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정부 라인과 다른 독립운동가도 알고, 배워야죠"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514] '이름 없는 역사' 출간한 윤종훈씨

등록 2018.09.14 17:48수정 2018.09.14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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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일제로부터 해방된 지 73년 되는 해이다. 이 말을 뒤집어 보면 일제 시대를 온전히 살아오신 분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거다. 즉 대부분은 일제 식민지를 교과서로만 배웠다. 그래서일까? 우리가 아는 독립운동가는 매우 적다. 아마 이름 없이 독립운동한 이들이 더 많을텐데 말이다.

최근 이름 없는 독립운동가 이야기를 담은 <이름 없는 역사>라는 책이 출간되었다. 팟캐스트 <이이제이>에서 '세작'으로 잘 알려진 윤종훈씨가 우리가 몰랐던 독립운동가 9인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책 출간 뒷이야기가 궁금해 지난 10일 서울 합정역 근처 커피숍에서 윤씨를 만났다. 다음은 윤씨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이름 없는 역사>를 출간한 윤종훈 씨 ⓒ 이영광


 
- 광복절인 지난달 15일 <이름 없는 역사>라는 출간하셨잖아요. 처음 출간하신 거 같은데 소회가 있을 것 같아요.
"첫 책이기도 하고 어려운 내용을 담았기 때문에 이 책이 반응 있을까란 생각이 있었어요. 그리고 책의 내용에 대한 깊이 같은 것도 스스로가 부끄럽죠. 아직은 좋은 이야기만 들려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고 아직 실감 안나요."

- 책 낼 때 두렵진 않았나요? 책 낸다고 누가 사줄까란 생각도 했을 거 같은데.
"사실 고민 많이 했고 용기도 필요했어요. 출판 계약은 오래 전에 맺었어요. 제가 책을 써도 될까 하는 두려움이 있어서 평소 아는 작가분에게 가서 창피한 이야기지만 고민을 얘기한 적도 있었어요. 그분이 '이건 누구 허락을 맞거나 자격 있는 게 아니고, 네가 하고 싶은 말을 잘 정리하면 되는 것이다'라고 용기를 주셨어요. 그 용기를 바탕으로 책상 앞에 앉아 자료를 정리하기 시작했죠."

- 혹시 그 작가가 우리가 아는 그분(?)인가요?
"제가 고민을 토로한 작가는 인터뷰집을 많이 내시는 지승호 작가님이에요. 5~6년 전부터 형으로 모시고 있거든요. 그 형에게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한 가이드와 격려를 많이 받았죠. 그리고 또 한 분이 있어요. 저에게 역사 쪽 관련해서 많은 지도를 해주신 김은식 작가라는 분이 계세요. 그분을 한쪽에서는 야구전문가로 아는데 그분은 독립 운동가 글도 많이 쓰셨어요."

- 전 이동형 작가 아닌가 했어요.
"이 작가는 친구고, 친구에게 고민을 털어놓기는 창피하잖아요(웃음). 이 작가에게 계약한 얘기와 어렵단 얘기는 했어요. 그리고 이 작가가 <이이제이> 하면서 하는 자료조사 방식이나 내용을 참고 안 할 순 없죠."

독립운동가 후손들 인터뷰 하다가 알게된 기구한 사연
 

<이름 없는 역사> 표지 ⓒ 이상

 
- 부제가 '잃어버린 시간에서 찾아낸 독립 운동가 9인'이에요. 책에 수록된 9명을 주목한 이유가 있을까요?
"독립 운동가를 조망해 봤을 때 3.1운동, 임시정부 등 활동에 대해 기억하는 사람들은 유명한 사람이 많잖아요. 안중근 의사, 윤봉길 의사, 김구 선생 등 대표적 인물만 배우잖아요. 제가 조망한 아홉 분은 그 사건이나 인물 근처에 있었지만, 그 인물 못지않게 치열한 자기 역사를 만든 분들이거든요. 쉽게 비교하면 하나의 큰 공연을 만들기 위해서 많은 분이 노력하지만 가수만 기억해요. 그러지 않고 각자의 지점에서 최선을 다해 독립운동 하신 분들 이야기를 기록하고 싶었던 거죠."

