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이 칭찬한 연설, 그 주인공의 2가지 원칙

[인터뷰]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자극적 언어가 정치를 제약한다"

등록 2018.09.17 20:07수정 2018.09.17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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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경제문제를 해결하는 ‘경제 우선 정당’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 유성호

"아주 썩 잘하셨습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의사봉을 두드리기 전에 이렇게 말했다. 국회 본회의장에 앉아있던 의원들은 여당과 야당을 가리지 않고 박수를 보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전북 군산시)가 지난 6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마치고 펼쳐진 광경이다.

"'매일 싸움만 하는 줄 알았는데 대한민국에 이런 정치인이 있다는 것에 희망을 느꼈다'고 하는 얘기, '바른미래당에도 이런 의원이 있었나'라면서 '바른미래당을 다시 한번 보게 됐다'하는 얘기들을 조금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우리 지역에서는 '군산 출신 의원이 연설을 족집게처럼 잘해줘서 뿌듯하고 고맙다', 이런 얘기들을 지난 주말에 내려가서 많이 들었습니다."
 

13일 국회에서 만난 김관영 원내대표는 교섭단체 연설 이후 들은 평가를 자신의 입으로 직접 전하며 웃어 보였다. 김관영은 원내 30석을 보유한 제3당의 원내 사령탑이다. 지난 6월 25일 원내대표로 선출됐으니 두 달이 지난 시점이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바른미래당'으로 통합·출범한 지는 여섯 달을 훌쩍 넘었다. 여전히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를 아우르겠다는 바른미래당의 좌표는 선명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그러던 중 최근 김 원내대표의 국회 교섭단체 연설은 그 좌표를 비교적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협치를 위한 언어
 

"약 3주 전부터 미리 준비를 해왔습니다. 앞의 다른 분들의 연설을 듣고 무언가를 반영한다는 건 사실상 거의 어렵습니다. 원래 준비했던 연설에 없던 내용을 새롭게 긴급히 넣어야겠다는 건 없었습니다. 주요한 테마들을 쭉 나열해 놓고 어떤 주제를 주로 언급할지부터 시작해서 구체적으로 그 안에 어떤 메시지를 넣을지 고민하며 접근했습니다.

야당으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견제와 비판인데 이것이 잘못 보이면 비판을 위한 비판으로 그려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비판을 할 때는 반드시 대안을 제시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죠.

특히 지금 대한민국 경제가 굉장히 어렵기 때문에 경제 문제에 대해서 꼭 대통령과 이 정부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또 나름대로 우리 당이 생각하고 있는 경제 문제의 해법을 대안으로 이야기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선거 제도, 개헌, 미투 그리고 한반도 비핵화와 판문점선언 문제 등의 이슈에 접근했죠."



정치계에는 소위 '사이다'로 통칭되는 '센 발언'이 난무한다. 그래야 기사화도 되고, 이슈를 자신의 것으로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퍼포먼스에 대한 과욕을 부리다가 막말 논란에 휩싸이는 정치인이 한둘이 아니다. 그런 점에 비춰봤을 때 그 날, 김 원내대표의 언어는 달랐다.

막말을 하지 않으면서도 강도 높게 청와대와 여당을 비판했다. 그는 "야당은 무릇 정부의 정책에 대해서 합리적인 비판을 해야 한다"라며 그것이 '야당의 품격'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제대로 갈 수 있도록 건강한 정부를 만드는 데 기여하는 것", "야당의 대안 있는 비판을 통해서 문재인 정부가 건강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

"정치는 협치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정치는 여와 야가 같이 공동으로 상생하면서 생산적으로 돌아가는 정치입니다. 그런데 자극적인 언어를 쓰기 시작하면 결국은 상대방을 자극하게 되는 것이고, 그것이 나중에 협상을 하거나 협치를 하는 데 굉장한 제약으로 작용하는 것을 여러 번 봤습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상대방에게 상처 주는 얘기는 자제하고, 가능하면 절제된 언어로서 표현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민주당 대변인을 할 때부터 두 가지 원칙을 세워서 지키려고 했습니다. '상대방에게 자극적인 언어를 사용하지 않겠다' 그리고 '비판과 아울러서 대안을 제시하겠다'입니다. 제가 정치를 하면서 사용하는 모든 언어에 그런 철학을 담으려고 합니다."


