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지 없는 생태도시, 슬로시티는 허구일 수 있어"

[인터뷰] 정의당 서윤근 전주시의원

등록 2018.09.14 08:06수정 2018.09.14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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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질의중인 서윤근 전주시의원 9월 11일 제353회 전주시의회 본회의에서 '전주시민의 보행권 확립 촉구하였고 가로등에 게시하는 광고대의 적절한 관리에 대한 시정질문을 하였다. ⓒ 김길중

 
정의당 소속 전주시의회 서윤근 의원이 지난 11일 열린 제353회 본회의에서 시정 질문을 통해 "아동 친화도시로 자랑하는 전주에서 우리 아이들은 안전하게 걷고 뛸 수 없고, '국제 슬로시티 전주'에서 편안하게 걷고 쉬며 '느림의 미학'을 만끽할 수도 없다"라고 꼬집었다. 시민들의 보행권 침해에 대한 전주시장의 소극적 행태에 대한 질타였다.

이날 시정 질문에서 서 의원은 "국제 안전도시 인증을 홍보하며 자랑하지만 최소한 걷기 좋은 도시를 만들겠다는 포부가 빈말이라는 비난을 받지 않으려면 실효적이고도 분명한 중장기 계획 수립에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당장 무참하고도 고질적으로 훼손되고 있는 보행 권리의 회수를 위한 행정권 발동"을 촉구했다.

서 의원은 이날 질의에서 '영화의 거리'와 '웨딩거리'의 사진을 첨부한 질의를 통해 "번듯하게 조성한 거리를 차들이 가로 막아 불법 주정차 되어 있고 정작 사람들은 사이사이를 피해가며 다니고 있다"라고 현실을 꼬집었고 "휠체어와 유모차가 이동하기에는 엄두도 내지 못한다"며 "어찌 이것을 걷고 싶은 도로라고 부를 수 있겠느냐"며 말을 이어갔다.

또한 "제가 이름을 밝히지 않고 120 생활민원을 통해 접수를 하고 몇 시간을 기다려보았는데 해결되지 않았다"며 불법 주정차 단속의 허술함을 지적하였다.
 

불법주차된 차량과 주행중인 차 사이를 걷고 있는 시민. 서 의원이 시정질의에서 활용한 전주 영화의 거리 사진이다. ⓒ 김길중


이에 대해 김승수 전주시장은 "보행환경 개선을 위한 중장기 계획 수립을 위해 2015년 9월부터 2018년 1월까지 2년 반 동안 용역을 추진"했음을 밝히며 "덕진구 8곳, 완산구 8곳 등 16곳을 우선순위를 두어 순차적으로 정비하겠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아울러 '교통약자가 제일 많은 평화1동'을 언급하며 장애인을 비롯한 교통약자의 보행권 확충에 관한 언급을 하였다.

이어진 답변에서 임기가 시작되었던 2014년도에 15만 9000건이었던 불법 주정차 단속건수가 2017년에 19만 3000건으로 늘었음을 설명하였다. "우리 시가 몸을 사리거나 표를 의식해서 하지 않습니다"라며 불법 주정차 단속에서의 애로사항에도 불구하고 노력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김 시장은 '주차장 한 면 마련하는데 평균 8000만 원가량이 소요 된다'며 주차장 확충에서의 어려움을 답변하였다. 김 시장은 "민선 7기에 가장 중요한 과제로 알고 임하겠다"며 행정 내부에 특별 TF를 구성 중에 있음을 밝혔다.

서 의원의 "시장님과 다시 만날 시간이 12월일 것 같은데 석 달간 조금이라도 변화를 볼 수 있겠습니까?"라는 질문에 김 시장은 "하반기에 전주시 전체를 대상으로 일제 현황조사를 실시해서 보행권 확보를 위한 대책을 수립하고 시설물 정비는 물론 보도상의 불법적인 점용행위 등 점검 관리"를 밝혔다.


본회의에서의 시정 질문과 답변에 대한 서 의원의 평가와 보행권 현실과 개선방향에 대해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불법 주정차 해결은 무엇보다 의지의 문제"

- 전주의 보행환경이 어떻다고 평가하십니까?
"전주역 앞 '첫 마중길'도 그렇고 질의에서 언급한 '영화의 거리'나 '웨딩 거리'등 아름답고 잘 가꾸어진 길이 많습니다. 하지만 길이 반듯하다고 걷고 싶은 마음이 생길까요? 거리를 걸어본 사람들은 알 수 있습니다. 사람이 다니라고 만들어 놓은 보도 위에 버젓이 주차되어 있는 차와 적치물로 인해 사람들이 차도로 돌아가야 하곤 합니다.

기껏 길을 꾸며 놓으면 뭐하나요. 문제는 인프라가 아니라 소프트웨어, 즉 그 길을 사람들이 어떻게 움직이고 활용하는가 하는 의식과 문화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말 하기 좀 그렇지만 전주시민들의 교통과 기초질서 의식은 많이 바뀌어야 할 것 같습니다."

- 보행환경의 현실을 지적하고 답변을 들어본 입장에서 김 시장님의 답변에 대해 평가해주신다면 어떤지요?
"이런 질의가 있을 때마다 듣게 되는 답변에서 허무하고 내용 없게 느껴지는 경험이 좀 많은 것 같습니다. '일제 점검을 통해 하반기 중에 개선하고 챙기겠다. TF 팀을 만들겠다.'와 같이 원론적이고 두루뭉술한 답변에 그치는 것 같습니다. 문제는 의지라고 생각합니다.

민선 7기의 핵심적 과제라고 언급하셨는데 제가 원했던 답은 그래서 구체적으로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의회에서는 어떤 협조를 해주면 좋겠는지, 시장이 가지고 있는 어려운 고충을 어떻게 나누면 좋겠는지... 이런 답이 줄줄 나와야 하는 것 아닐는지요?"

