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중과 문재인, 119명을 공장으로 돌려보내다

쌍용차 해고문제 9년 만에 극적 타결... 내년 상반기까지 전원복직하기로

등록 2018.09.14 14:27수정 2018.09.14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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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무거웠는데, 기쁨 나눌 수 있어 다행' 쌍용차 해고노동자 복직 잠정 합의안이 발표된 14일 오전 서울 덕수궁 대한문앞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김승하 KTX열차승무지부장이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 손을 잡고 기뻐하고 있다. 김 지부장은 ‘먼저 복직하게되어 마음이 무거웠는데, 이제 기뻐할 수 있게 되었다’며 인사를 건넸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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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쌍용자동차 해고자 복직 잠정 합의안 발표 기자회견에서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과 최종식 쌍용차 사장이 손을 잡고 웃음짓고 있다. ⓒ 권우성

    
'복직 희망'을 안고 9년을 버텨왔던 쌍용자동차 해고자 전원이 2019년 상반기까지 일터로 복귀할 수 있게 됐다.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과 최종식 쌍용차 사장, 홍봉석 쌍용차노조위원장(아래 기업노조),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아래 경사노위) 위원장 등은 14일 오전 10시 서울 광화문 경사노위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쌍용차 해고자 복직 관련 잠정합의 내용을 발표했다.

쌍용차는 2009년 대량 정리해고사태가 벌어졌다. 오랜 갈등 끝에 2015년 쌍용차노조와 기업노조, 회사가 모여 해고자들의 단계적 복직에 합의했지만, 복귀 시점을 정확히 정하지 않아 120명은 공장 밖에서 기다려야 했다. 김주중씨도 그 중 하나였다. 결국 지난 6월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제야 지지부진했던 복직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고, 9월 13일 최종식 쌍용차 사장이 대한문 분향소를 조문하면서 노사 교섭이 재개됐다.

14일 나온 합의서에 따르면 늦어도 내년 여름엔 해고자 119명 전원이 다시 쌍용차 작업복을 입고 일하게 된다. 회사는 올해 말까지 이들 가운데 60%, 내년 상반기말까지 나머지 40%를 채용하기로 했다. 다만 2019년 상반기 복귀자 중 부서를 배치받지 못한 사람은 그해 7월 1일부터 6개월간 무급 휴직한다. 회사는 그 대신에 2019년 말까지 부서배치를 완료하기로 했다. 해고자와 그 가족 등 30명의 죽음에도 해결되지 못했던 쌍용차 문제가 사실상 매듭지어진 셈이다.

거리에서 떠돌던 119명, 9년 만에 공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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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쌍용자동차 해고자 복직 잠정 합의안 발표 기자회견에서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 최종식 쌍용차 사장, 홍봉석 쌍용자동차노조위원장,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이 손을 맞잡고 있다. ⓒ 권우성

 김득중 지부장은 "가장 긴 밤을 보내고 이 자리에 왔다"라며 "어려운 조건에서 대승적 결단을 해준 합의 주체들에게 해고자를 대표해 고맙다는 말씀을 드린다"라고 했다. 이번 합의를 바탕으로 쌍용차지부는 회사를 상대로 한 집회나 농성 등을 중단하고 현수막 등을 자진 철거하기로 했다.

최종식 쌍용차 사장은 "내·외적 여건상 2015년 합의 당시에는 복직 시점을 확정하지 않아서 그 사태(해고자 김주중씨의 죽음)가 발생했다"라며 "이번에는 복직 시점도 확정해서 추진하자고 합의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노사가 협력해서 회사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말하며 김득중 지부장의 왼손을 꼭 잡았다.