따로 또 같이, 바른미래당의 협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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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일하는 국회를 만들어서 바른미래당의 존재감을 보여주는 것이다”라며 "민생법안 처리에 앞장서서 민주당도, 한국당도 못 해내는 일을 해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유성호


바른미래당의 '협치' 대상은 그때 그때 다르다. 남북 평화를 위한 정부와 여당의 노력에는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그러나 '소득주도성장'으로 대표되는 현 정권의 경제 정책 기조를 비판할 때는 자유한국당과 입을 맞추기도 한다. 반면,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서는 민주평화당, 정의당과 함께 연대하며 거대 양당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바른미래당은 누군가에게는 자유한국당과 대동소이한 '적폐 보수 정당'이라고, 누군가에게는 미덥지 못하게 청와대 편을 드는 '보수 코스프레 야당'이라는 비난을 듣는 처지다. 김관영 원내대표 역시 그런 점을 인정했다. 하지만 동시에 '이분법'의 한계도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양쪽으로 분류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여야'라는 말이 거기서 나온 것 아니겠어요? 여야가 아닌 제3당에 국민들도 익숙하지 않고, 정치인들조차도 그것에 익숙하지 않죠. 저희가 여당 편을 들면 야당에서 '너 왜 야당인데 여당 편을 드느냐'라고 하고, 또 어떨 때 야당과 공조하면 '적폐 세력하고 같이 한다'라고 합니다. 이런 양쪽의 공격을 항상 받을 수 있는 소지가 있죠. 3당이 가고자 하는 길은 운명적으로 그런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어요.

다만, '우리가 의사결정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이 뭐인가'라고 봤을 때, 그 기준은 무엇이 대한민국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 그리고 보다 정의로운 사회를 위한 쟁점인지거든요. 여기에 기준을 두고 판단할 수밖에 없어요. 결국 사안별로 공조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3당은 때에 따라서 다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데 어느 쪽에 딱 묶어두면 (선택을) 할 수가 없잖아요. 편 가르기를 하면 '여기는 항상 우리 편'과 같은 구도가 생기거든요. 그런 구도에서는 정치가 발전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바른미래당이 앞으로 걸어갈 길은 여전히 험난하다. 지지율은 답보 상태다. 일각에서는 다음 총선도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애초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통합 당시 기대했던 시너지는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이념적으로 섞이기 어려운 조합이 만났다며, 물리적 통합이 화학적 결합으로 가기까지는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자주 나온다. 민주당에서 국민의당을 거쳐 바른미래당까지 온 김관영의 평가가 궁금했다.

"당초에 생각했던 목표에는 한 60% 정도 온 것 같아요. 통합하면서 국민의당 때보다 오히려 국회의원이 더 줄어드는 결과가 나왔죠. 그러면 통합의 효과가 어디 있느냐. 시너지를 내려면 과거 국민의당이 가지지 못했던 에너지가 바른정당과의 통합으로 인해 플러스가 돼야 하죠. 아직까지 그 시너지가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고 있는 게 솔직한 얘기입니다.

저희가 맨 처음에 통합을 할 때는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 양 세력이 힘을 합치면서 '우리나라 중도세력을 더 확장시키자' '이념과 지역을 뛰어넘어서 제3정당을 만들자'라고 하는 게 목표였습니다.

우리가 생각했던 그런 가치관이나 이념, 비전을 국민들에게 제대로 설명할 기회가 부족했죠. 지방선거를 맞이하면서 또 대패를 했어요. 저희 당이 완전히 뿌리조차 흔들리는 상황에서, '과연 이 당이 앞으로 이어나갈 수 있겠느냐' 하는 비관적인 전망도 정말 많았죠.

그래도 제가 6월 25일에 원내대표 되고 나서 일관되게 정책정당·경제우선정당을 지향하고 있고, 또 이번에 전당대회를 통해서 원내 지도부가 새로 구성되면서 굉장히 안정을 찾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앞으로 우리가 흔들리지 말고 계속 자강해 나간다면 우리 당 나름의 진로가 반드시 있다고 믿습니다."


