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상에도 올리는 제주 보리빵, '멸종위기'라고요?

제주도에서 만난 보리빵의 과거와 현재

등록 2018.09.16 11:51수정 2018.09.16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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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보리빵을 맛보았습니다. 제주도에서는 오래 전부터 보리빵을 만들어서 먹고 제사상에도 올렸다고 합니다. 왜 제주도 사람들은 보리빵을 제사상에도 올렸을까요?
 

제주도에서 굿을 할 때나 제사상에 올린 먹거리를 전시해 놓았습니다. 맨 오른쪽 위가 보리빵입니다. 제주 민속역사박물관 전시실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 박현국

 
우리나라에서 빵이라는 말을 써 온 것은 일제 강점기 때부터 라고 합니다. 일본사람들은 포루투갈 말인 빵을 그대로 받아들여서 사용하였고, 그 말이 그대로 우리에게 전해졌다고 합니다.


제주도 사람들에 의하면 제주 보리빵의 원래 이름은 보리상외떡이었다고 합니다. 보릿가루에 술을 부어 반죽해서 상외떡(상웨떡)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상외떡은 보릿가루나 밀가루에 술을 부어 반죽한 뒤 시간이 지나 부풀어 오르면 반죽을 떼어 소를 넣고 둥글게 만들어 솥에서 쪄서 만들었다고 합니다.
 

보리빵 겉과 속입니다. 속에는 팥으로 만든 소가 들어있습니다. ⓒ 박현국

  
모양은 둥글게 만들기도 하고, 길게 만들기도 했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보리빵이라고 불리기도 하지만 본래 이름은 '보리 상외떡'이라고 합니다.(<한라일보>, 이현숙 기자, 2017.11.20)

제주도에서도 외면받는 보리빵

한 보리빵집 사장님에 따르면, 보리가루만 사용하면 반죽이 되지 않기 때문에 보리가루와 밀가루를 반반 씩 섞어서 만든다고 합니다. 섞어서 만들면 반죽도 잘 되고 먹기가 부드러워서 지금 만드는 보리빵은 거의 대부분 그렇게 해서 만든다고 합니다.

지금도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전시실에는 이 보리빵이 모형으로 전시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제주도에서 보리빵이 오래 전부터 사용해 왔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습니다.
 

고명으로 넣을 팥 소를 준비해놓았습니다. 된 것은 보리빵에 넣고, 진 것은 쑥찐빵에 넣는다고 합니다. ⓒ 박현국

 
제주도는 화산섬이기 때문에 논이 거의 없습니다. 제주도 사람들은 밭이 많은 거친 자연 환경 속에서 살면서 그 나름대로 삶의 방법 가운데 하나로 일찍부터 밭에서 나는 농작물로 보리를 심어서 가꾸어왔고, 그것을 먹고 살았습니다. 그리고 먼저 가신 조상님 제사상에도 보리빵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요즘은 제주도 사람들도 보리빵을 거의 먹지 않고, 제사상에도 올리지 않는가 봅니다. 제주에서 만난 한 보리빵집 사장님 말씀에 의하면 부부가 만들어서 팔만큼만 만들어서 판다고 합니다. 보리빵집 사장님과 이야기하는 도중 마침 손님이 와서 보리빵 50개를 주문하고 갔습니다. 누가 어디에서 먹을 작정이냐고 물었습니다. 대답은 종교 행사가 있어서 단체로 먹을 예정이라고 합니다.
 

쑥찐빵 겉과 소를 넣은 속 모습니다. ⓒ 박현국

   
보리빵의 부활이나 인기를 바라는 건 아닙니다. 다만 제주도 먹거리 가운데 보리빵과 더불어 지내왔던 삶과 먹거리와 자연의 고리는 기억의 선반 속에 고이 남아있기를 기대합니다. 
 

제주시 신산로 91에 있는 장원옛날보리빵집 겉 모습과 안에서 전시된 가격, 원재료 산지 안내판입니다. ⓒ 박현국

 
[참고자료]
제주 민속자연사박물관(http://www.jeju.go.kr/museum/)
<한라일보>, 제주해녀 밥상을 탐하다(http://www.ihalla.com/read.php3?aid=1511175600580045340)
농촌진흥청, <보리의 생존전략, RDA 70호>
덧붙이는 글 박현국 기자는 류코쿠대학 국제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보리상외떡 보리빵 #제주도 #장원옛날보리빵집 #먹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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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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