- 강우규 의사나 차리석 선생은 많이 알려진 분 아닌가요?
"강우규 의사는 독립운동사에 관심 있는 분들이면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 책의 대상을, 학교에서 배우는 독립운동사만 아는 분들에게도 소개해 주고 싶어서 강우규 의사를 앞에 넣었죠."

- 독립운동가 이야기를 쓰게 된 계기가 있을 거 같은데.
"원래 제가 개인적으로 관심 있던 부분은 각 지역에 대한 역사였어요. 그런 거로 준비해 볼까 했죠. 출판사 대표님하고 자주 미팅 하는데 문득 독립운동가 이야기 아는 게 있냐고 하시더라고요. 제가 당시 정규 고용 상태는 아니었지만 일하던 데가 독립 유공자 유족회예요. 물으시길래 너무 비참한 이야기가 많아서 일반은 모르는 부분도 많다고 했죠. 그랬더니 책 쓸 수 있냐고 하세요.

제가 책 써본 적은 없고, 역사라는 건 역사 전공자도 결기가 없으면 쓰기 어렵잖아요. 제가 처음에 완곡히 거절했었요. 그런데 또 이야기하시길래 인터뷰하고 자료 찾아서 미약하지만, 도전해 보겠다고 했죠. 왜냐면 전 이분들을 인터뷰 할 수 있는 자리에 있었거든요. 채절자 여사나 양옥모 여사를 일반인은 잘 모르잖아요. 제가 그분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인터뷰 제안을 드렸고 기록해야겠다는 생각했죠."

- 얼마나 걸린 건가요?
"앉아서 자료를 모으기 시작한 건 2년 넘어요. 인물들을 어떻게 나열할지 글이 안 나가더라고요. 본격적으로 준비한 건 올 4월부터예요. 머릿속엔 인터뷰 내용이 있는 거죠. 독립운동사에 대한 자료를 모아놓고 마감에 쫓겨 썼어요." 

- 후손들을 인터뷰하셨잖아요. 에피소드도 있을 거 같은데.
"사실 채규호 선생 덕분에 책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광주 학생운동 하신 분이죠. 따님인 채절자 여사님이 (성격이) 밝으시고 시원하게 얘기하세요. 아버님 자료를 찾아왔는데 사망 연도가 안나오는 거예요. 서훈 받으시면 대부분 사망 연도가 있거든요. 그래서 물었더니 보도연맹 사건 때 돌아가셨다고 덤덤히 말씀하시는 거예요. 깜짝 놀랐어요. 제가 준비한 내용은 광주학생운동 물어보려고 모신 건데 보도연맹 이야기가 나오더라고요. 그러면서 하시는 이야기가 뼈아팠죠.

아버지가 몇 번의 출석 요청을 거부하다가 어느 여름날 어머니에게 '내 도민증 가슴에 들어 있으니 잘 기억해'라고 하셨대요. 당신이 죽을 걸 알고 계셨던 거예요. 끌려가고 가족은 몰랐는데 친척이 와서 찾으러 가자고 한 거예요. 소문 듣고 안 거죠. 미친 듯 갔대요. 여름이니 시체가 빨리 썩잖아요. 친척이 도민증으로 찾은 거예요. 그런 얘기를 덤덤히 해주는데 듣기 힘들더라고요.

또 다른 에피소드는 영화 <밀정>에 보면 김원봉이라면서 배우 이병헌씨가 나와요. 이병헌씨와 주인공인 송강호씨가 처음 만나 술 마시잖아요. 술 마시는 장소가 한약방으로 위장한 독립 운동가 비밀 아지트예요. <밀정>은 그 이후 나왔을 거예요. 제가 인터뷰한 분 아버님이 실제 그걸 하셨던 거예요. 중국에서 백초당이라는 비밀 연락처를 개설해서 아지트로 썼죠."

