 이아무개씨가 사망한 시각은 오후 3시 43분. 삼성은 오후 3시 47분 용인소방서와 고용노동부, 환경청 등 3개 기관에 사고 발생 사실을 신고했다. 사망자가 발생한 뒤, 중대재해로 판단해 신고했다는 게 삼성 쪽 입장이다.

이승백 삼성전자 상무는 "이번 사고의 경우 자체 소방대가 구호조치와 병원 후송 조치를 했고, 사망자가 발생한 뒤 중대재해인 점을 인식해 관계 기관에 신고했다"면서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제대로 조치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부상자가 발견한 시점이 중대재해 발생 시점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관련 법은 '3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했을 때'도 중대재해로 본다.

사고 당시 3명의 직원이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었고, 1명이 치료 중 사망했으니, 그렇게 볼 여지도 있다. 이 시각대로라면 삼성의 신고 시점은 사망자 발생 직후가 아니라 부상자들을 발견한 때여야 한다.

하지만 사고 당시 즉각적인 진료가 이뤄지지 않은 시점에서 부상의 정도를 판단하긴 실질적으로 어렵다. 부상자 2명이 3개월 이상 진료를 받더라도, 중대재해 발생 시점을 '발견 시점'으로 보기는 무리가 있다는 것.

조기홍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연구소장은 "3개월 이상 부상의 경우, 사후에 알 수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실 애매하다"며 "이번 기회에 신고 시점을 명확히 규정할 수 있도록 법률적 정비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 소장은 또 "사실 삼성에서 예전에 사망사고가 났을 때, 강하게 처벌을 받았다면 이런 일이 또다시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작업장 내 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업자에게 더 강한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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