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영장 정보' 전달한 판사들 "이런 경우는 없었다"

검찰 조사에서 인정 "신광렬 수석부장이 요구"... 법원행정처 개입 정황 짙어져

등록 2018.09.13 19:55수정 2018.09.14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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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전 대법원장 체제에서 법원행정처가 대법원 판결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지난 5월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정문의 모습. ⓒ 이희훈


신광렬 전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수석부장판사에게 수사 정보를 넘기고, 법원행정처 내부 지침을 전달받은 현직 판사들이 최근 검찰 조사에서 사실관계를 인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당시 상황을 두고 "지금까지 이런 경우는 없었다"고 했다.

13일 <오마이뉴스> 취재 결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은 지난 주말 성창호·조의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소환조사했다. 이들은 2016년 '정운호 게이트' 때 영장전담판사로, 김수천 당시 인천지법 부장판사가 뇌물을 받은 혐의로 수사 선상에 오르자, 신 부장판사에게 수사기록을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두 판사는 검찰 조사에서 "신 부장판사가 요구했다"며 "영장 정보를 복사해줬다"고 진술했다. 이들은 "이런 경우는 없었다"며 형사수석부장이 영장전담판사들에게 관련 정보를 요구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인정했다.

신광렬 부장판사는 이들로부터 건네받은 영장 정보를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건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때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실은 검찰 수사선상에 올라갈 가능성이 높은 판사 7명의 가족, 생년월일 등 개인정보까지 추려 영장을 까다롭게 보라는 신호를 주는 문건을 작성, 신 부장판사에게 전달했다. 검찰이 가족 명의 계좌추적 등을 포함해 관련 영장을 청구할 경우를 대비하라는 뜻으로 보인다.

신 부장판사는 해당 문건을 영장판사들에게 줬다. 또 다른 내부 문건에는 "수사가 다른 판사로 확대되는 건 막아야 한다"라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영장판사들의 진술로 법원행정처가 일선 법원의 영장심사에 직접 개입했다는 정황은 더욱 짙어졌다.

그러나 법원은 다시 한번 검찰 수사에 제동을 걸었다. 이언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2일 신 부장판사를 대상으로 한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했다. 이 부장판사는 "공무상 비밀누설죄가 성립할 수 없다"며 기관 내부에서 정보를 주고받은 행위로 치부했다. 검찰은 "재판 독립 원칙을 법관 스스로 부정하는 위헌적 주장"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관련 기사: 김명수 '수사 협조' 약속에도 법원은 또 "기각, 기각").


한편 성창호 부장판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 사건의 1심 재판장이었다. 그는 지난 7월 박 전 대통령이 국정원 특활비를 받은 것은 국고손실은 맞지만, 뇌물은 아니라고 판단해 징역 6년에 추징금 33억 원을 선고했다.

조의연 부장판사는 영장전담판사 시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첫 번째 구속영장을 기각한 바 있다. 그는 지난해 1월 "뇌물 범죄 요건인 대가관계와 부정한 청탁 등에 대한 현재까지의 소명 정도를 봤을 때 구속영장을 발부하기 어렵다"며 "구속 사유로 미흡하다"라며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청구한 영장을 기각했다.

<오마이뉴스>는 이들에게 연락을 시도했으나 받지 않았다.
#성창호 #조의연 #신광렬 #임종헌 #양승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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