- 책에 담지 못했지만 말하고 싶은 인물이 있을 거 같은데.
"취재하고 미처 담지 못한 분도 있어요. 말하자면 유족들이 원치 않으셔서 이름은 밝힐 수 없고요. 할아버지는 의열단 부단장이었고 아버지도 의열단이었어요. 아버지가 가끔 마을에 와서 고구마를 던지고 가요. 집에 가면 일경이 기다리니까요. 그러다 어머니가 체포되셨어요. 아들은 갈 곳에 없으니 감옥 그 앞에서 놀이터인 거처럼 놀아요. 어머니는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항일 투쟁하다 말에서 떨어져 돌아가세요. 가정이 없어졌죠. 이분은 나중에 자랄 때 서울역 옆에 염천교가 있어요. 옛날에 드라마 <왕초>에서 묘사했죠. 평생을 그렇게 사시다 돌아가신 거예요. 유족들은 아버지가 나쁜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어요."

현충원 논란은 독립운동을 어떻게 보느냐의 문제

- 독립 운동가의 이야기를 들으며 생각해볼 지점이 있었을 거 같아요.
"이 나라는 아직도 제대로 된 나라가 되려면 먼 거 같아요. 미국이란 나라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미국의 참전 용사 대우는 우리와 다르잖아요. 이번에도 북으로부터 참전군인들 유해를 소환받죠. 이게 뭐냐면, 어쨌든 나라는 너희를 기억하고 존경한다는 뜻이에요. 그런데 우린 극단적으로 얘기하면, 없어요. 거꾸로 생각해 보자고요.

삼일절에 만세 부른 사람이 전국에 있다잖아요. 해방 후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어서 한국에 돌아오는 광복군은 10만 명에 가까워요. 그러면 우리가 원호 대상으로 삼아야 할 사람들이 최소 몇 백만 아닌가요? 하지만 없어요. 왜냐면 우리나라는 독립운동 한 이후 그분들 후손들이 대부분 좌익으로 몰려요. 한국에서 빨갱이라고 하면 2000년대까지도 이름 못 꺼냅니다. 이건 기가 막힌 거예요. 이 나라는 아직 반 발자국도 못 왔단 생각 들죠."

- 그래서 김원봉이 월북한 거 아닌가요?
"밀양에 가면 해천이라는 천이 있어요. 양쪽에 독립 운동가를 기리는 거리를 조성했어요. 거기 가면 70개의 명패가 있어요. 서훈 받으면 표시돼 있더라고요. 맨 오른쪽 하단이 김원봉이에요. 밑에 '의열단장'이 끝입니다. 김원봉은 서훈이 없잖아요. 북에 갔잖아요. 북으로 간 김원봉은 공산당 중 연안파잖아요. 김일성은 소련파죠. 숙청 당해요. 김원봉 역사는 북에도 없어요. 김원봉은 남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이 돼 버렸죠. 그리고 그의 부인인 박차정 묘는 공동묘지 맨 끝자락에 있어요.

남쪽도 잘못하는 게 공산당 계열의 독립 운동가는 잘 얘기 안 합니다. 임정과 라인이 다르잖아요. 그 역사도 내부 분열의 역사거든요. 독립운동 목적은 일본으로부터 나라 독립을 원하는 건데 당 이름도 많아요. 근데 우리는 이기는 역사만 배우죠. 우리가 일본 지배받은 거도 억울한데 독립 운동가 역사도 임정 역사만 배우게 되어 있어요."

- 정권이 바뀌었는데도 그건 안 달라지네요.
"문재인 정부 탄생 기조와 여러 가지 행보를 보면 기존의 정권들보다는 독립운동가에 대한 예우나 방향이 낫기는 해요. 3대까지 지원해서 월 몇 십만 원이 나와요. 그리고 문 대통령 지지율 지금이야 떨어지긴 했지만, 작년 임시정부 가서 사진 찍었잖아요. 그 역사를 가져오고 논란인 건국절은 철저히 잡고 가겠다는 의지는 있어 보이죠."

- 문재인 정부도 임정만 언급하지 사회주의 계열은 언급 안 하잖아요.
"모르겠어요. 단정 지을 수 없고 내년부터 많은 사업 하겠다고 하니까. 대단한 사업 기대도 안 하고 최소 이름이라도 언급해 주는 게 예의 아닌가란 생각은 들어요. 간간히 책으로는 독립 운동가 이야기가 나와요. 근데 그걸 가지고 영화나 드라마 안 만들죠. 역사 공부하는 전공자들도 거긴 주류가 아니라고 하죠."

