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공항에 울려퍼진 "다시 만나요"... 북측선수단 배웅한 시민들

창원세계사격선수권대회 마무리... 북측선수 향한 '아리랑 응원단' 응원 돋보여

등록 2018.09.12 17:48수정 2018.09.12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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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세계사격선수권대회에 출전한 북측 선수들이 9월 11일 창원국제사격장에서 '아리랑응원단'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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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2일 창원세계사격선수권대회에 출전했던 북측선수단이 경기를 마치고 김해공항을 통해 돌아가자, 아리랑응원단이 공항 입구에 나와 펼침막을 들고 기다리고 있다. ⓒ 윤성효


"백두에서 한라로 우린 하나의 겨레. 헤어져서 얼마냐 눈물 또한 얼마였던가. 잘 있으라 다시 만나요 잘 가시라 다시 만나요. 목메어 소리칩니다. 안녕히 다시 만나요."
 
9월 12일 김해국제공항에 울려 퍼진 "다시 만나요" 노래다. '아리랑 응원단'이 창원세계사격선수권대회에 출전했다가 돌아가는 '북측선수단'을 향해 노래를 부른 것이다.
 
선수 12명과 임원 10명으로 구성된 북측선수단은 지난 8월 31일 입국했다가 열흘간 창원에서 머문 뒤 이날 돌아갔다. 선수단은 김해국제공항에서 항공기를 타고 중국 북경을 통해 북으로 간다.
 
선수단은 이날 오전 12시경 김해국제공항에 도착했고, 곧바로 출국장 안으로 들어갔다. 공항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던 아리랑응원단은 선수단이 안으로 들어가자 따라 들어갔고 짦았지만 손도 잡을 수 있었다.
 
응원단은 일부 선수단과 악수를 하기도 하고 '잘 가라'는 인사를 했다. 이들은 "통일된 조국에서 다시 만나요", "고생했어요"를 외쳤고, 일부는 출국장으로 들어가는 선수단을 향해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북측선수단은 창원 진해에 있는 숙소에 머물렀고, 창원국제사격장에서 경기를 했다. 북측선수단은 이번 대회에서 은메달과 동메달을 각각 2개씩 땄다. 북측 선수들은 돌아가기 하루 전날인 11일까지 모든 경기 일정을 마무리 했다.
 
시민들이 북측 선수들을 응원했다.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경남본부와 경남진보연합, 통일촌 등 경남지역 단체들이 '아리랑 응원단'을 조직해 활동했다.
 
이들은 북측 선수들이 김해국제공항에 입국할 때부터 돌아갈 때까지 쭉 따라다니며 응원했다. 처음에는 서먹했던 분위기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달라지기 시작했다.
 
사격대회의 응원은 다른 스포츠와 달리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될 수 밖에 없다. 어떤 이는 '묵언수행'한다고 할 정도다. 자칫 응원하는 소리가 선수들의 집중에 방해가 될 수 있어 자제하는 것이다.
 
선수들이 높은 점수를 쏘게 되면 소리를 내지 못하고 입모양으로 '환호성'을 지르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한다. 그러나 경기를 다 마치고 나서, 특히 메달을 따게 되면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11일 오후 아리랑응원단 20여명이 지켜보는 사이, 북측 권광일 선수가 첫 번째 시리즈에서 10.9점을 쏘자 큰 환호와 박수가 사격장을 가득 채웠던 것만 봐도 분위기를 알 수 있다. 권광일 선수는 두 번째 시리즈에서 아쉽게 4위에 머물렀다.
 
그래도 선수단 표정은 밝았다. 경기를 마친 북측 선수들을 향해 아리랑응원단이 손을 흔들며 격려하자 북측 선수들도 손을 흔들며 창원국제사격장을 나가기도 했다.
 
북측 선수들이 메달을 따면 대회조직위에서 주는 꽃다발 이외에 아리랑응원단은 별도로 꽃다발을 준비해 전달하기도 했다. 꽃다발을 전달하면 같이 사진도 찍었다.
 
줄곧 응원단에 함께 했던 송명희(통일촌)씨는 "어제 북측 선수단이 마지막 경기를 치르고 나갈 때, 응원단이 함께 서서 배웅을 했다. 북측 선수들은 손을 흔들기도 하고, 악수를 하기도 했으며, 눈물을 보이는 선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우리가 응원을 해도 북측 선수들은 부담을 느꼈는지 좀 굳어 있는 표정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자주 마주치는 상황이 벌어지다 보니 서서히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전했다.
 
송씨는 "나중에는 북측 선수들이 메달을 따고 나면 우리한테 응원해줘서 고맙다는 말도 했다. 북측 선수들이 먼저 말을 걸어오기도 하고, 어떤 때는 밥을 먹었느냐고 묻기도 했다"며 "우리 정부 기관 관계자들이 북측 선수들을 접촉하는 것을 제지를 해서 불편하기는 했다"고 밝혔다.
 
류조환 민주노총 경남본부장은 "북측 선수들이 마지막에 단체전 동메달 따는 장면을 지켜봤다. 시상식에서 우리는 어느 때보다 힘차게 '우리는 하나다. 우리 민족끼리 평화통일'을 외치며 열렬한 응원을 했고, 가슴 찡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이날 북측 선수들이 버스로 이동할 때 우리를 보고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기도 했고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며 "이래서 우리는 한 핏줄이구나 싶었다. 특히 아리랑응원단도 열흘 동안 고생을 했지만, 보람도 있었다"고 밝혔다.
 
열흘 내내 응원단 활동을 벌인 양미경(민중당)씨는 "처음에는 북측 선수들이 성적을 잘 내야 한다는 부담을 느꼈던 것 같다. '묵언수행'도 아니고 사격장의 응원이 쉽지 않았다"며 "그래도 간간이 북측 선수들과 마주치거나 하면서 나중에는 표정도 밝아졌다. 마음으로 서로 나누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 북측 선수가 동메달을 땄을 때, '응원 덕분에 메달을 땄다'며 고맙다고 하더라"며 "우리는 스토커라고 할 정도로 북측 선수들을 따라다니며 응원했다. 좀 과한 응원 아니냐고 했을지 모르지만, 북에서는 나중에 너무 감사하다고 하더라"고 밝혔다.
 
주수경(창원)씨는 "직장에 다니고 있어 응원을 계속하지는 못했고, 휴가를 내기도 해 총 세 번 참가했다"며 "어제는 북측 선수한테 꽃다발도 전달해 주었는데, 고맙다고 하더라. 하루 빨리 남북교류가 활발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아리랑응원단 박봉열 단장은 "처음에는 잘 할 수 있을까 걱정을 했는데, 마치고 보니 잘 된 것 같다. 응원을 힘차게 할 수 있는 스포츠가 아니라 걱정을 했는데, 선수들이 들어가고 나오거나 시상식 때 환영하고 열광하는 응원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북측 선수단은 처음에는 인상이 어둡고 긴장을 한 것 같았다. 대부분 남측에 처음 와서 그런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손을 흔들고 손도 잡으면서 분위기가 좋았다. 열흘 내내 힘있고 즐거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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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세계사격선수권대회에 출전한 북측 선수들이 9월 11일 창원국제사격장에서 벌어진 경기에서 메달을 딴 뒤 버스에 오르기 전 '아리랑응원단'과 함께 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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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2일 창원세계사격선수권대회에 출전했던 북측선수단이 경기를 마치고 김해공항을 통해 돌아가자, 아리랑응원단이 공항 입구에 나와 펼침막을 들고 기다리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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