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 없이 호수에서 난민 생활하는 사람들

[꽃할배들 천년의 왕국 앙코르와트에 가다 제11편] 톤레샵 수상촌

등록 2018.09.17 16:56수정 2018.09.17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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톤레샵 호수 전경 ⓒ 한정환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여행은 2박 3일간의 짧은 여행이라, 셋째 날 아침부터 꽉 짜여진 일정 때문에 바쁘게 움직여야 했습니다. 점심 식사 후 찾은 곳은 동양 최대의 자연 호수인 톤레샵 호수입니다.

여기가 아이들이 양동이에 몸을 싣고, 손으로 물살을 가르며 관광객들에게 다가왔던 곳이냐고 물었습니다. 현지 가이드가 그렇다고 합니다. '1달러'를 외치고 호수에 잘못하면 빠질 것처럼 다가와, 국제 인권단체에서 캄보디아 당국에 강력히 요구하여 요즘은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톤레샵 호수 선착장 모습 ⓒ 한정환

 
우리는 패키지여행이라 입구 매표소 방향으로 가서, 바로 모터가 달린 목선을 탈 수 있었습니다. 현지 가이드가 덧붙여 말하기를 요즘은 여기에 자유여행을 오는 사람들도 많다고 합니다. 자유여행은 관광객들이 많을 때는 문제가 없지만, 적을 때는 배를 타고 톤레샵 호수를 관광하려면, 일정한 요금이 정해진 것이 아니고 선주와 흥정을 해서 타야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대부분 자유여행객들은 씨엠렛 펌 스트리트에 있는 여행사에 가서, 쪽배 포함 30불 내외의 요금을 지불하고 단체 투어를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제가 가서 느낀 바로는 더 이상의 요금을 요구하면 구경을 하지 않아도 무방한 곳이라 생각됩니다.
 

톤레샵 호수 목선에 승선하여 선장의 지시에 따르는 아이들 모습 ⓒ 한정환

   
우리 일행들은 선착장에서 모터가 달린 목선을 타고 톤레샵 호수를 향하여 출발합니다. 그런데 선장 외에 어린아이들 2명이 함께 승선합니다. 가만히 아이들 행동을 지켜보니 선장을 도와 노를 저으며 톤레샵 호수를 향하여 방향을 틀어 주는 일을 합니다. 현지 가이드에게 왜 아이들이 승선하느냐고 물으니, 톤레샵 호수를 운행하다 스크루가 수초에 걸려 움직이지 못하면, 아이들이 물속으로 들어가 수초를 제거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톤레샵 호수 목선에서 관광객들에게 목마사지와 안마서비스를 하는 아이들 모습 ⓒ 한정환

 
톤레샵 호수를 향하여 가다가 갑자기 아이들이 우리 일행들에게 목 마사지와 어깨를 두드려 주며 안마 서비스를 합니다. 현지 가이드에게 물어보니 아이들이 이런 서비스를 하고 우리 돈 '천 원'을 팁으로 받아 생활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가이드의 또 다른 이야기를 듣고 정말 뒷맛이 씁쓸해집니다. 아이들이 고사리 손으로 관광객들에게 안마 서비스를 하고 받은 돈을 선주, 선장, 아이들이 일정 비율로 또 나눈다고 합니다. 괜히 이런 이야기를 들었나 싶습니다. 
 

톤레샵 호수 아이들에게 비스킷을 주자 선장에게 가져다 주는 모습 ⓒ 한정환

 
이야기를 듣고 옆에 있던 제 아내가 아이들이 불쌍하다고, 가방에 넣어둔 비스킷 한 봉지를 주었습니다. 더 충격적인 장면을 보았습니다. 받는 즉시 먹을 줄 알았던 아이들이 비스킷을 선장한데 가져다주는 것이었습니다. 이 모습을 보고 더 마음이 씁쓸해졌습니다. 과자 봉지를 뜯어 직접 아이들 입에 넣어주니 그때서야 먹는 것입니다. 아내와 함께 괜히 이곳에 왔다 하며 후회했습니다.
 

