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에 밀린 보육원... "뿔뿔이 흩어질 위기"

70년 역사 안양 '평화의집', 1년9개월째 새 보금자리 못구해

등록 2018.09.18 17:38수정 2018.09.20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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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집 입구. 그 옆에서 현재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 비대위 관계자 제공


[기사 수정: 20일 오후 4시 29분]

어린이와 노인들 보금자리인 경기도 안양 '평화의집'이 재개발에 밀려 오갈 데 없는 처지에 놓일 위기에 처했다. 약 3개월 뒤에 비워줘야 하지만 이사 갈 집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전 부지 인근 주민들과 갈등도 있어, 새 보금자리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평화의집 운영 주체인 '평화복지재단'은 임시거처를 마련한다는 계획이지만, 3개월 안에 원생 60여 명과 노인 30여 명이 생활할 공간을 마련하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관리 감독 기관인 안양시도 특별한 대책이 없어 보육원과 노인요양원, 재단 관계자들 한숨만 깊어가고 있다.

평화의 집은 70여 년 역사가 있는 보육원이다. 10년 전인 지난 2008년부터는 노인 주·야간 보호센터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일부 재개발에 편입... 울며 겨자 먹기로 매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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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집 이전 예정지 인근에 걸려있는 현수막. ⓒ 비대위 관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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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집 이전 예정지 인근에 걸려 있는 현수막. ⓒ 비대위 관계자 제공

 
평화의집과 평화복지재단, 안양시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위기는 평화의집 인근 '안양 임곡3지구 재개발'과 함께 시작됐다. 평화의집 일부(약 15%)가 재개발 구역에 편입됐고, 재개발을 마치게 되면 평화의집이 아파트 숲에 둘러싸이게 돼 울며 겨자 먹기로 팔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평화의집은 한 개발회사가 매입했다.

이와 관련해 평화복지재단 관계자 A씨는 18일 오전 기자와 한 인터뷰에서 "70여 년의 평화가 재개발과 함께 깨졌다"라고 하소연했다.

평화의집 면적은 약 11201.3㎡다. 그중 임곡3지구 재개발에 편입된 면적은 1636㎡다. 편입 면적에 건축물도 1개 동이 포함됐다.


평화의집 매각은 지난해 3월에 이루어졌다. 계약대로라면 올해 말에 비워줘야 한다. 1년9개월 정도면 새 보금자리로 충분히 옮길 수 있다고 봤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고 한다.

이와 관련, 재단 관계자 A씨는 "이전 부지 인근 주민들 반대도 있었고, 우리도 이런 일을 겪어본 경험이 없어서 일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A씨는 "임시 거처를 마련해 옮긴 뒤 새집이 다 지어지면 다시 이사할 수밖에 없다. 임시거처를 알아보고 있다. 추석 지나자마자 계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3개월이면 촉박하지 않겠느냐고 묻자 "충분하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이전 예정지인 안양 호현마을 주민대책위 관계자는 20일 오후 기자와 한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주민들이 청와대 등에 민원을 넣는 등 반대했지만, 나중에는 상생협약까지 체결했다. 아직도 이전을 못한 이유는 재단 내부 불협화음 때문인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주민 반대' 등으로 인해 보육원 이전을 못했다는 재단 관계자 말을 반박했다. 

이어 대책위 관계자는 "민원을 넣은 이유도 주민과 협의도 없이 이전 부지를 매입했고, 그 뒤에도 재단 측과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 덧붙였다. 기자가 아직도 반대 현수막을 떼지 않은 이유를 묻자 "상생협약을 했음에도, 재단 측에서 지금도 대화를 하지 않아, 내릴 수가 없다"라고 답했다. 

실제로 지난해 8월 복지재단과 주민대책위원회 사이에는 상생협약이 이루어졌다. 협약내용은 ▲건물 지을 시 소음, 분진 등 최소화 ▲복지재단 체육시설 등을 주민들과 공동사용토록 협조 ▲이전 공사 시 주민 우선 채용 ▲재단 운영에 필요한 인력은 주민으로 우선채용 ▲복지재단 바자회 등 수익금 일부 호현마을 노인 복지 등 비용으로 지원 등이다. 반대로 주민들은 ▲복지재단 이전을 위한 건축 관련 행위 및 운영에 협조하기로 했다.  

'비대위'까지 구성... "해결 못하면 뿔뿔이 흩어져야"

평화의집 직원들은 지난 17일 이 사태 해결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아래 비대위)를 꾸렸다. 총 직원 31명 중 20여 명이 비대위에 참여했다. 한 비대위 관계자는 지난 17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 사태를 해결하지 못하면 우리는 직장을 잃게 되고, 아이들은 정든 친구, 정든 선생님과 헤어져 뿔뿔이 흩어질 수밖에 없다"라고 사태가 급박함을 강조했다.

이어 비대위 관계자는 "아이들은 아직 이 사태를 모르고 있다. 언젠가는 아이들도 알게 될 것이고 또 알려줘야 하는데, 어떻게 알려야 할지 정말 난감하다"라고 덧붙였다.
#안양 평화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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