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과 박원순은 동반자 관계, 엇박자 얘기 안 나오게 하겠다"

[인터뷰] 청와대 비서관에서 서울시 정무부시장 된 진성준

등록 2018.09.14 15:16수정 2018.09.1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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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성준 서울시정무부시장 ⓒ 유성호



"문재인 대통령이 원칙주의자라면, 박원순 서울시장은 실용주의자다. '청와대 강경파' 진성준이 문 대통령을 떠나서 박 시장 밑에서 잘 적응할 수 있겠나?"

6.13 지방선거가 끝난 후 진성준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이 서울시 정무부시장으로 자리를 옮긴다는 소식에 장하성 정책실장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농담조로 한 말이라지만, 문 대통령을 청와대에서 보좌하고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장(1997~2003년)으로서 박 시장과도 손발을 맞춰본 장 실장이 진 부시장에게 내린 평가라서 눈길을 끈다.

정무부시장은 서울시의 정무직 공무원 중에서 '서열 2위'에 해당하는 자리로서 시청과 정치권 관계를 조율하는 역할을 맡는다. 박 시장이 진 부시장에게 먼저 자리를 제안한 이유도 그에게 중앙정부와의 '가교' 역할을 주문한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에 들어가기 전 그는 2014년 박 시장의 재선캠프 대변인을 지냈고, 2017년 대선에서는 경선 단계부터 문재인 캠프에서 전략 분야를 담당했다.

진성준 부시장은 12일 <오마이뉴스> 기자를 만나 문 대통령과 박 시장의 관계를 이렇게 설명했다.

"두 사람 다 서로가 동반자라는 생각은 확고하다. 박 시장이 강북구 옥탑방에 간다고 하니 '이 더위에 고생한다'고 선풍기를 보내는 게 문 대통령의 마음이다. 그러나 동반자의 의미가 둘이 '한 몸'이라는 것은 아니다. 동반자가 후계자가 될지도 아직 모르는 일이다."

진 부시장은 서울시에 오자마자 당정 관계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큰 홍역을 치렀다. 박 시장이 7월 10일 여의도·용산을 재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후 서울의 부동산 가격이 앙등하고 국토교통부가 반발하자 6주 만에 계획을 보류하고 물러서는 일이 발생했다.

진 부시장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사전조율이 원활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하면서도 "서울시장에게 부동산 시장을 제어할 권한은 없고 도시계획의 임무만 있는 상황에서, '왜 개발계획 발표해서 부동산 시장에 불을 지르냐'고 탓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항변했다.

부동산 대책을 둘러싼 중앙정부와의 신경전은 서울 근교 그린벨트의 해제 논의로 이어지고 있다. 진 부시장은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박 시장을 지난 6일 만났을 때 이 대표가 그린벨트 해제를 요구하지는 않았다"며 "부동산 문제는 공공임대주택의 대량공급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게 박 시장의 일관된 생각"이라고 전했다.

진 부시장은 박 시장의 차기 대통령 도전에 대해 "박 시장은 누구도 가보지 못한 제3의 길을 가고 있다, 자기가 가장 잘 하는 일로 승부를 보기로 결심했다"라며 "시대의 부름을 받으면 책임을 감당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3선 시장으로 만족할 것"이라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다음은 인터뷰 일문일답.
 

- 여름엔 강북구, 겨울엔 금천구, 1일 휠체어 체험 등등 박 시장의 '체험 정치'를 어떻게 봐야하나?
"박 시장이 현실을 몰라서 하는 건 아니다. 체험하지 않아도 장애인용 저상버스를 도입하거나 지하철 승강기를 교체하는 지시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다만, 시장이 몸소 그들과 함께 하는 것 자체가 우리 사회에 주는 분명한 메시지가 있다.

정치 기획 측면에서도 탁월했다고 평가한다. 노이즈마케팅이라는 말도 있지만, 논쟁거리가 있어야 정책의 효과도 높아진다. 역으로, '쇼한다'는 야당의 공격이 옥탑방살이의 정치적 의미를 키워줬다. 논란으로 인해 당초 계획이 꺾인다면 문제겠지만, 논란을 통해 정치인이 던지는 메시지가 더 선명해지는 효과가 있다."