톤레샵 호수 수상촌 슈퍼마켓과 교회 모습 ⓒ 한정환

   
이런 아이들 모습을 지켜보다가 아내와 함께 생각에 잠시 잠겨 있는데, 호수에 떠 있는 가옥들을 발견했습니다. 학교도 보이고, 슈퍼마켓, 주유소, 교회, 사찰 등 우리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은 어느 정도는 갖춰진 시설물입니다.

가이드가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여기 있는 가옥들은 자유 월남이 패망할 때 서둘러 월남을 탈출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라 합니다. 통일이 되고 난 후 베트남 정부에서 이들을 받아 줄줄 알았는데, 베트남 정부는 조국을 배신하고 떠난 사람은 다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여 국적 없이 떠돌고 있다고 합니다. 국적도 없고 어디 선뜻 받아 준다는 나라도 없고 하여, 이렇게 호수 위에서 난민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톤레샵 호수 수상촌 주민센터 같은 곳(베트남 국기가 많이 게양되어 있다) ⓒ 한정환

 
톤레샵 호수는 엄연히 캄보디아 땅인데 이들을 왜 여기 살도록 내버려 두는지 가이드에게 물어보니, 이들이 베트남을 탈출한 사람들인 줄 알지만 캄보디아 정부는 인도적 차원에서 내쫓지 않고 묵인하고 있다고 합니다. 캄보디아 정부에서도 이들을 받아들이지 않고 국제 미아 신세로 살아간다고 합니다.
  

톤레샵 호수 맹그로브 나무 사이로 쪽배 운행하는 곳 ⓒ 한정환

 
그러면 호수 위에서 난민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무엇을 하며 살아가는지 물으니, 바로 옆에 맹그로브 나무숲 사이로 쪽배를 운행하면서 얻어지는 수익과 관광객들이 주는 팁으로 생활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국제 인권단체에서 보조도 일부 받는다고 합니다. 목선을 타고 가다보니 앞에 구명복이 있었는데 낡아 제 구실도 못할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도 가이드가 호수 깊이가 1m 조금 넘어 쪽배를 타도 안전하다고 했는데, 우리 일행들은 쪽배를 타지 않았습니다.
  

톤레샵 호수와 연결된 먼 바다 모습 ⓒ 한정환

 
쪽배를 운행하는 곳까지만 목선이 다니고 더 이상 나가면 바다와 연결되어 위험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쾌속선으로 2시간여 가면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 도착한다고 합니다. 잠시 여기서 머물다 우리 일행들은 방향을 돌려 다시 선착장으로 돌아오는데, 호수 위에 무슨 물체가 조그만하게 보입니다. 저게 무엇이냐고 가이드에게 물으니 수상촌 사람들이 죽으면 수장하는 곳이라고 합니다. 화장 설비가 없고 육지처럼 묘지도 없으니 궁여지책으로 저렇게 수장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톤레샵 호수내 베트남인들 사망시 수장한 모습 ⓒ 한정환

 
목선은 한참을 달려 선착장 부근에 다다르는데 호숫가에 수상촌 같은 집들이 많습니다. 저것도 베트남인들이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저런 집은 캄보디아 정부에서 호수 미관상 나쁘다고 하여, 새로 집을 지어 줄 테니 이주를 하라고 해도 수상촌이 좋다고 생활하는 캄보디아인들이라고 합니다.
  

톤레샵 호수 선착장 부근에 거주하는 캄보디아인들 수상촌 모습 ⓒ 한정환

    

톤레샵 호수 선착장 부근에 지은 캄보디아 수상촌 모습 ⓒ 한정환

 
우리 일행들은 톤레샵 호수 관광을 마치고 또 다른 행선지로 출발하는데, 버스 주위로 캄보디아 아이들이 장신구 같은 것을 들고 또 '1달러'를 외칩니다. 옆에 있는 사람들이 아이들이 불쌍하다고 팔아 주려고 '1달러'를 주니, 곧바로 3달러라고 하면서 2달러 더 달라고 합니다.

아이들에게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타이르려고 했는데 말이 통하지 않아, 장신구와 1달러는 받지 않고 씁쓸하지만 바로 뒤돌아 왔습니다.
#톤레샵호수 #수상촌 #톤레샵호수아이들 #목선 #캄보디아수상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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