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혜 비난 위해 학부모 '입' 빌린 조선일보

등록 2018.09.07 11:24수정 2018.09.07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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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혜 교육부 장관 후보자를 향한 자유한국당과 보수언론의 공격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특히, 유 후보자가 2106년에 학교비정규직의 처우개선을 위한 '교육공무직법'을 발의한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커집니다. 문제는 보수언론이 유 후보자가 발의한 법안이 어떤 내용인지 살피지도 않고, 청와대 청원자와 출처를 알 수 없는 주장을 인용해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보도는 조선일보의 <교육계가 반대 앞장선 '미운털 유은혜'>(9/3 김연주 기자 http://bitly.kr/3OV9)입니다. 조선일보는 "임용 고시생들과 교사 단체 등은 '비정규직 직원을 정식 교사로 채용하면, 힘들게 임용 고시를 준비한 사람들은 뭐가 되느냐'고 크게 반발했다"고 전했습니다.
  
요컨대 유은혜 후보자가 '비정규직 교원을 정식 교사로 채용하는 법안을 냈었고 이를 임용 고시생들과 교육계가 반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보도 내용 전반이 그러한 '반발 여론'을 받아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명백한 왜곡입니다. 유 후보자가 발의한 법안이 '비정규직 직원을 정식 교사로 채용'하겠다는 의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는 과거에 한차례 논란이 일었고 유 후보의 해명도 있었습니다. 조선일보는 사실관계를 확인하지도 않고 출처를 명확히 밝히지 않은 채 '임용 고시생', '교사단체' 등 익명 뒤에 숨어 허위 주장을 퍼뜨리고 있습니다.
  
교육계가 반대 앞장서?… 전교조는 환영 논평

일단 조선일보 기사의 제목부터가 심각한 왜곡입니다. 이 제목만 보면 마치 교육계 전체가 유 후보자를 반대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전교조는 30일 보도자료를 내어 "유은혜 의원 교육부 장관 내정 환영. 교육개혁이 좌초 위기에서 벗어나 정상 궤도에 진입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기대감을 표했습니다.

조선일보가 말하는 '교육계'는 누구일까요. 그저 '교육계' '학부모' '교사'라는 이름을 앞세워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정보만 취사선택해 주장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학교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위한 '교육공무직법'

조선일보가 말한 '교육계'는 아마 '유은혜 후보자를 비토하는 사람들'인 것으로 보입니다. 조선일보가 학부모와 교육계를 앞세워 비난한 '교육공무직법' 논란은 사실 이미 일단락된 것입니다. 논란의 시작은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유 의원은 '교육공무직법' 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유 후보에 따르면 본 법안의 입법 취지는 "공공부문의 약 40%를 차지하는 학교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대안"을 만들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학교비정규직은 급식실, 행정실, 돌봄교실, 사서실 등 학교 곳곳에서 교사, 교직원과 함께 일하는 노동자들입니다. 이들은 정규직과 차별대우를 받고 고용불안에 시달려왔습니다. 유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이러한 학교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하고 고용 안전을 도모하는 목표를 지닙니다.

또한, 2014년 대법원이 학교비정규직의 사용자는 교육감이라고 판결함에 따라, 2015년부터 전국 17개 시도교육청(감)이 '교육공무직원' 또는 '교육실무직원'이라는 명칭으로 직접 고용하고 있었는데, 법리적 근거 없이 시도교육청의 조례로 운영되다 보니 처우가 들쭉날쭉한 문제가 발생하였습니다. 이에 '교육공무직제'를 새롭게 편성하고 임금체계를 신설해 단일한 기준으로 관리하는 근거 법령을 만들겠다는 취지이기도 합니다.