- 정무부시장 부임 후 가장 큰 이슈가 여의도·용산 재개발 파문이었다. 6주 만에 결정을 뒤집는 과정에서 박 시장과 서울시는 어떤 교훈을 얻었나?
"정책 믹스(mix)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았다. 서울시장에게는 과세든 공시지가 결정이든 부동산 시장을 제어할 권한은 없고, 도시계획의 임무만 있다. 그러나 이것이 부동산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면, 이를 제어하기 위한 또 다른 정책수단을 강구하는 게 맞다. 박 시장에게 부동산 앙등의 책임을 묻는다면, 시장을 제어할 권한이 있는지도 같이 살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런 측면이 생략된 채 '왜 개발계획 발표해서 시장에 불을 지르냐'고 탓하는 것은 좀 부당하다."

- 서울시·경기도처럼 전국 부동산에 큰 영향을 주는 지방정부는 청와대·국토부와 사전협의하는 테이블이 있어야 하지 않나?
"그런 게 이뤄져야 하는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사전조율이 원활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 서울의 특정지역 개발은 시장의 고유 업무인데 청와대나 국토부가 '뭘 하는지 좀 보자'고 하기도 어렵다. 서울시도 개발 사업의 추진 여부를 중앙정부에 묻는 게 이상해 보인다. 서울시가 계획을 세워서 부동산이 뛰는 조짐이 보이면 정부는 정부 나름의 정책수단을 쓰면 된다. 김현미 국토부장관이 '(국철이 지나는 용산은) 국토부 승인 받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낸 이유다. 중요한 것은, 각자의 처지와 입장에서 맞는 정책수단을 내는 것을 엇박자로 보면 안된다."

"사전조율 미흡하다는 여론 받아들이지만, 관대한 시선으로 봐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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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성준 서울정무부시장이 1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자신의 집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박원순 시장과의 관계에 대해 “두 사람 다 서로가 동반자라는 생각은 확고하라”라며 “자신의 기본 임무는 문재인 대통령과 박원순 시장의 동반자 관계를 유지시키는 것이다”고 말했다. ⓒ 유성호

 
- 시민들은 엇박자 논란이 나오기 전에 정부가 내부 조율을 통해서 정리된 의견을 내놓기를 바란다. 부시장 말대로라면, 앞으로도 이런 일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은데?
"그런 일 절대 있어선 안된다는 식으로만 얘기하면 안된다.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유화 메시지를 던지고, 다른 참모들은 강경 메시지를 던지는 것을 엇박자로만 볼 수 있나? 미국 특유의 양동 작전으로 볼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우리 정부 부처도 강조점·지향점이 다르기 때문에 목소리가 각각 나올 수밖에 없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소득주도성장을 강조하는 것과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혁신성장을 강조하는 것도 '정부가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하는구나'라고 이해할 수 있는데, 또 엇박자 나는구나라고 보는 건 곤란하다. 물론, 부동산 앙등이라는 결과물에 대해 사전조율 미흡을 지적하는 여론은 겸허히 받아들이려고 한다. 하지만, 조금 더 관대한 시선으로 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한다."

- 당정과 서울시의 그린벨트 해제 논의는 어떻게 되고 있나?
"환경보존 측면에서 그린벨트를 보전해야 한다는 가치가 있다. 한편으로, 국토부는 매매가 올라가니 당장 살 수 있는 분양주택 물량을 늘리자고 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이게 또 하나의 로또가 되어버리지 않겠나? 일확천금의 투기 심리를 부추길 수 있다. 국토부는 그린벨트 풀면 주택가격 안정에 효과가 있다고 보지만, 나는 없다고 본다."

- 그린벨트 해제 문제는 추석 연휴(22일) 시작 전에는 결론을 내야하지 않나?
"국토부는 그러길 원하고 있지만, 서울시는 그럴 수 없다고 본다. 도심 유휴지를 활용해서 공급택지를 최대한 확보하자는 게 시의 공식입장이다. 이해찬 대표와 박 시장이 6일 만났다. 박 시장에게 확인한 바로는, 그 자리에서 이 대표가 그린벨트 해제를 요구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박 시장의 일관된 생각은 '공공임대주택을 대량공급해야 한다, 당장 급하다고 저가의 분양주택을 공급하면 또 다른 로또가 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고 있다."

- 서울시의회의 최대 현안이 '지방분권'이다. 그런데 11일 발표한 정부의 지방분권종합계획에 대해 알맹이가 하나도 없다는 비판이 많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방분권 의지는 분명하다. 11일 발표는 대통령 직속 위원회의 정책 권고안이다. 권고안이 좀 더 세부인 로드맵을 담았다면 좋았겠지만, 정부 내 이견이 조율되지 않아서 그 정도 밖에 안 나온 게 아닌가?"

