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드폴의 제주살이, 귀 기울이게 되네요

[리뷰] 루시드 폴 저 '모든 삶은, 작고 크다'

등록 2018.09.12 14:44수정 2018.09.12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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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번쯤은 일상을 훌쩍 떠나 제주에서 살고 싶은 욕망을 느낀다. 하지만, 실행에 옮기기는 쉽지 않다. 대체, 무얼 해서 먹고 산단 말인가. 삶에 다시 없을 커다란 도전이 될지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로 터전을 옮기는 사람들이 있다.

바쁜 도시에서의 삶이 의미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 사람들. 답답한 경쟁 사회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개척해 보겠다고 결심한다. '모든 삶은, 작고 크다' 이 책의 저자 루시드 폴처럼 말이다.
 

'모든 삶은, 작고 크다' 루시드폴 ⓒ 예담 출판


 
얼마전, JTBC에서 방영한 효리네 민박을 통해 마치 시청자들은 여행을 하는 듯 착각에 빠질 정도로 멋진 제주의 풍경을 만날 수 있었다. 프로그램에 참여를 신청한 다양한 모습의 가족, 친구, 동료들은 힐링을 경험했고 더불어, 이효리 부부가 보여준 인간적인 면모들도 매력적이었다.

제주는 지친 몸과 마음이 쉬고 재충전할 수 있는 국내 최고의 관광 명소이다. 그런데, 여행이 아닌 생활 근거지로 터를 잡고 산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제주. 그 꿈 같은 섬에서 직장을 찾고 출근을 하고 친구도 사귀고 살림을 꾸린다면 과연 그 곳은 어떤 모습으로 변모하게 될까.

제주를 향한 끝없는 애정

제주에서 사는 삶에 대한 로망을 소박하고 차분하게 담아 '모든 삶은 작고 크다'며 저자 루시드 폴이 책을 폈다. 다소 추상적인 제목과는 달리 책 내용은 제주에서의 삶이 구체적이고 소상하게 적혀있다. 이 책을 통해 누구나, 제주에 가서 살아 볼 수 있을 것만 같은 착각에 빠질 만큼. 그만큼 차근차근하게 기록되어 있어 누구라도 당장 떠난다 해도 저자만큼 성실하다면 적응하고 자리 잡을 수 있을 듯하다.

이 책은 제주를 작고 커다란 공간으로서 다양한 생명체를 품은 하나의 생태계로 보고 있다. 가수이자 화학도로서 그리고, 이제는 농부로서 직접 지은 오두막에서 별을 헤며 글을 쓰는 제주 3년차 루시드 폴은 가사를 적어 노래하듯이 제주 살이를 적어내려 간다.

저자는 자신이 직접 보고 듣고 겪은 일들 중에 농부로서 적응해 가는 과정, 제주에서 만나는 동식물과의 이야기,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선택하였다. 일상이란 흘려보내기 쉬운 법인데 세심하고 애정어린 눈으로 고민이 담긴 정성스런 필체로 하나 하나 담아내었다. 그래서, 귀 기울이게 된다.

책의 첫 머리에서는 새에 대해 이야기 한다. 지붕에 정교한 둥지를 틀었다가 허물기도 하고 새끼가 태어나 기뻐하였다가 어느샌가 훌쩍 사라지기도 한다. 또는, 집 근처를 맴돌기는 하지만 영 마음을 주지 않는 듯 내려 앉지 않는 새도 있다.

길가에 스러진 새를 발견하면 품고 와 산길에 묻어 준다거나 여러가지 부득이한 사정으로 땅을 일구게 될 일이 있을 때에는 곁에 있는 나무의 땅속 뿌리를 다칠까 하여 '미안해, 고마워'라고 양해를 구하기도 한다.
 
'독일의 산림학자 페터 볼레벤은 나무가 서로를 돕는다고 주장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잎과 줄기가 잘린 동료가 더 이상 광합성을 하지 못하게 되면, 뿌리를 맞대고 사는 이웃 나무들이 뿌리를 통해 서로 양분을 나누며 살기도 한다는 것이다.'(p.047)
 
 
아마도, 저자는 자신이 소개한 독일 학자의 말처럼 스스로 자연들에게 커다란 나무가 되어 곁에 있는 동식물과 생명들을 돌보고 싶었던 것 같다.

동그랗고 반짝이는 귤 하나 하나

책 안에는 저자가 직접 집필한 원고지 사본과 생활 모습이 생생이 드러난 사진들이 있는데 이를 보면 생명을 향한 그의 애정이 얼마나 큰지가 보인다.

특히, 귤밭을 일구는 과정은 시간순으로 도전과 실패, 성공의 경험이 기록되어 있다. 타인의 땅을 빌어 농사를 짓다가 자신의 땅을 갖게 되었고 농사 교육을 받기도 하며 농부로서 성장해 가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어떤 농사법이 좋을지 고민하면서 선배 농부를 만나기도 하고 자신의 전공을 살린 비료를 개발하기도 한다.

마침내, 동그랗고 반짝이는 귤들을 거두게 된다. 사진으로만 보는 데도 마치 내가 직접 귤 농사를 지은 것처럼 뿌듯하고 사랑스런 심정에 머문다. 농사 지은 귤들을 홈쇼핑을 통해서 판매하기도 했다고 한다. 직접 씨를 뿌리고 기르고 거둔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 일인가 느끼게 된다.
 
'나는 가끔 앞으로 또 뒤로 시곗바늘을 돌려 보곤 한다. 2년 전의 내가 지금의 나를 본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 지금의 내가 5년 후의 나를 본다면 어떨까. 그렇듯 시간의 간극을 훌쩍 넘어, 과거의 나를 지금으로 초대하고 싶을 때고 있고, 미래의 나에게 초대를 받아 먼 훗날의 나를 보고 싶을 때도 있다. 어느 쪽이든 늘 상상은 즐겁다.'(p.200)
 
 
저자가 표현하였듯이 생각 속에서 우리는 자신을 바라본다. 인지하던 그렇지 않던 간에 마음은 혼잣말을 중얼거리곤 한다. 누구에게나 자신의 삶은 스스로에게 작기도 하면서 크지 않은가. 마음속의 이야기는 혼잣말일지라도 때로 소곤거리고 때때로 천둥소리처럼 크게 쿵쿵거리기도 한다.

가수라서인가. 마음의 소리들을 특유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풀어 담은 책이다. 기타 선율이 차분하여 오히려 귀 기울이게 하듯 말이다.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여 헤아려 적은 책을 보고 읽으면 제주가 한 걸음 더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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