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빳빳이 쳐들고 껴드나" 말 끊었다 봉변당한 이재갑

고용노동부장관 후보자 '인청', 여당 의원마저 "조상님 잘 만나서 여기까지 왔나"

등록 2018.09.19 13:35수정 2018.09.19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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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쾅' 하고 회의 테이블을 내리쳤다.

그 너머로 익숙한 고성들이 오가기 시작했다. "국회 모독하는 거지, 이게 말이 돼?" "소리 지르고 그래!" 잠시 후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비례대표)의 의사진행발언이 이어졌다.

"자기 땅 아닌가? 그런데 할아버지가 했다, 난 모른다, 이게 도대체 말이 되는 답변을 하고 있는 건가. 법학 개론도 안 읽어 보고 답변하는 사람이 대한민국 장관 하겠다고 나와 앉아서, 자기는 잘못한 게 하나도 없다고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질문 못하게 껴드는데, 이건 단단히 경고해야 한다. 이런 식 답변이면 청문회 할 필요 없다."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는 '샌드백' 같았다.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한국당 의원들은 할아버지 명의 땅이 후보자에게 소유권이 넘어간 과정 등 도덕성 문제로 '때렸다'. 민주당 의원들은, 민주당 의원들대로 '이명박근혜 정부'에서도 노동부에서 핵심 요직을 거친 이력을 갖고 또 '때렸다'. "시류에 편승하면서 왔다갔다하는 행보하지 말라"라는 말도 나왔다.

비교적 무난했던 분위기... '이재갑 저격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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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물을 마시고 있다. ⓒ 연합뉴스

 
이 후보가 이렇게 난타를 당하게 된 데는, 국회의원들 표현을 빌리면 "답변 태도" 또한 빌미로 작용했다. '노동존중사회'를 위한 개혁의 적임자가 아니라는 노동계 우려를 전달하는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에게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더 많이 소통하겠다"라고 답할 때까지만 해도 무난하게 진행되는 분위기였다.

이런 분위기는 문진국 한국당 의원(비례대표) 차례에서도 어느 정도 유지됐다. 2000년 서울 방배동 아파트를 3억7000만 원에 매입하면서 계약서상 매매가를 1억5000만 원대로 낮추는 다운계약서를 작성했다는 의혹, 내부 정보를 이용해 비상장주식으로 시세 차익을 봤다는 의혹, 할아버지 명의 땅을 본인 이름으로 소유권을 이전하면서 매매로 신고해 세금을 탈루했다는 의혹 등이 차례로 제기됐다.

이 후보자는 "결과적으로 제 불찰이다, 사과 드린다"거나 "주식 매도 계약서를 의원에게 보여주겠다" 또는 조부 명의의 땅이 소유권이 바뀌는 과정에 대해 "제가 처리한 게 아니라서 부친에게 물었지만 워낙 오래된 일이라 당신이 기억을 못하시더라, 장관으로서 자격 여부에 대해서는 의원님들의 판단에 따르겠다"라는 답변 등으로 위기를 잘 넘기는 듯 했다.


하지만 역시 고비는 임이자 한국당 의원(비례대표) 차례였다. 그는 청문회에 앞서 내부정보를 이용한 시세 차익 의혹, 조부 명의 땅 관련 세금 탈루 의혹 등을 처음으로 제기했던 당사자였다. 임 의원은 후보자의 아버지 과거 직업도 거론했다.

임이자 : "농지 관련 부친이 다 처리해 난 잘 모른다, 그렇게 말씀하셨다."
이재갑 : "사실이다."
임이자 : "부친이 고려대 총장까지 하신 분인데, 그런 분이 잘 모르겠다 하시면 안 된다."
이재갑 : "굉장히 연로하셨다."


후보자 부친 '저격'한 임이자, 국회의원 말 끊었다 봉변당한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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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용 위원장(가운데)이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한정애(왼쪽), 임이자 간사와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그리고 "상속인데 매매라는 허위의 방법으로 확인서를 받은 것"이라는 내용의 임 의원 주장이 "제가 느끼는 인식을 말씀드린 것"이라는 이 후보자 말로 끊어졌다. 현장에서 "들으세요"라는 '경고'가 나오기 시작했다. 다시 "그때 당시 공직자로서는 큰..."이라는 임 의원 발언이 "제가 한 건 아니라고 아까 말씀드렸다"라는 답변에 묻혔다.

