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국보로 정해 보호하는 흑유자 찻사발, 우리는?

국립중앙박물관서 신안해저 문화재 흑유자 특별전 공개 전시

등록 2018.09.10 13:40수정 2018.09.10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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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국립중앙박물관 신안해저 문화재 흑유자 특별전 공개 전시회(2018.6.4-2019.6.2)에 다녀왔습니다. 제목 그대로 신안 해저 유물 가운데 흑유자기만을 종합적으로 정리하여 전시하고 있습니다.
 

건요 가마에서 만든 흑유자로 토끼털무늬입니다. ⓒ 박현국


일찍부터 중국에서는 흑유자기를 만들어서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송나라 때는 차를 마시는 풍습과 더불어 흑유자기가 중국 여러 도자기 가마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차를 마시는 풍습이나 흑유자기는 중국뿐만 아니라 고려나 일본에서도 크게 인기를 얻었습니다.

고려 때인 1323년 4월 무렵 중국 닝보(寧波)를 떠난 배가 한반도 서남쪽 신안군 증도 앞바다에서 조난을 당해서 가라앉고 맙니다. 그동안 바닷물 속에 잠겨있던 유물들은 1975년 어부 그물에 청자꽃병이 걸려올라오면서 발굴이 시작됩니다.
 

흑유매병과 꽃병으로 길주요와 자주요 가마에서 만들었습니다. ⓒ 박현국


1976년 10월부터 1984년 8월까지 열 차례에 걸쳐서 이뤄진 발굴조사에서 건져올린 신안 유물은 2만6905건, 2만7617점에 이릅니다. 건져올린 목간 등 여러 기록으로 보아 중국 닝보에서 출발한 배는 청동이나 도자기 등 여러 가지 물건을 싣고 일본 교토로 가던 무역선이었습니다.


목간은 물건에 붙여진 꼬리표에 쓰였습니다. 목간에는 교토 도후쿠지(東福寺) 절, 후쿠오카 하코자키(筥崎) 신사 등 이름이 쓰인 것으로 보아서 절이나 신사에 보낼 물건을 싣고 가던 중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흑유병으로 자주요에서 만들었습니다. ⓒ 박현국


도자기뿐만 아니라 동전이나 금속정 28톤, 자단이나 향신료, 1천 여 점, 금속품 1천여 점, 일상 생활에서 사용하는 물건이나 부엌에서 사용하는 조리기구 등도 있었습니다. 이들 일상생활 용품은 배에 탄 사람들이 배 안에서 먹고 자고, 지내면서 쓰던 물건들로 보입니다.

도자기는 청자가 16,345 점으로 가장 많고, 청백자(3,443점), 백자(3,058 점), 흑유자(721 점), 백탁유자(394 점), 천목(74 점), 잡유(2,665 점) 으로 모두 2만4547점에 이릅니다.
 

자주요에서 만든 완입니다. ⓒ 박현국


이번 흑유자 전시에서는 전시실 두 곳으로 나누어서 전시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방은 신안 유물의 일반적인 소개로 발굴 과정과 전체적인 유물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방에서는 흑유자를 중심으로 무늬와 만든 가마 별로 나누어서 전시하였습니다.

흑유자는 자기 겉에 검은색 유약이 칠해져있습니다. 이것은 산화철 비율이 높은 유약을 그릇에 발라서 구운 자기입니다. 흑유는 중국 자기 가운데 3세기부터 보이기 시작하는데 송나라 차문화와 더불어 크게 인기를 얻었습니다.
 

치지꽃무늬 흑유 완은 길주요에서 만들었고, 왼쪽 잔은 자주요에서 만들었습니다. ⓒ 박현국


차는 차잎을 따서 말리고, 찌고, 덖어서 가공하여 마십니다. 이때 차를  끓는 물에 넣어서 끓이거나 차잎에 끓은 물을 끼얹어서 마시는 방법(포다법, 泡茶法)과 가공한 차 잎을 맷돌에 갈아서 가루로 만들어 물에 넣고 대나무 솔로 휘져어서 거품을 내서 마시는 법(점다법, 點茶法)이 있었습니다.

송나라 때는 점다법이 크게 유행했습니다. 이러한 방법은 고려시대에도 유행했고, 일본에도 전해져서 일본도 청유자가 인기를 끌었습니다. 아무래도 점다법으로 차를 마시기 위해서는 찻사발이 커야 가루차를 넣고, 대나무솔로 휘저을 수 있습니다.
 

목에 꼭지가 달린 흑유는 칠리진요 가마에서 만들었습니다. ⓒ 박현국


특히 일본에서 흑유자를 텐목차완(天目茶碗)이라고 합니다. 이것은 건유 부근 천목산에 있던 선종 사찰에서 흑유 찻사발에 차를 담아서 부처에게 올리고, 스님들이 마시는 습관이 있었고, 그것이 일본에 전해져서 지금도 이러한 방법으로 차를 마시기도 합니다. 일본에서는 흑유자 찻사발 다섯 점이 일본 국보로 정해져 있습니다.

신안에서 건져올린 흑유자는 모양에 따라서 완(碗), 호(壺), 소호(小壺), 병(甁), 소병(小甁) 등으로 나누어집니다. 가마터와 겉에 나타난 무늬에 따라서 건요의 토호유, 차양요, 홍당요의 소호, 칠리진요의 유조문  갈유소호, 유두문호, 길주요의 대모유, 수엽문, 전지화문, 자주요의 양이병, 옥호춘병 등입니다.
 

일본에서 전하는 흑유자로 아래 다섯 점은 국보입니다. ⓒ 박현국


송나라 때 유행했던 흑유자는 시대와 더불어 사라져 이제 많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일본에서는 몇 점 남은 흑유자를 국보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습니다. 흑유자를 만들었던 중국에서조차 시대와 더불어 사라졌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신안선을 통해서 흑유자 832점을 갖게 되었습니다.


여러 가지 흑유자가 지닌 자기의 아름다움과 유약이 지닌 검은 색의 매력적인 빛깔은 한때 중국, 일본, 고려를 휩쓸었습니다. 이제 몇 점 남지 않은 흑유자를 통해서 당시의 시대를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이제 우리가 지닌 여러 가지 흑유자를 적극 활용하여 새로운 문화 지평을 열어가야 할 것입니다.    
 

신안 유물과 관련된 중국 흑유 가마터입니다. ⓒ 박현국


참고문헌> 김영미 외, 흑유자 신안해저문화재 조사보고 총서3, 국립중앙박물관,2017
참고누리집> 국립중앙박물관, http://www.museum.go.kr/site/main/home , 2018.9.9
덧붙이는 글 이번 신안유물 흑유자 특별전을 보고 느낌과 감상을 적어보았습니다. 둘레 아는 사람이나 관심이 있는 사람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그동안 여러 가지로 도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중국 흑유자 #신안해저 문화재 #찻사발 #가마터 #김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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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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