교섭을 중재한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은 끝내 눈물을 보였다. 그는 "노동자라는 굴레 때문에 아픔을 겪었지만 10년 동안 아픔을 겪은 (해고자) 가족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또 "더 이상 죽는 사람이 생겨서는 안된다는 데 노사와 정부가 공감했다"며 "복직을 기다리는 119명이 쌍용차를 살리고, 우리나라 노사 관계를 살리는 안전판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경사노위는 합의에 따른 사측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지원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 부서배치를 받지 못할 경우 무급휴직자로 전환되는 노동자를 대상으로 교육, 훈련 등을 실시하고 지자체와 상의해 적절한 생계 지원책도 찾기로 했다. 이후에는 노사정 대표가 참여하는 '쌍용차 상생발전위원회'를 출범해 세부 계획 등을 점검·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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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쌍용자동차 해고자 복직 잠정 합의안 발표 기자회견에서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이 소감을 밝히던 준 감정이 북받쳐 울음을 삼키고 있다. 왼쪽부터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 최종식 쌍용차 사장, 홍봉석 쌍용자동차노조위원장.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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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해고노동자 복직 잠정 합의안이 발표된 14일 오전 서울 덕수궁 대한문앞 희생자 합동분향소에 '함께살자' 티셔츠가 놓여 있다. ⓒ 권우성


좀처럼 출구가 보이지 않던 쌍용차 문제가 풀린 배경에는 두 사람이 있다. 고 김주중씨와 문재인 대통령이다.

김씨가 숨진 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월 인도를 국빈 방문했다. 이때 문 대통령은 쌍용차 대주주 마힌드라 그룹의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을 만나 "쌍용차 해고자 복직 문제에 관심을 가져주시면 감사하겠다"라고 당부했다.

14일 문성현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아난드라 회장을 따로 만나는 등 이 문제에 각별한 관심이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김득중 지부장도 "문 대통령의 발언 이후 많은 시민들이 분향소에 오셔서 '대통령도 말씀하셨는데 아직 해결이 안 됐나'라는 인사말을 건네셨다"라며 "그런 사회적 분위기 등이 회사에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했다.

대한문 분향소는 웃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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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해고노동자 복직 잠정 합의안이 발표된 14일 오전 서울 덕수궁 대한문앞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을 비롯한 시민노동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참석자들이 희생노동자들을 추모하며 화분을 들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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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해고노동자 복직 잠정 합의안이 발표된 14일 오전 서울 덕수궁 대한문앞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이 희생자들을 기리며 화분을 올리고 있다. ⓒ 권우성


이날 합의 소식이 알려지자 많은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이 줄이어 대한문 분향소를 찾았다. 이들은 쌍용차지부 조합원들에게 "고생했다", "축하한다"라는 말을 건네며 기뻐했다. 부둥켜안고 서로의 어깨를 토닥여주는 이들도 있었다.

담담하다는 김선동 쌍용차지부 조직실장의 얼굴에도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그는 자신들의 싸움이 "끈질기게 투쟁하면 반드시 승리한다는 교훈을 줬다고 생각한다"라며 "제2, 제3의 쌍용차에 희망을 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쌍용차처럼 대량해고사태를 겪은 뒤 13년 만에 일자리로 돌아가는 전국철도노조 KTX열차승무지부 노동자도 자기 일처럼 기뻐하는 모습이었다. 김승하 지부장은 연신 웃으며 쌍용차 노동자들을 축하했다. 그는 "(지난 7월 사측과 합의로) 복직했을 때 마음이 편치 않았다. (쌍용차 노동자에게) 미안해 제대로 기뻐할 수 없었다"라며 "이제 마음 편히 기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합의 후 분향소로 돌아온 김득중 지부장은 "많은 분들이 함께 싸워주셔서 그 힘으로 합의안을 도출할 수 있었다"며 거듭 감사를 표시했다. 그러면서도 이명박 대통령 지시로 드러난 쌍용차 파업 강제진압, 박근혜 정부와 양승태 대법원의 쌍용차 소송 거래 의혹 등 남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지부장은 또 굴뚝 농성 중인 파인텍 등 아직 거리에 남아 있는 노동자들을 잊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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