"기재부, 행안부... 개혁에 저항하는 관료세력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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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성준 서울시정무부시장 ⓒ 유성호

 
- 작년 10월 행안부 발표 이후 1년 여 만에 정부 위원회가 비슷한 안을 내놓았다. 정부 출범 1년 3개월 시점의 속도가 이 정도라면 시간만 끌다가 끝날 수 있다.
"문재인 정부 뭐하냐고 하지만 말고, 기획재정부나 행정안전부를 특정해서 (개혁을) 촉구해야 한다. 대통령의 의지는 분명한데, 정부 내에서 그런 저항들이 계속되고 있다. 기재부나 행안부 등등 개혁에 저항하는 관료 세력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내가 청와대에 있을 때는 그런 개혁과제들을 대통령 발의 개헌안에 담아내려고 했다. 그런데 야당의 정략적인 접근으로 표결이 무산되어 버렸다. 개헌이 좌절된 상황에서 그걸 구체화시켜야 하는데 정부간 조율을 마치지 못한 상황에서 (권고안을) 꺼내놓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 사석에서 "박 시장이 작은 일을 너무 많이 하고 있다. 토목은 아니더라도 시민들의 삶을 변화시킬 프로젝트, 대표 사업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메가 프로젝트까지는 아니라도 규모 있는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생각은 박 시장도 가지고 있다. 11일 발표한 '청년자치정부' 프로젝트도 그런 흐름 위에 있다. '서울페이'도 박원순의 대표 브랜드가 될 수 있다. 서울페이 시스템이 정착되면 전국의 소상공인이 혜택을 볼 수 있다. 그야말로 국민의 삶을 바꾸는 메가 프로젝트가 될 수 있다. 서울시의 도시재생 프로젝트도 국토부가 받지 않았나?"

- 3선 시장까지 했는데 박 시장의 행로는 어떻게 되나?
"3선 시장이 아니라 국회의원 재보선에 도전했다면 이른바 '여의도 정치'의 감각을 익힐 기회가 있었겠지만, 박 시장은 가장 잘 하는 일로 승부를 보기로 결심했다. 정치인의 가능성 측면에서, 박 시장은 누구도 가보지 못한 제3의 길을 가고 있다. 그러다가 시대의 부름을 받으면 책임을 감당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3선 시장으로 만족할 것이다."

- 박 시장이 청와대 비서관 출신 진성준을 부른 이유가 문재인과 박원순, 둘의 가치를 잘 융합해주길 바란 것 아닌가?
"두 사람의 이상적인 관계는 '동반자'다. 따로 간다면 서로 답답한 일들이 굉장히 많을 것이다. 두 사람 다 서로가 동반자라는 생각은 확고하다. 박 시장이 서울 강북의 옥탑방에 간다고 하니 '이 더위에 고생한다'고 선풍기를 보내는 게 대통령의 마음이다. 그러나 동반자의 의미가 둘이 '한 몸'이라는 것은 아니다. 동반자가 후계자가 될지도 아직 모르는 일이다. 작년에는 문재인의 칼라가 국민의 부름을 받았고, 박원순 칼라의 운명은 좀 더 지켜봐야겠다."

"역대 정부마다 있던 비선실세·최측근 그룹, 문재인 정부에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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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성준 서울시정무부시장 ⓒ 유성호

 
- 두 정치인의 인간 관계가 아무리 좋아도, 참모의 잘못된 보좌를 지적하다가 정치적 관계까지 틀어지는 것을 왕왕 목격했다.
"과거와는 양상이 좀 다를 것이다. 역대 정부마다 대통령의 비선실세나 최측근 그룹이 있었는데, 문 대통령에게는 그런 존재가 없다. 심지어 장관이나 참모들은 안보이고 대통령만 보인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한마디로, 호가호위하는 세력이 없다는 게 문재인 정부의 장점이다. 이런 특징이 사고의 위험을 줄이겠지만, 소명의식을 가지고 이 정부를 이끌 참모그룹을 발굴하는 것이 숙제다."

- 부시장 하는 동안에 이거 하나는 확실히 해놓고 가려는 게 있나?
"지방자치 제도를 진일보시켜야 하는데, 내 힘만으로 될 수는 없다. 국회 입법, 정부 시행령으로 뒷받침해줘야 할 과제다. 솔직히 말하면, 책임지고 할 일을 아직 찾는 중이다. 그러나 기본 임무는 문재인 대통령과 박원순 시장의 동반자 관계를 유지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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