비정규직 직원을 정식 교사로 채용? 사실과 다르다

논란의 불씨가 된 요소는 유 후보자가 발의했던 법안의 부칙 제2조 제4항 '사용자는 교육공무직원 중에서 교사의 자격을 갖춘 직원은 관계 법령을 준수해 교사로 채용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는 규정이었습니다. 이를 두고 2016년 당시 일각에서 "학교비정규직을 교사로 뽑겠다는 것이냐"는 반발이 일었습니다. 한국교총은 '현대판 음서제 정유라법'이라고 폄훼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오해였습니다. 유 의원은 2016년 12월 15일, 블로그를 통해 "교육공무직원이 교사가 되지 않습니다", "본 법안이 통과되어도 교육공무직은 국가공무원 신분이 아닙니다. 법안 제2조 제3항에 '교육공무직원이란 교원 또는 공무원이 아닌 사람'으로 분명하게 규정하고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더불어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충분히 있어 본 부칙을 삭제"한다고 밝혔죠.

이러한 유 후보자의 법안에 지지를 보내는 여론도 있었습니다. 노동 시사 월간지 '참여와혁신' <비정규직들이 이기적이라고?!>(2017/2/6 http://bitly.kr/m3DK)에서 민주노총 교육공무직본부 배동산 정책국장은 "(해당법안은) 자격을 갖춘 사람에게 임용절차를 밟아 교사로 채용하도록 노력하라는 것이다. 부칙 문구 어디에도 특혜로 해석되는 부분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교육공무직 중 '교사 자격을 갖춘 경우'에만 교사로 채용하도록 노력하자는 선언적 조항이므로 '교육공무직을 무조건 교사로 채용하라는 것이냐'는 비판은 부적절하다는 겁니다.

사실관계 짚지 않고 '인용' 뒤에 숨은 조선일보

과거 벌어졌던 이러한 논란과 오해가 2018년에 그대로 재현되고 있습니다. 특히 조선일보가 일부 여론의 오해를 빌미 삼아 '유은혜 비난 여론전'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조선일보는 "학교비정규직을 교사로 뽑겠다는 것이냐"는 주장을 "임용고시생"이 했다며 출처와 발화자를 숨긴 채 오해를 부추겼습니다. 심지어 비슷한 주장을 담은 청와대 청원도 인용했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유은혜 의원은 2016년 11월, 학교 공무직들의 처우개선 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그 골자는 비정규직의 신분을 안정시키고, 교원자격증이 있는 공무직을 교사로 선발하는데 우선권을 주며, 공무원으로서의 책임은지지 않되 노동자로서의 이익은 최대한 추구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내용"이라며 지명 철회를 요구한 청원이 있는데요. 조선일보가 이것도 보도에 인용한 겁니다.

결국 유 의원은 3일 출근 중 기자들과 만나 "해당 법안은 비정규직 노동자를 교사로 만들겠다는 것이 아니라 '교육공무직'이라는 별도의 직제를 만들어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취지"라면서 "오해의 소지가 있어 2016년도에 이미 철회가 됐다"고 다시 해명해야 했습니다. 2년 전과 같은 말을 반복하게 된 것입니다. 이처럼 조선일보 등 보수언론은 제대로 된 취재 과정도 거치지 않고 '임용고시생' '청와대 청원자' 뒤에 숨어 이미 반박된 비난 여론에 다시 불을 지피고 있습니다. 법안을 검증해야 할 언론이 법안에 대한 오해만 부추기고 있는 촌극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임용고시생․교사 vs 학교비정규직 갈등 부추기는 조선일보

물론 임용고시생․교사 입장에서는 학교 비정규직이 '교사'가 된다는 법안이 실제로 있다면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아무도 그런 주장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죠. 2016년에도 오해에서 시작된 불필요한 이 논쟁 때문에 사회적 갈등만 커졌습니다.

