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호선 무인운전 하면 대구지하철 참사 반복될 수도"

[스팟인터뷰] 윤병범 서울교통공사 노조위원장

등록 2018.09.14 17:57수정 2018.09.14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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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범(57')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 위원장 ⓒ 정대희


 
서울 지하철 8호선의 열차 운행방식을 놓고 서울교통공사 노사 간에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노동조합 측은 '전자동운전(DTO)'은 '무인운전'이라며 시민 안전을 앞세워 거리 투쟁에 나섰다. 반면 공사 측은 전자동운전은 무인운전이 아니라며 노조가 잘못 알고 있다고 한다(관련기사: 서울 지하철 무인운전에 대한 오해와 진실).

거리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지난 13일 노조 집행 간부 모두가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대화를 요구하며 집단 노숙농성에 들어갔다. 서울교통공사는 서울메트로(1~4호선)와 서울도시철도공사(5~8호선)가 통합해 출범한 서울특별시 산하 공기업이다.

이날 서울 종로구에 있는 서울시청 앞에서 윤병범(57)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 위원장을 만났다. 그는 지난 8월부터 여기서 단식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25일째 곡기를 끊으며 풍찬노숙하는 이유를 들어봤다.

전자동운전 VS 무인운전  

- 서울교통공사는 열차의 전자동운전(DTO) 방식이 무인운전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거짓말이다. 공사에서 처음 열차를 들여올 때 운행방식 모드에는 '기지' '수동' '자동' '무인' '비상'이 표시돼 있었다. 하지만 최근 공사측이 '무인'이라고 적힌 곳에 '완전자동(DTO)'라 쓴 스티커를 붙였다. 이게 스티커를 붙이기 전과 후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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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측은 '전자동운전'이 공사측이 만들어 낸 말이라고 한다. 그 증거로 열차 운행모드를 촬영한 사진을 보여줬다. 위에 사진이 원래 운행모드를 나타낸 것이고, 여기에 공사가 스티커로 '전자동운전'을 붙였다고 주장했다. ⓒ 정대희

 

공사 측이 시민들의 눈을 가리기 위해 말을 만들어낸 거다. 세계 어디를 봐도 전자동운전 방식으로 열차를 운행하는 곳은 없다. 지하철이 무인으로 운행된다면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니 이를 감추려 전자동운전이란 단어를 끌어와 쓰는 거다. 말장난이다."

- 왜 무인운전 방식이 문제인가?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가 예다. 이 사고가 발생하기 5년 전 열차엔 기관사가 2명이 있었다. 하지만 대구 지하철 참사 당시 기관사는 1명이었다. 혼자서 이리 뛰고 저리 뛰다가 사고가 커진 거다. 그런데 이때부터 지금까지 기관사 1명이 열차를 운행하는 건 변하지 않았다.

무인운전은 정위치 확률이 낮다. 정차해야 할 지점에서 60cm를 벗어나 멈추는 일이 잦다. 한마디로 엉뚱한데 열차가 서고 문이 열린다는 거다. 지금도 자동 모드로 운행하는데 하루에 열댓 번씩 정위치를 벗어나 기관사가 직접 위치를 조정하고 있다.  무인운전으로 운행하면 이걸 처리할 사람이 없다. 8호선은 5호선 다음으로 정위치 확률이 저조하다.

사고가 일어나면 더 문제다. 수습할 사람이 없다. 공사에서 말하는 전자동운전 방식이 되면 기관사가 아니라 응급처치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운전실에 머물게 된다. 공사 측이 효율성을 내세워 무인운전 방식을 도입해 인력감축을 하려는 시도인 거다. 시민들의 안전은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다. 이런 식이면 대구 지하철 참사가 서울에서, 인천에서, 대전에서 반복될 수 있다."

시민안전이 위협 받아서  VS 3810명 승진하려고
 

서울시 지하철 무인화 정책 중단 촉구 공동기자회견2018년 9월 5일 서울시청 앞에서 서울교통공사노조 투쟁을 함께하는 사회원로·제 정당·시민사회노동 단체 대표자들이 공동기자회견에 참석해 “시민안전 위협하는 지하철 무인화 정책 중단하라” “노사관계 파탄 주범, 김태호 사장 퇴진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는 장면 ⓒ 위정량

 
- 신분당선은 무인운전 방식으로 잘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신분당선은 처음부터 무인운전을 기초로 해 설계됐다. (지하철) 8호선과는 사정이 다르다. 무인운전 방식으로 열차를 운행하려면 안전 때문에 대부분 직선 구간이어야 한다. 8호선은 구불구불한 구간이 많다. 더욱이 지상 구간이 있어 눈이나 비가 오면 사고 위험성이 크다. 지금도 자동으로 운행하면 정위치서 4~5m 이상 벗어난다.

공사 측이 8호선은 기관사가 승무하지 않은 무인운전 계획이 없다고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정확히는 계획이 없는 게 아니고 못 하는 거다. 하지만 무인운전 방식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8호선만 아니라 1~7호선까지 확대하려고 외주 용역까지 하면서 시험운전을 하고 대책회의도 하고 있다. 

시스템과 인프라를 바꿔서 무인운전 방식을 도입한다면 그동안 공사측이 주장했던 '돈 한 푼 안 들이고 전자동운전 방식으로 전화할 수 있다'라는 말이 거짓이 된다. 8호선은 1995년에 개통했다. 제어 시스템이 386 컴퓨터와 같다. 그래서 아까 말했듯 정위치에 서는 확률이 낮아 기관사가 수동으로 출입문을 개폐하는 일이 잦다. 이걸 싹 다 바꾸려면 9000억 원가량이 든다. 그래서 서울시가 오래 전에 8호선 전자동운전 방식을 추진했다가 포기한 거다."

- 공사 측은 노조가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고 한다

"사실이 아니다. 공사가 노조와 대화를 시도했다는 증거가 있으면 내놨으면 좋겠다. 그러지 못할 거다. 노조는 그동안 무인운전 방식에 대해 꾸준히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시민들의 안전이 달린 문제여서다. 하지만 공사측은 서울시와 시민사회단체까지 모여 토론을 해보자는 노조의 의견을 무시해왔다.

지난달 31일 열린 설명회도 그렇다. 노조에 연락 한 통 없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서울) 가락동시장에서 설명회를 한다고 공지했다. 이게 공사측이 말하는 대화방식인지 묻고 싶다. 우리는 지금도 공사가 무인운전 방식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끌어낼 수 있는 토론회를 함께 열어주길 바란다."

- 공사 측은 이번 농성이 겉으로는 무인운전 반대라고 하면서 속으로는 장기근속자 3810명에 대한 승진 요구라고 주장한다

"분명히 말한다. 우리가 이렇게 농성을 하는 거는 무인운전 도입으로 시민들의 안전이 위협을 당하고 있어서다. 이걸 훼손하고 프레임을 전환하려는 공사의 수작이다. 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여론전을 펴기 위해서 내놓은 꼼수다."

한편 서울시 교통정책과 관계자는 "지난 2013년 공사에서 연구용역을 한 결과 시민들의 불안감과 막대한 비용 등으로 무인운전은 사업추진이 중단된 거로 알고 있다, DTO 방식은 무인으로 열차를 운행하고 기관사가 아니라 응급처치 요원이 탑승하는 방식"이라며 "공사가 적자운영을 벗어나려 DTO를 도입해 해외 진출을 목적으로 (서울 지하철) 8호선에 한해서 일주일 한 번 시범적으로 (DTO 방식으로) 운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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