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가 아닌 버드나무를 방생? '4대강 살리기 위해'

[현장] 불교환경연대... “방생은 온 생명들이 살 수 있는 터전을 만드는 것”

등록 2018.09.15 19:49수정 2018.09.16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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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재자연화를 위한 금강 버드나무 방생법회에 참가한 남성들이 땅을 파고 여성들은 나무를 심고 물을 줬다. ⓒ 김종술

"강은 흐르는 강물이 아니라 보에 의해 갇힌 거대한 호수가 되었고, 물고기와 수많은 생명이 살아가던 곳이 죽임의 현장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나무를 심어 작으나마 생명을 살리고 싶다"

2016년 4대강 100일 순례에 나섰던 불교환경연대가 금강을 다시 찾았다. 15일 오후 1시부터 열린 이 날 방생법회는 금강과 미호천이 만나는 세종시 합강리에서 시작됐다. 이 자리에는 (논산 지장정사) 법원 스님과 불교환경연대 유정길 운영위원장과 한주영 사무처장을 비롯해 서울, 대전, 계룡, 공주 등 20여 명의 회원들이 함께했다.
  

참가자들이 나무 심기에 앞서 반야심경을 낭독하고 있다. ⓒ 김종술

사회를 맡은 한주영 사무처장은 "4대강 사업으로 죽은 강에 물고기를 넣는 것이 제대로 된 방생이 아니라, 강을 건강하게 하는 것이 올바른 방생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난해부터 4대강에 버드나무를 심고 있다. 우리가 심은 버드나무가 강가에 살아가는 생명에게 큰 울타리가 되어 생명이 싹텄으면 한다"고 시작을 알렸다.

그는 이어 "2016년 100일간 4대강을 걸으면서 참담함을 느꼈다. 그리하여 일반 나무보다 수질 정화 효과가 높고 강가에서 잘 자라는 버드나무 심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오늘 우리가 심은 버드나무는 강을 맑히고 강에 깃든 생명을 지키고 보호하여 강의 생태계를 복원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논산 지장정사 법원 스님이 참가자들에게 법문을 하고 있다. ⓒ 김종술

법원 스님은 "금강경에 보면 어떻게 잘살아야 하는지 물었는데, 잘사는 방법을 알려준 것이 아닌 '너 잘살라고 하지 말고, 수많은 중생을 구제하라'고 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현대 사회가 우리만을 생각하는 시대가 되었다. 또 우리 세대만 살면 된다는 이기적인 생각을 가질 수도 있다. 그래서 환경이 오염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물고기를 방생하는 패턴에서 지구의 환경을 살리는 버드나무 방생이 더 큰 환경을 살리는 방생이자 올바른 수행이다"고 법문했다.

그는 이어 "생각으로 사는 사람을 놀부라고 하고 마음으로 사는 사람을 흥부라고 한다. 제비 다리를 마음이 아파서 치료해준 흥부를 보고 탐이 나서 생각으로 한 사람이 놀부였다. 오늘 이 자리는 아무런 생각 없이 또는 그냥 왔을 수도 있는데, 나 자신만이 아닌 모든 사람을 위해서, 또 모든 생명을 위해서 함께하는 방생이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불교환경연대는 오늘 행사를 위해 이틀 전 방문하여 강변에 자라는 잡풀을 제거해 놓았다. 남자들은 지름 60cm, 깊이 50cm 정도의 구덩이를 파고, 가져온 거름과 흙을 섞은 후 왕버들 13그루를 심었다. 정성껏 심은 나무에 물을 주고 대나무를 꽂아 이름을 달면서 소원을 빌기도 했다.
 

