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은 성공할 수 있을까

[주장] ‘정책’의 관점에서 본 부동산 정책의 실체

등록 2018.09.12 15:30수정 2018.09.12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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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강남·강북을 가리지 않고 집값이 과열되는 양상을 보이자 지난 8월 26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여의도·용산 개발계획을 부동산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전면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아파트 단지 모습. ⓒ 연합뉴스


 전국이 부동산 이슈로 그야말로 난리다. 특히 서울 주택 시장은 계속되는 매매 가격 상승으로 논란의 핵심에 있다. 작년 문제가 되었던 강남만이 아닌 서울 전 지역이 주택 가격 상승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방에서 서울 아파트를 사기 위해 현금을 싸 들고 상경한다니 가히 '부동산 광풍'이다. '미친 집값'이란 표현이 절로 나온다.

작금의 부동산 문제를 꼬집는 언론의 보도는 관련 기사를 더 생산하는 게 민망할 만큼 엄청나다. 교수, 과거 정부의 관료 등 경제 전문가부터 부동산 투자 전문가, 신문사의 논설위원, 부동산 중개인, 부동산 투자로 부를 거머쥔 개인 투자자까지 정부 부동산 정책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각자의 경험과 입장에서 다양한 대안을 제시한다. 이번 정부에서 가장 뼈아픈 지적은 참여정부 당시 시장 상황과 정책수단이 매우 유사한 패턴을 보인다는 것이다. 참여정부 청와대에서 부동산 정책을 다뤘던 김수현 수석이 이번 정부에서도 핵심 위치에 있으니, 우리나라에서 '주택'이란 재화가 차지하는 위상과 정부 정책의 효과성을 생각하게 된다.

현재 부동산 시장이 비정상적이라는 건 여러 지표나 징후를 근거로 보았을 때 큰 이견이 없다. 얼만 전 논란이 되었던 최저임금과 고용지표 관계, 소득분배지표, 자영업자 폐업 등과 관련해서는 문제의 본질을 벗어나 통계 자료 해석을 두고, 정쟁이 가열되었던 것과 달리 부동산 가격 상승은 정부와 정치권, 시민사회 등 모두가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집'은 세를 살던, 소유하던, 매일 마주하는 '의식주'의 한 요소이기 때문에 주택 시장의 문제는 모든 사람이 전문가의 의견이나 통계를 확인하지 않더라도 '잘' 인식한다. 그만큼 우리 국민의 부동산 '사랑'은 남다르고, 정부의 정책 운용은 고도의 전문성과 정밀함이 요구된다.

정부가 '유례없이' 집값이 폭등하는 상황에 '유례없는' 강력한 정책수단을 쏟아냈고, 또 새로운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도 꿈쩍없는 부동산 시장을 보고 있자니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과연 '저런 정책이 필요한가'라는 의문을 가져본다.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할 수 있다. 시장이 문제 있을 때 정부가 개입하는 게 당연하겠지만, 지금 한국의 부동산 문제는 다른 정책문제와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전혀 먹히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정부 실패', '규제의 역설'과 같이 정부의 정책으로 인한 부작용을 다룬 이론의 함의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부동산 정책이 왜곡될 수 있는 요인

많은 정책 영역에서 '시장근본주의'를 심하게 경계하는 필자가 이와 같은 도발(?)을 하는 이유는 첫째, 정책의 '신호'와 관련된다. 정부는 정책을 무의미하게 결정하고, 집행하지 않는다. 지향하는 목표와 의도가 있고, 정책대상집단 등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때로는 정책의 의도와 메시지가 시장에서 왜곡되기도 한다. 정부의 '투기지역' 등 주택 가격 상승 지역을 단계적으로 묶어 강한 규제를 적용한 대안이 대표적이다. 시장에서는 신규 지정된 투기지역 등을 좋은 투자처로 인식하고 말았다. 이런 지역이 주택 가격 상승을 주도했다. 우픈(?) 현실이다.

둘째, 정책의 '시차'다. 정책은 집행한 후 효과를 나타내기까지 시간 '갭'이 존재한다. 정책을 결정하더라도 실제 정책 산출과 성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려 이미 문제에 상응한 정책적 대응이 무의미한 경우도 발생한다. 거론되는 부동산 정책수단 중 대표적으로 '그린밸트 해제 지역에 주택 공급'이 정책의 시차 문제를 안고 있는 대안이다. 그린밸트 지역을 택지 개발하고, 주택을 공급하기까지 7년 정도가 소요된다고 한다. 현재 부동산 광풍을 잠재우는 수단으로는 적절하지 못하다. 장기적인 주택 정책의 관점에서 논의할 대안이다.

셋째, '무(無)대응' 대안 논리다. 정책학 이론에서 정책대안을 탐색하는 부분이 있다. 소망성, 실현 가능성 등 다양한 정책대안 선택 기준에 의해 정책문제 해결을 위한 수단을 고려할 수 있지만, 가장 먼저 생각할 점이 있다. '정부가 대응할 것인가 말 것인가'이다. 즉 '무대응'을 하나의 정책대안으로 상정하는 것이다. 정부의 개입이 오히려 부작용을 낳고, 투입된 자원보다 예상되는 성과가 적을 때 눈여겨볼 대안이다. 그러나 이 대안은 정치적 역풍을 감수해야 한다. 문제가 지속되거나 커졌을 경우 정부는 무엇을 했냐고 하는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 어떤 정부도 배짱 있게 선택하기 어려운 대안이다. 현재 부동산 정책의 묘수를 고민하는 정부도 마찬가지다. '무언가'를 하고, 욕은 덜 먹는 방향을 가게 된다.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을 결정하는 사람 입장에서 어려운 점은 정책 효과성을 사전에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어떤 정책이 눈앞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이전의 문제가 특정한 정책 때문에 해결된 건지 분석하기가 매우 어렵다. 정부 정책은 실험할 수 없는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부동산 문제는 대상이 전국적이고, 문제의 양상이 가변적일 뿐만 아니라, 복합적이어서 정부 관계자들은 혼란의 연속일 것이다.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서 정책의 합리성보다는 정치적 입지를 우선순위에 둘 수밖에 없는 정부는 당분간 몇 가지 정책수단을 더 발표할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부동산 시장은 안정을 되찾고, 일각의 주장대로 안정기를 거쳐, 하락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때, 2018년 9월 현재의 정책이 부동산 시장 안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하기는 매우 어렵다. 현재 부동산 광풍은 정책의 영역을 벗어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정책이 가진 근본적 속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부동산으로 인한 작금의 난국을 잘 헤쳐나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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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공무원노동조합 정책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사회 이슈, 사람의 먹고 사는 문제에 관심 많은 시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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