학교 비정규직은 '안정된 일자리'를 가지고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겠다는 당연한 주장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학교 비정규직은 1년마다 계약을 갱신하거나 장기간 근무해도 신규 채용을 다시 밞아야 하는 처지에 놓여있습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정규직'들의 반발로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민주노총 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은 "2018년 3월 (정부가) 10.1만명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였다고 발표했고 이 중 학교비정규직은 기간제 8만4132명 중에서 9507명, 전환율은 11%에 불과"하다고 밝혔습니다. 여전히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노동자가 많다는 겁니다. 또, '동일노동'을 하고 있지만 임금차별을 당하고 있습니다. 노조는 "(학교비정규직은) 공무원과 동일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지만, 임금은 68%에 불과하다"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부당한 대우와 불안한 노동환경을 개선하고자 학교비정규직은 정규직화를 주장하고 있는 것이고, 이에 유 후보자가 '교육공무직법'을 발의한 것인데, 조선일보는 특정 조항 하나를 물고 늘어지며 '비정규직이 교사가 되려고 한다'는 식의 유언비어를 퍼뜨리고 있는 것입니다. 임용고시생․교사와 학교비정규직의 갈등을 조장하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영어 사교육 부추기는 유은혜 장관'?


조선일보가 이러한 여론전에 동원한 주체가 또 있습니다. 바로 학부모입니다. 조선일보는 "학부모들은 과거 유 의원 인터뷰를 인터넷에 퍼 나르며 '유 의원이 장관이 되면 유치원 영어 수업 금지를 다시 추진할 것' '영어 사교육 부추기는 유은혜 장관 지명에 반대한다'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 역시 대체 어떤 학부모가 이러한 주장을 했는지 밝히지 않은, '그런 여론이 있다'는 '카더라' 형태의 보도입니다. '학부모들'이라는 방패를 내세워 '사교육을 부추기는 장관'이라는 딱지를 붙이겠다는 조선일보의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조선일보가 '학부모들이 퍼 나르고 있다'고 전한 그 인터뷰는 대체 뭘까요? 조선일보는 먼저 "교육부는 올 초부터 선행학습금지법에 따라 초등 1~2학년 영어 방과 후 수업이 금지되자, 유치원 영어 방과 후 수업도 함께 금지하려고 했다가 학부모들이 반대해 취소했었다"고 밝힌 후 당시 여당 교문위 간사였던 유은혜 후보자의 자사 인터뷰를 언급했습니다.

"올해 1월 본지와의 통화"에서 유 후보자가 "이명박 정부 때 '아륀지' 파동으로 조기 영어 교육 붐이 일었는데, 아이들이 흥미를 갖고 배우는 게 아니라 부모가 자식이 뒤처질까 불안한 마음에 강제로 시키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조기 영어 교육에 찬성하지 않는다", "어린 시절엔 영어보다 놀이와 문화·예술 교육을 통해 창의성을 키워주는 것이 맞는다"고 했다는 겁니다. 다만 유 후보자는 "단, 이런 정책 방향이나 필요성을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당장 올해부터 유치원 영어 방과 후 수업을 금지하는 것은 성급하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조선일보는 이 인터뷰 내용을 모두 보도에 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인터뷰와 정체불명의 학부모들을 앞세워 마치 여론이 '유 의원이 장관이 되면 유치원 영어 수업 금지를 다시 추진할 것'이라는 공포에 빠진 것처럼 묘사한 겁니다.

학부모를 내세워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조선일보의 비열함

유 후보자 본인이 조선일보와의 통화에서 밝혔듯이 '유치원 영어 수업 금지'는 여론 수렴 및 논의를 거쳐 추진이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습니다. 이를 다 알면서도 학부모를 내세워 마치 유 후보자가 무조건 추진할 것처럼 묘사한 것 자체가 왜곡입니다.

또한 '영어 조기 교육'이라는 교육계 핵심 쟁점을 오로지 유 후보자를 공격하기 위한 도구로만 이용한 것도 대단히 부적절합니다. 실제로 영어 조기 교육에 대한 반론은 상당합니다. 특히 저소득층의 경우 조기 교육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교육 현장의 양극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조선일보는 이런 기본적인 배경조차 무시한 채 무조건 '학부모들이 원한다'고 했습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유아기와 초등 저학년 시기에 제2언어 또는 외국어가 무리하게 개입할 경우 모국어 형성과 발달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조선일보는 '왜 유치원 영어조기교육'을 반대하는지 설명하지도 않고 "학부모들이 반대하고 있다"라는 주장만 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www.ccdm.or.kr)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민언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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