- 현충원이라는 국립묘지가 있어요. 그러나 거기엔 친일 행적이 있는 반민족 행위자가 있고 오히려 독립운동가 대다수는 국립묘지가 아닌 곳에 묻히셨잖아요. 굴곡진 현대의 단적인 예 같은데.
"어쩌면 현충원이라는 곳에 대해서 우리가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을 거 같아요. 물론 다 거둬내야 하는데 너무 많아요. 현충원 논란은 다시 뭐로 가냐면 친일한 자들 가운데 독립운동 관련해 국가로부터 서훈받은 자들 자격을 빼앗아 오는 것으로 출발하는 거거든요. 일부는 회수했습니다. 근데 그게 정리 안 되면 현충원 논란은 결코 해결 안 될 겁니다. 광복회가 만들어질 당시 박정희가 본인은 만주에서 독립군 소탕하던 만주군이었잖아요. 자기 행적을 물타기 하려고 광복회 서훈 명단 물타기 해요.

거기서부터 출발해야죠. 못 지우잖아요. 현충원 논란은 독립운동을 어떻게 보느냐죠. 이건 조금 논란이 될 수 있겠지만 서훈 주는 건 예를 들어 독립운동 언제부터 언제까지 했고 일경에 검거되거나 구류 산 게 있어야 해요. 근데 서훈받은 모든 분을 폄하하는 건 아니지만, 아주 일부는 1940년 말 애매한 때 잠깐 하신 분도 있죠. 거꾸로 일경에 체포된 근거가 없어요. 만약 제 할아버지가 독립운동 했지만, 도망 잘 다녀서 안 잡혔다면 제 할아버지는 독립운동가가 아니에요. 다시 손봐야 할 필요 있죠."

- 대표적 친일파라면 박정희잖아요. 박정희만이라도 현충원에서 쫓아내야지 않을까요?
"정치인들 행보를 볼 때 지금의 여권 지지하는 진보진영 지지자들이 이런 얘기할 때가 있어요. 박정희 참배에 대해 비판해요. 정치 행보는 그렇다 쳐요. 한쪽만 보고 정치할 수는 없잖아요. 이 논란이 반복되는 이유를 봐야 한다는 거죠. 친일행각이 있었는데 규정을 못 하고 넘어가니 논란인 거죠. 논란 이유가 있으면 그 이유를 치우면 되잖아요. 근데 그 교육 못해요.

박정희가 친일파인 건 알음알음 다 알아요. 근데 그걸 인정하면 먹고 살게 해줬다고 하죠. 그럼 친일해도 되냐는 거죠. 그리고 박정희 쫓아내는 건 쉽지 않죠. 적극적 부역과 생계형 부역이 있어요. 그럼 어디까지 용서해줄까부터 출발해야죠. 박정희 논란도 마찬가지예요. 박정희 비난하면 공 얘기하고 정리 안 돼요. 그렇다고 보수 빼고 대한민국 끌고 갈 순 없죠. 그러나 정리해줄 순 있죠."

- 마지막으로 한마디 부탁드려요.
"제가 이 책 쓰며 고민한 게 두 가지였어요. 하나는 제 생각이나 의도가 너무 많이 들어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또 하나는 사실상 책을 보시면 인물에 대해 너무 개괄적으로 평가했다고 생각하실 거예요. 어떤 의도냐면 역사를 공부하려면 우린 너무 많은 걸 알아야 해요. 근데 전 이 책을 보고 이 사람들을 아는 것에서부터 출발이 아닐까란 생각으로 썼어요.

너무 많이 하면 어렵잖아요. 그리고 그 이후는 독자들 선택이라고 보기 때문에 최대한 독립 운동가들 안내서를 쓰고 싶다는 의도로 책을 준비했습니다. 많은 분이 보시며 내용의 부실함이나 방향성에 대해 논할 수는 있지만, 이건 많은 사람에게 읽히고 싶어서 조금은 가볍게 일단 이런 분이 있었고 우린 기억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썼다고 생각해 주시면 감사할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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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너뷰'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출판 담당 기자로 '다다와 함께 읽은 그림책'을 연재하며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를 펴냈습니다. ohmybook201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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