쫀드기 공장이 지식산업? 부산시의 센텀2지구 고집

그린벨트 해제에 풍산그룹 보상금 수혜... 시민단체 대책위 출범

등록 2018.09.17 17:34수정 2018.09.17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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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센텀2지구 조감도. ⓒ 부산도시공사


오거돈 시장으로 수장이 바뀐 부산시가 전임 시장들이 숱한 논란에도 추진해오던 센텀2지구 개발을 그대로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여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 부산시는 신성장산업을 위한 산업부지 확보라고 항변하지만, 실상은 재벌과 토건 세력에 대한 특혜란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해운대구 반여, 반송, 석대동 일대 194만 평을 묶어 이르는 '센텀2지구'는 이미 개발된 센텀1지구보다 1.7배 넓은 면적으로 경기도 판교에 조성된 테크노밸리(약 20만평)보다도 더 큰 면적을 자랑한다. 부산시가 잡고 있는 사업비만 1조6413억 원에 달한다.

이곳에 융합부품 소재, 정보통신기술(ICT), 바이오, 영상·콘텐츠 등 첨단산업을 유치한다는 게 부산시의 장밋빛 청사진이다. 오는 2022년까지 센텀2지구가 조성되면 8만4천개의 일자리가 생산되고 경제적 파급효과만 24조 원에 이를 거라는 게 부산시 측의 설명이다.

센텀2지구 조성의 가장 큰 걸림돌은 이 지역 대부분이 그린벨트에 묶여있다는 점인데 끈질기게 중앙정부를 설득한 부산시는 그린벨트 해제를 눈앞에 두고 있다. 오는 20일 중앙도시계획심의위원회가 이 지역에 대한 그린벨트 해제 여부를 심의할 예정이다.

헐값에 판 땅 되사는 부산시... 풍산그룹 땅 사는 데만 보상금 절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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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구 반여동에 있는 풍산 부산사업장.<자료사진> ⓒ 정민규

하지만 그린벨트 해제로 대박을 터트릴 곳은 정작 다른 곳이다. 바로 방위산업체로 몸집을 불려온 풍산그룹이다. 류진 풍산그룹 회장은 전경련 부회장을 맡고 있다.

센텀2지구 부지의 절반 가량이 바로 풍산그룹 소유의 땅이다. 그러다 보니 2016년을 기준으로 책정한 전체 토지보상금 9951억 원 중 절반에 달하는 4895억원이 풍산그룹의 땅을 사는 데 들어가는 것으로 되어 있다.

가뜩이나 1980년대 전두환 정권 시기 방위산업을 한다는 목적으로 국방부 소유의 땅을 헐값에 사들인 풍산그룹에게 그린벨트까지 해제시켜주면서까지 땅을 되사준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그린벨트 해제는 풍산그룹의 오랜 염원이었다.


하지만 부산시는 "보상비는 관련법에 근거하여 적법하게 지급되므로 특혜 소지는 발생할 우려가 없다"라며 비판을 일축했다.

부산시가 개발 명분으로 든 '첨단산업 단지 조성' 역시 허울뿐이란 지적이 나온다. 2015년 처음 개발 계획이 나올 때까지만 해도 핵심 지구에 산업용지를 조성한다던 토지이용계획은 지난해에 슬그머니 바뀌었다. 산업용지를 뒤쪽으로 밀어낸 부지는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주거용지로 다시 설정됐다.

쫀드기 공장이 '지식산업'으로... 수요 부풀리기 의혹

마땅히 입주할 기업을 찾지 못해 산업용지를 변두리로 밀어낸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지만 부산시 측은 "입주할 기업은 많다"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정작 부산시가 내놓은 입주 의향 기업 중 지식산업으로 분류한 업체 중 한 곳은 옛날과자를 만드는 공장이다. 이 회사의 주력 생산품은 '쫀드기'다.

이외에도 금속 가공 등의 전통 제조업을 첨단산업으로 설정하는 등 본래 밝힌 목적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업종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산업단지계획 승인을 정부로부터 받아내기 위해서 수요조사를 부풀렸다는 의혹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부산시는 "(이들 기업을) 그 밖의 첨단산업으로 포괄적으로 분류하여 도시첨단산업단지 내 유치업종으로 간주하였다"라고 해명했다. 

센텀2지구를 만드려면 지역 최대 농산물시장인 반여농산물도매시장의 이전도 이루어져야 하지만 이에 대한 대책도 마련되지 않았다. 상인들의 반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지만, 부산시는 이와 상관없이 개발이 가능한 곳부터 우선 공사를 벌인다는 계획이다.

분노한 시민단체 대책위 구성 "재발특혜개발 강행"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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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시민단체들이 꾸린 ‘재벌 특혜 개발 센텀2지구 전면재검토 사회공공성 확보 및 노동자 생존권 보장을 위한 부산대책위’가 17일 오후 부산시청 광장에서 결성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책위는 부산시가 추진하는 해운대구 센텀2지구 개발이 재벌에게 특혜를 가져다주는 결과만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정민규


결국 부산시의 개발 강행에 제동을 걸기 위해 시민단체들이 나섰다. 17일 적폐청산사회대개혁부산운동본부 등이 '재벌특혜 개발 센템2지구 전면 재검토 사회공공성 확보 및 노동자 생존권 보장을 위한 부산대책위'를 꾸리고 활동에 들어갔다.

대책위는 이날 부산시청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시가 정경유착 재벌특혜개발을 청산하지 않고 여과 없이 강행하고 있다"면서 "부산시민을 짓밟는 짓이며 시대를 역행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대책위는 센텀2지구 개발로 지역 최장기 정리해고 투쟁사업장인 PSMC(옛 풍산마이크로텍) 노동자들의 생존권이 크게 침해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책위는 우선 오는 20일 그린벨트 해제를 위한 중앙도시계획심의위원회가 열리는 세종시 국토교통부를 찾아 장관 면담 요구 등을 통해 그린벨트 해지 전면재검토 입장을 전달할 예정이다. 또 지역에서는 개발에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를 오는 10월 열 계획이다.
#센텀2지구 #풍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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