- 서 의원님께서 생각하시는 해법이 있나요?
"불법 주정차 문제 해결은 무엇보다 의지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일본, 독일을 비롯해 대부분의 나라에서 잠금장치를 단속기법으로 활용하기도 합니다. 견인과 함께 가장 강력한 단속 수단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장치를 통해 단속을 당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다시는 불법 주정차를 안 하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제도화되지 않은 상태인데 부산진구, 충남 청양군, 인천 계양구 등에서 족쇄를 통한 단속을 시행한다고 합니다. 세금과 과태료 상습체납 차량과 견인 시 시비에 휘말리는 외제차 단속 등에 활용하고 일부 지자체에서는 제한적으로 이 장치를 사용한다고 합니다. 소화전이 있는데 화재진압을 방해하는 곳에 주차하여 피해가 막대한 곳의 불법 주정차와 인도 위에 사람들의 통행을 가로막는 행동은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것 같습니다.

우선 정말 시급하게 보행권을 가로막는 얌체행위로부터 바로 잡아갈 필요가 있는 것이지요. 그다음에 주차장 확충의 어려움을 토로하셨는데요. 주차공간의 부족은 주거지역과 상업지역, 이면도로와 대로를 구분해서 살필 필요가 있습니다. 앞서 시정 질의에서 언급한 영화의 거리 안에는 많은 주차장이 있습니다. 그 공간 안에 주자창이 부족한 것은 아니지요.

우선적으로 보도와 차 없는 거리로 운영하는 구시가권 같은 곳에서 잠금장치가 아니더라도 지금 가지고 있는 장비와 인력만으로 강력하게 질서를 잡아가야 합니다. 그리고 교통에 영향이 많은 간선도로 하나를 정해서, 기린대로가 자전거 전용차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데 이곳부터 시작해 연차적으로 확대해 가는 것이죠. 그리고 주택가와 이면도로는 말 그대로 장기적으로 주차장 확보가 필요하죠.

또 하나 보태자면 차량이 너무 많습니다. 차를 가지고 다니는 것이 불편하고 자전거와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편하게 만들어 가면 차량은 줄게 마련입니다. 외국이 그렇고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가 그렇지 않습니까? 정리하자면 시장님 말씀처럼 정말 중요한 문제로 여기고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차근차근 적용해 풀어 가려는 '의지'가 행정행위에 담겨있는가 아닌가의 문제입니다."
 

인도위에 주차된 차량 서윤근 의원은 이날 시정질문과 인터뷰를 통해 잘 정비된 외관이 아닐 보행자가 제대로 마음 놓고 다닐수 있는 보행권 확립이 이뤄지지 않는 '걷기 좋은 도시'란 없다고 강조하였다. 아울러 우선적으로 보도위의 불법주차부터 해결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 김길중


- 시장님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시의원들의 역할도 중요하지 않을까요? 지역구마다 상가 주변의 주차단속 카메라 작동과 관련한 민원이 많다고 들었는데요.
"그래서 시장님의 의지가 중요하죠. '우리가 같이 풀어야 하는 문제이며 그 해법을 이렇게 구상하고 있다. 시장은 이렇게 역할할 거니 시의원님들도 이런 방향에 적극 의견을 제시해 주시고 합의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 이렇게 의지를 피력하고 의회의 협조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시의원이 자기 상가 주변의 단속카메라가 일정 시간 동안 눈감아 달라고 청하는 민원을 해결해 줘야 하는 입장에 서게 되잖아요."

- 시정 질의에서 못다 한 이야기가 있다면 이 자리를 빌어서 한 말씀 부탁할게요.
"길이 화려하고 아름답다고 걷고 싶은 도시가 아닙니다. 길을 가는데 아무런 제약이 없이 갈 수 있는 길이면 그 바닥재가 무엇이어도 상관없습니다. 거기에 더해 어느 판단력 부족한 아이가 살짝 차도로 나가더라도 예기치 않은 상황마저 흡수할 수 있는 상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차도를 다니는 차량이 아니라 길을 걷는 사람을 위한 최대한의 배려가 이뤄지는 곳이 걷고 싶은 도시입니다.

김 시장님의 근본적인 생각이 저와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한데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 많습니다. 버스에 장착되어서 간선도로를 오가며 불법 주차된 차량을 자동으로 단속하는 장치를 수 억 원을 들여 도입했다고 합니다. 이 장치가 제대로 활용되고 있지 않다고 합니다. 조만간 이 문제와 고정되어 있는 불법주차 단속카메라 등의 활용실태를 점검해보려고 합니다.

일각에서 이미지와 홍보에 치중한다고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정말 걷고 싶은 도시로 가고 있나?'하는 의구심이 일수도 있습니다. 의지가 담보되지 않는 생태도시, 슬로 시티는 허구 일 수 있습니다. 그 의지가 확실하게 드러나는 대목이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거듭 강조하지만 생태도시, 안전도시, 걷고 싶은 도시는 외관과 인프라에서 구현되지 않습니다. 시민들의 의식변화와 우리 삶의 행태를 바꾸어야 합니다. 정책이 그것을 유도해내는 치밀하고 잘 설계된 (행정)집행에서 만들어집니다.

제가 이번에 질의하고 약속한 대로 민선 7기의 중점 과제로 여긴다면 12월의 답변에서 얼마간의 진척이 있으리라 기대하며 지켜보겠습니다."
#전주시의회 #정의당 #보행권 확립 #걷고 싶은 도시 # 서윤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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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타는 한의사, 자전거 도시가 만들어지기를 꿈꾸는 중년 남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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