참가자들이 왕버들을 심으면서 환하게 웃고 있다. ⓒ 김종술

'가족건강 사업번창'
'모든 이에게 행복과 건강을 빕니다'
'미운 마음 사라지고 이쁜 마음 사랑으로 임정우·임준우 사랑해 너희들이 살아가는 세상은 아름다울 것이다'
'미워하는 마음 없어지고 용서하는 마음으로 내 마음의 평화가 항상 함께하길' 


왕버들은 '뭇 버들의 왕'이란 뜻으로 가냘프고 연약한 일반적인 버드나무와 다르다. 수백 년을 살 수 있으며, 축축한 땅이나 개울가에 잘 자란다. 4대강 사업으로 강변에 오래된 왕버들이 베어지고 사라지기도 했다. 경북 성주읍의 왕버들은 숲 전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유정길 운영위원장 "10년, 12년 뒤에 다시 찾았을 때 큰 고목이 되어 생명을 살리는 쉼터가 될 것이다. 강물은 맑아지고 물고기와 새와 풀과 나무와 동물들이 자유롭고 조화롭게 살아가기를 발원하며 버드나무를 심었다. 잘못된 정책과 국가 권력에 의해 무참히 짓밟히고 고통받고 있는 뭇 생명에게 안식처가 되어 강의 생태계가 건강하게 복원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발원문을 낭독했다.


버드나무 심기에 동참한 참가자들의 이야기도 들어봤다.
 

금강과 미호천이 만나는 세종시 합강리 강변에서 나무 심기가 진행됐다. ⓒ 김종술

 
김성미씨: "생각하지도 않고 참여했는데 저 자신이 의미 있는 일을 했다는 생각에 뿌듯하다. 나무들이 잘 자라서 사람들과 자연에 쉼을 주는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
 

한미옥씨: "환경은 너무 멀고 크게만 생각했다. 시장갈 때 플라스틱이나 일회용 봉지를 덜 쓰기 위해 시장바구니를 들고 다닐 것으로 작은 실천이라 생각했다. 큰 의미를 가진 행사에 동참하게 되어서 너무 기쁘다. 나무가 잘 자라서 강산이 푸르고, 모든 사람이 맑고 밝은 세상을 같이 살아가는 그런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
 

신희옥씨: "원장님이 가지고 해서 왔다. 와보니까 의미가 크다. 우리 손자가 지난달에 태어났는데 그 아이의 기념 수로 정하고, 제 마음에 기념 수로 정했다. 그 아이의 이름을 써서 너희들이 사는 세상은 참 아름다울 것이라고 기원했다."
 

이동환씨: "이런 법회에 참가하게 되어서 감사드린다. 앞으로 4대강이 맑은 좋은 환경으로 되살아났으면 좋겠다. 인근 계룡시에 살고 있으니 종종 찾아서 물도 주고 가꾸겠다."
 

전지한씨: "너무 많은 것을 배웠다. 개인적으로 몸과 마음이 힘들 때 술을 찾는다. 그런데 아까 말했듯이 환경을 위해서 좋은 마음을 가지면 더 좋은 일이 생긴다는 기운을 받았다."
 

참가자들이 우정길 운영위원장을 따라 느릅나무 춤을 추고 있다. ⓒ 김종술


  참가자들은 유정길 운영위원장을 따라 '느릅나무 춤'도 췄다. 느릅나무 춤(Elm Dance)은 체르노빌 핵 발전소 사고를 기리기 위한 춤이다. 1986년 4월 26일, 소련 체르노빌 핵 발전소에서 최악의 핵사고가 발생하였다. 이때 사람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핵 구름을 인공적으로 만들어 느릅나무 숲으로 옮겨 그 숲에 핵 방사능의 비를 내리게 하였다. 그래서 사람 대신 죽어간 느릅나무와 그 생명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춤이 바로 느릅나무 춤이다.
 

세종시 합강리 일원에서 나무 심기에 동참한 회원들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김종술


끝으로 참가자들은 자애경을 함께 낭독하면서 이날 행사를 마무리했다. 불교환경연대는 지난 6월 남한강에 이어 9월 29일 영산강, 10월 20일 낙동강에서 버드나무 방생법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4대강 사업 #불교환경연대 #버드나무 방생법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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