그의 장기 과제는 선거 제도 개혁이다. 바른미래당 미래와 직결된 문제이기도 하다. 그는 "선거제도 개혁을 통해 다당제가 뿌리내리면 연정이 수시로 일어나게 된다"라면서 "연정이 뿌리를 내리고, 100% 의견이 맞지 않아도 서로의 의견을 맞춰나가는 연습이 우리 사회에 이뤄진다면, 우리 사회 전체의 갈등 비용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제일 잘한 일은 특수활동비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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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야당의 역할에 대해 ”야당의 대안 있는 비판을 통해서 문재인 정부가 건강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 유성호


김 원내대표는 "저희가 모든 일에 다 간섭하고, 모든 일을 거대정당처럼 하려고 하면 안 된다"라면서 "거대정당이 잘 못하는 일, 기득권 때문에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일들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어서 대안을 제시하며 끝까지 밀어붙이고, 국민들의 지지를 받아 관철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특수활동비 폐지'를 치고 나간 것은 주목할 만하다.

"제가 원내대표가 되고 나서 특활비를 폐지한 게 가장 잘한 것 같아요. 사실 교섭단체 대표로서 저도 매달 현금으로 특활비가 나왔습니다. 나름의 용도가 다 있었던 거였는데, 그 거를 먼저 '받지 않겠다' '반납하겠다' 이렇게 선언하고 나오니 또 우리 당 소속 국회 부의장, 상임의원장분들도 저랑 함께 자진해서 수령 거부해주셨어요. 그렇게 함께 동참하면서 특활비 문제가 점화되고, 거대 양당을 압박하면서 최종적으로 사실상 폐지를 이끌어냈거든요.

사실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는데, 저는 저희 당에 계신 분들이 너무 자랑스럽고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어요. 그것이 시발점이 돼서 국회 특활비도 사실상 폐지가 됐고, 또 정부 특활비로 넘어가서 정부에 편성되고 있는 많은 특활비들도 삭감 혹은 폐지를 목표로 하게 됐잖아요.

우리나라 전체 특수활동비 예산 책정과 집행 과정에서 저는 바른미래당이 정말 큰 일을 해냈다라고 생각해요. 거대 양당이 할 수 없는 소위 메기 효과를 발휘를 한 거죠."


김관영 원내대표는 매주 정책 브리핑을 하고 있다. '바른미래당표 대안 정책'을 선전하는 데도 많은 공을 쏟고 있는 셈이다. 그는 이번 정기국회의 목표도 "일하는 국회를 만들어서 바른미래당의 존재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민생법안 처리에 앞장서서" 민주당도, 한국당도 못 해내는 일을 해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마지막으로 궁금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김관영이 하고 싶은 정치는 무엇인지.

"'즐거운 정치'입니다. 두 가지 의미가 있는데요. 하는 사람이 먼저 즐거워야 해요. 때로는 고민도 많고, 때로는 낙담하는 일도 있지만 스스로 겪어야 할 어려움도 있는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부터 즐겁게 정치하려고 합니다. 그 다음에는 정치의 최종 수혜자인 국민이 즐거워야 합니다. 국민이 즐거우려면 정치를 통해서 내 삶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는 국민들이 한 명씩 늘어나야 합니다.

제가 매주 지역구에 내려가서 많은 민원을 받아요. 제가 그분들께 좋은 아이디어를 받아서 입법 과제로 해결하면, 저한테 얘기한 그분의 문제만 해결하는 게 아니라 그분과 똑같은 문제를 안고 있는 전국 모든 사람의 문제를 해결하는 거잖아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그분도 기여한 것 아니겠어요? 그래서 제가 우리 지역구에 있는 많은 분들께 '그런 아이디어를 주셔서 당신도 대한민국의 삶이 나아지는 데 기여를 하게 되는 거다'라고 말씀드려요.

굉장히 뿌듯하죠. 그런 것들이 쌓이면 국민들이 정치를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지고 즐거운 정치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국민들이 자꾸 참여를 해야 정치에 대한 신뢰도 생기는 거니까, 그런 기회를 자꾸 더 만들어나가려고 합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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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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