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어서 못 파는 즉석구이 김, 이 남자가 만듭니다

[인터뷰] 석바위시장 즉석구이 김 가게 운영하는 윤영욱 대표

등록 2018.09.12 21:38수정 2018.09.13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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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바위시장 윤영욱 대표집 보상금으로 받은 1,000만원과 1억 여원의 빚이 전 재산이던 윤 대표는 한장 한장 굽는 즉석구이 김으로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로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었다. ⓒ 김영의


인천 석바위시장에는 줄 서서 산다는 즉석구이 김 가게가 하나 있다. 기자가 찾아간 지난 10일에도 손님은 이어졌고, 인터뷰는 수시로 중단됐다. 윤영욱(55세) 대표는 손님을 맞이하느라 늦은 아침으로 먹던 라면이 퉁퉁 불도록 그릇을 비우지 못했다.

"오늘 새벽 4시에 집에 들어갔다가, 잠깐 눈 붙이고 10시에 다시 나왔어요. 요즘은 추석을 앞두고 있어 4~5시간 정도밖에 못 자는데도 손님들이 찾는 물량을 맞추지 못해요."

윤 대표는 "요즘은 손님들에게 못되게 하고 있다"라며 "오후 2시부터는 '1만 원 이상 못 드립니다' 안내문을 붙여 놓는다"라고 말했다. 1봉지를 사든 10봉지를 사든 윤 대표에게는 다 똑같이 소중한 손님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내가 일이 늦어요. 덜 구워도, 너무 구워도 안 되니까 일정한 맛을 내려다보니 속도가 늦어요. 그래서 한 손님이 많이 사가시면 뒤에 오시는 분은 못 사고 돌아가거나, 오래 기다리셔야 해 양보해 달라고 부탁드리죠."

손으로 한 장 한 장 굽다 보니 항상 물량이 달린다. 새벽 늦은 시간까지 일해도 다시 김을 굽기 시작하는 오후 2시가 되기 전에 다 떨어진다. 손님이 뜸해진다는 여름에도 윤 대표의 김을 찾는 이들은 꾸준하다.

"장사가 어렵다고 하는데 저희는 비슷해요. 가게 운영은 11년쯤 된 것 같아요. 단골손님 중엔 배 속에 있던 아이가 초등학생이 돼 같이 오기도 하니 세월이 많이 흘렀죠."

윤 대표는 "장사가 잘 될 때면 하루 매출 '70~80만 원' 정도 된다"고 말했다. '옛날 엄마가 구워주시던 김 맛과 똑같다'라며 찾아주는 단골손님 층도 두껍다. 석바위시장 멤버십 카드 회원 중 4200명이 윤 대표의 고객이다. 하지만 빛나 보이는 오늘이 있기까지 그가 견뎌내야 했던 시간은 길고도 힘겨웠다.

가볍지만 절대 가볍지 않은, 윤영욱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문득 불어오는 겨울바람처럼 찾아온 절망

컴퓨터를 전공한 그는 대학 졸업 전부터 용산에서 가게를 운영할 만큼 제법 잘 나갔다. 국민PC가 나오면서 조립 컴퓨터를 취급하던 가게는 접었지만, 대형할인점 입점, 친구 회사 등으로 이어지며 일은 계속 확장돼 갔다.

언제나 봄날 같던 그의 삶에 긴 겨울이 시작된 건 당뇨가 찾아온 30대 어느 날이었다.

"회사 일에 성과도 내고 인정도 받았지만, 스트레스가 심했죠. 결혼한 지 얼마 안 됐을 때였는데 당뇨가 심해져 일하는 것이 어려워졌어요. '죽지는 말자'라는 생각에 일을 모두 내려놓았죠. 하지만 먹고 살아야 하니 막노동도 하고, 다른 사업도 해봤지만 하는 일마다 안 됐어요."

연이은 실패에 빚은 늘어만 갔다. 우연히 아파트 장에서 도넛 장사를 하는 모습을 보고 한 달간 무보수로 쫓아다녔다. 꽈배기도 꼬고, 앞에서 판매도 하며 장사하는 법을 배웠다. 그 당시 그에겐 1억 원의 빚이 있었고, 집 보상으로 나온 1000만 원이 전 재산이었다.
 
가볍지만 가볍지 않은, 김이 가져다준 희망


"석바위시장 삼거리 쪽에 한 평 정도 얻어 도넛 등을 팔기 시작했는데, 겨울에는 손님이 없는 거예요. 고민하다가 김을 굽기 시작했죠. 맛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손님들이 몰렸어요."

혼자서 구울 수 있는 양이 한정돼 있어 손님들은 추운 겨울에도 1시간 이상 기다려 김을 사가기도 했다. 하루 10만 원이던 매출은 조금씩 오르기 시작해 가게도 좀 더 넓은 곳으로 옮겼다. 4년째 되던 해부터 하루 평균 40~50만 원, 많을 때는 70~80만 원까지 안정적인 매출을 냈다.

"가게를 3년 정도 했을 때 건물주가 다른 것을 한다며 나가라고 했어요. 나보다 나이 어린 사람에게 엄한 소리 들어가며 쫓겨나 이곳으로 왔죠. 상처도 많았지만, 손님들이 '연탄불에 구워 먹던 맛이 난다'라고 좋아하셔서 김 장사로 빚도 갚고 집도 샀어요."

오전 10시부터 새벽 2~3시까지 일한 지 어느새 11년, 윤 대표는 "이제는 지쳐서 그만두고 싶은 날이 매일이지만 나와 약속한 두 가지는 지키려고 노력한다"라고 말했다. 장사를 시작할 때 정한 '고객에게 잘 웃어주고', '김을 일정하게 굽자'라는 약속이다.

하지만 요즘은 일이 힘들어 손님들에게 잘 웃어주지 못한다고 고민을 털어놓았다. 함께 일할 사람을 구하지만 좀처럼 구해지지 않는다는 하소연도 덧붙였다.
윤 대표는 "다행히 이번 추석에는 군대가 아들이 연휴 기간에 휴가를 나와 일손을 도울 수 있어 한시름 놓았다"라고 했다.

윤 대표는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석바위시장 발전을 위해서도 힘을 보태고 싶다.

"공산품이야 할인점이 다양하고 저렴하지만, 먹거리, 채소, 과일 등은 가장 신선하고 좋은 물건을 경쟁력 있게 내놓을 수 있는 전통시장의 장점을 따라올 수 없다고 생각해요."

윤 대표는 '내가 파는 물건 만큼은 최고의 제품을, 적정가격으로 판매한다는 생각을 가지면 전통시장의 발전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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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를 꿈꾸며 백수가 됐지만 결국 생계에 붙들려 경기다문화뉴스 등에 기사를 쓰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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