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시설물, 북측에서 관리해줘서 다행"

[스팟인터뷰]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의회 명예회장

등록 2018.09.14 20:08수정 2018.09.14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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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개성공단에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식이 열린 가운데 사무소 외벽에 대형 한반도 기가 걸려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하이고... 그래도 북측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수준에서 (개성공단) 시설물 관리를 해줘서 다행이라면 다행"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의회 명예회장의 말이 중간중간 끊겼다. 한숨이 그 공백을 메꿨다.

14일 개성공단 내에 설치된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한 정 회장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연락사무소에서 개성공단을 한창 바라보다 왔다"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2016년 2월 개성공단이 폐쇄된 이후 북측 관계자들이 개성공단에 남은 시설을 관리한 사실도 알게 됐다.

그는 "한겨울에 배관이 얼었는데, 그 이후에 북측 사람들이 조직적으로 공장마다 들러 누수 시설을 차단했다고 들었다"라며 "그나마 다행"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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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 회의실에서 바라본 공단의 모습 ⓒ 사진공동취재단

  
정 회장은 연락사무소 개소식에서 개성공단을 관리했던 북측 사람들도 마주쳤다. 그는 "개소식에 북측 사람 60~70명이 참석했는데 개성공단 관리자들은 몇 명밖에 없었다"라며 "그중 낯익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했다. 사실 친한 사이는 아니었는데 무척 반가워하더라"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북측 관계자들도 개성공단을 빨리 열었으면 하더라. 지금 상황을 답답해하기도 하고..."라며 말을 흐렸다.

"통일부의 방북 불허, 답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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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향 개성공업지구지원 재단 이사장 사무실에 걸어둔 개성공단 현황 ⓒ 인터넷언론인연대


사실 개성공단이 문을 닫은 건 갑작스러웠다. 입주 기업인들조차 사전에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가 발표되기 2시간 30분여 전에 소식을 들은 게 전부다.

개성공단 내 공장 관계자들은 공장의 물건을 제대로 챙기지도, 기계들이 겨울을 잘 버틸 수 있도록 마무리도 하지 못한 채 짐을 쌌다. 정 회장이 한파와 폭염, 장마 때마다 발을 동동거린 이유다.

이후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6차례 방북을 신청했다. 공장설비를 점검이라도 하게 해달라는 게 이유였다. 통일부는 이를 불허하거나 승인을 유보했다. 대북제재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개성공단 재개 등 본격적인 경제협력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사실 통일부에 야속한 마음이 들죠. 뭐가 얼마나 낡았나 고장이 난 건 없나 하고 공장을 둘러보러 가는 게 대북제재 위반은 아니잖아요. 통일부가 의지를 갖고 소신껏 하면 되는데, 못하게 하고 억제하고 알아서 눈치 보니까..."

정 회장은 주무 부처인 통일부에 속상한 마음을 드러내면서도 남북경협을 '퍼주기'로 보는 여론에도 아쉬움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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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입주기업인들이 지난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에 나서는 문 대통령을 환송하고 있다. ⓒ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

  
그는 "개성공단과 경협은 사실 남쪽 경제를 위한 거다. 퍼주기가 아니라 우리가 돈 벌려고 간 거 아니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사실 상당수 기업이 더는 버틸 여력이 없다. 개성에만 사업장을 두고 있는 곳들은 상황이 많이 안 좋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음 주 남북 정상회담 후에 다시 방북신청을 할 것"이라며 "내 공장이 연락사무소에서 고작 1km여 거리에 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정 회장은 개성공단의 재개는 '비핵화'에 달려 있다고도 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 들어서 당연히 개성공단 문이 열릴 줄 알았다"라며 "그런데 여러 가지 북미 관계, 비핵화 시간표가 얽혀 있는 것을 보고, 우리 정부의 의지로만 할 수 있는 게 아니구나 싶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희망을 품는 것도 포기하는 것도 어느 하나 쉬운 게 없다"라며 "부디 이번 남북정상회담과 북미관계가 잘 풀려 다시 공장문을 열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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