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바지 시정' 염태영 시장, 이번엔 '내빈석' 없앤다

불합리한 의전 관행 근절 지시... "갑질문화 적폐 청산" 신호탄

등록 2018.09.10 14:19수정 2018.09.10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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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태영 수원시장이 16일 시민과 함께한 ‘민선7기 시민희망 비전선포식’에서 비전선포를 발표하고 있다 ⓒ 수원시


앞으로 수원시가 주관하는 모든 대내 행사에서 내빈석이 사라진다. 대신 누구나 원하는 자리에 앉을 수 있다. 사회자의 내빈 소개나 축사·환영사도 되도록 생략한다. 차량 문 열어주기, 우산 씌워주기 등 '주빈'(VIP)에 대한 과도한 의전도 생략하거나 대폭 줄인다.

"내빈 위주 행사 진행 방식과 불합리한 의전 관행을 과감하게 근절하고, 행사에 참여한 시민이 존중받을 수 있도록 '의전·행사 간소화'를 적극적으로 이행해 달라"는 염태영 수원시장의 지시에 따른 조치다. 염 시장은 "불필요한 의전 때문에 정작 행사의 주인공인 시민이 상실감을 느끼고, 내빈소개와 축사 때문에 행사 시간이 길어지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같이 지시했다.

앞서 염 시장은 지난달 16일 민선 7기 비전선포식 기자회견에서 "촛불로 탄생한 시민정부라면 권위적 시정을 버리고, 지방정부를 민주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며 "공직사회의 잘못된 관행인 '과도한 의전'과, '행사를 위한 행사'를 혁신하는데 시장인 저부터 솔선수범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염 시장은 "우리사회 적폐 중에서도 가장 큰 병폐가 바로 갑질문화이며 반드시 청산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무더위 극복을 위한 반바지 패션 시정으로 공무원 사회의 권위주의 문화에 신선한 충격을 던진 염 시장이 불합리한 의전 관행 근절을 시작으로 '갑질문화 적폐 청산'에 나섰다는 평가다.

수원시, '시민이 주인이 되는 행사' 만든다

염 시장 제안에 따라 '의전 및 행사 간소화 추진계획'을 수립한 수원시는 앞으로 관내에서 열리는 모든 행사를 간소화하고, 참석 내빈에 대한 의전을 축소해 행사를 시민 중심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간소화 추진계획에 따르면, 수원시는 대내 행사에서 내빈석을 없애고, 누구나 원하는 자리에 앉을 수 있는 '자율좌석제'를 운용한다. 또 사회자가 내빈을 한 명 한 명 소개하는 관행을 없애고, 전광판 등을 활용해 내빈을 일괄적으로 알린다. 부득이하게 내빈 소개가 필요할 때는 행사 시작 전 직위·이름만 소개한다.


축사·환영사는 되도록 생략하고, 필요한 경우 주관 단체장(1인)만 하게 된다. 부득이한 경우에는 최소 인원으로 한정한다(3명 이내, 3분 이내). 축전은 대독하지 않고, 축전을 보낸 사람의 직위·이름만 알린다. 국경일·국제행사를 제외한 모든 의식행사(본행사 전 축사·내빈소개 등)는 20분 내외, 실외 행사나 참석자들이 선 채로 진행되는 의식행사는 10분 내외로 끝낸다.

'주빈'(VIP)에 대한 과도한 의전은 생략하거나 대폭 줄인다. '간소화 추진계획'에서 예로 든 과도한 의전은 ▲차량 문 열어주기, 우산 씌워주기 ▲의자를 빼주는 행동 ▲VIP만을 위한 특별한 다과 준비 ▲"VIP가 입장하고 계십니다"라고 안내하거나 박수를 유도하는 행위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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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태영 수원시장은 8월 16일 열린 민선 7기 시민희망 비전선포식에서 "‘사람중심 더 큰 수원의 완성’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협치’"라고 강조했다. ⓒ 수원시

시장, 부시장, 실·국·소장, 구청장의 행사 참석기준도 제정해 시행한다. 시장은 전국·국제 행사 등 수원시를 대표하는 행사, 전국 단위 행사, 광역 기관·단체 개최 행사와 같은 대외 행사와 국경일·각종 기념일에 관한 규정에 의한 행사, 역점시책 관련 행사, 상징성이 큰 행사, 정책적 판단이 필요한 행사·회의 등 대내 행사에 참석한다.

'의전 및 행사 간소화 추진계획' 적용 대상은 수원시·산하단체에서 주최·주관하는 행사, 수원시 지원·보조하는 행사다. 대내 행사는 즉시 시행하고, 대외 행사는 사전 논의·합의를 거쳐 점진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다.

염태영 "공공분야 갑질은 생활 속 적폐... 무관용 원칙 적용"

앞서 염 시장은 지난달 16일 시청 로비에서 연 민선 7기 첫 기자회견에서 "민심을 수용하는 시정혁신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염 시장은 "촛불민심에 화답하는 것은 중단 없는 시정혁신이며 변화하는 시대에 강도 높은 시정혁신만이 시민의 신뢰를 얻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염 시장은 이어 "시장과 공무원의 역할은 시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라며 "격식과 의전을 따지지 말고,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찾고, 시민을 위한 정책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지, 더 좋은 정책환경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변화하고 혁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염 시장은 특히 "공공분야에서 우월적 지위·권한을 이용하여 발생하는 갑질은 시민이 직접 피부로 느끼는 생활 속 적폐"라며 "공정사회를 앞당기기 위해 수원시청-협력기관, 수원시 및 유관기관, 시민 등 업무처리 과정에서 관공서의 부당한 갑질에 대한 신고센터 개설 및 가해자에 대한 객관적인 조사를 바탕으로, 무관용의 원칙을 적용, 갑질 근절문화를 조성해 나가겠다"고 선언했다.
#염태영 #수원시장 #의전행사간소화 #갑질문화 #반바지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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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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