임 의원 발언 역시 더 독해졌다. "어떻게 상식적으로 할아버지와 손자가 매매를 하느냐, 총장까지 하신 분이 교묘히 법을 이용해서"라는 발언이 이어지자, 곧바로 이 후보자도 "고향집에 딸려 있는 조그만 텃밭 땅이었다, 교묘하게 이용할 방법도 없었다"라고 항변했다. "국회를 모독하는 거지"라는 고성과 함께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질문도 못하게 껴든다"라는 강 의원의 막말이 터져 나온 순간이었다.

잠시 후 익숙한 상황이 한 차례 몰아치고 난 후, 김학용 환노위 위원장(한국당, 경기 안성시)은 이 후보자에게 비교적 길게 답변을 할 수 있도록 허락했다. 이 후보자 답변을 대부분 그대로 옮겨봤다.

"우선 저의 부친 고향은 전남 장성군 외진 곳이다. 그런 곳에 일제 강점기 시절 저수지가 들어서면서 많은 땅들이 수용됐고 마을 사람들도 많이 이주 나가고 그런 땅이었다. 제 부친도 집이 한국전쟁 당시 화재가 나서 더 이상 살지 않고 외지로 나갔다. 사람도 별로 없고 그런 땅이다.

(문제가 된 땅은) 저희 부친 고향집에 딸려 있는 텃밭인데,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정상 절차에 따라 상속이 되지 않았다. 옛날 분들은 재산에 대한 분재표가 있었다고 하더라. 그런데 서로 다른 분재표 2개가 있었다. 그러다 보니 상속 절차를 밟기 어려웠다. 대부분 상속이 안 되고 시간이 흘렀는데, 형제분끼리 얘기가 돼서 그 땅을 명의 이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뒤늦게 상속 절차를 밟은 셈이다."


앞서 소란으로 손해를 본 임이자 의원의 보충 질의가 이어졌다. 그리고 차례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에게 넘어갔다. 이 후보자로서는 한숨 돌릴 수 있는 상황을 기대할 만 했다. 하지만 이용득 의원(비례대표) 순서는 더 독했다.

이용득 "조상님들 잘 만나서" 그리고 전현희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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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배제에 이견 낸 이용득 의원 정의당 대표인 이정미 의원(왼쪽)이 지난 8월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고용노동소위 구성 배제에 대해 항의하는 의사를 밝힌 후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다. 환노위원인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 의원을 비롯한 정의당 배제 소위 구성에 이견을 내고 있다. ⓒ 남소연

 
그는 시작부터 "임이자 의원 얘기 쭉 들어보니까 참 명문가 출신이고 조상의 은덕이 대단하다"라는 말로 험난한 그 다음을 예고했다. 이 의원은 이어 "정말 노동존중사회를 위해 적절한 인사인지, MB정권, 박근혜 정권 때 노동 적폐였던 사람이 어떻게 적폐 청산을 부르짖는 정권의 장관 후보까지 됐는지 많은 우려가 있다, 그걸 따져보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잠시 후, 이어지던 질의가 다시 끊겼다.

"껴들지 말라고 했죠? 발언을 조심하라는 겁니다. (중략) 이 후보가 창조경제에 대해서 얘기한 적이 있었어요. 마치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인 양 이렇게 얘기를 했어요. 그래서 저거 지나친 거 아냐? 거수기 아냐? 이런 우려가 노동계에 있었어요. 그런데 또 어느 신문에 쓴 거 보면, 창조경제는 그저 슬로건에 불과했다고, 허구성을 비판합니다. 실체는 아무 것도 모릅니다, 이런 식으로. 그래서 본인의 신념이 변한 건지, 시류에 편승하는 사람인가, 오락가락하는 게."

이어 그의 입에서 다시 힐난이 새어나왔다. 이 의원은 "조상님들 잘 만나고 명문가 출신으로 여기까지 올라온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라고 했다. "일자리 창출이 정책 1순위"라는 발언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이 의원은 "그 말부터가 문제"라며 "일자리를 어디서 만드냐"라는 질문을 연이어 했다. 그러면서 "일자리는 산업현장에서 기업과 노동자가 만드는 것"이라며 "이런 잘못된 생각 버리고 시류에 편승하며 왔다갔다하는 행보 하지 말라"고 쏘아 붙였다.

그 다음, 이장우 한국당 의원(대전 동구)이 또 후보자를 난타했다. 그 다음, 전현희 민주당 의원(서울 강남구 을)이 마이크를 이어받았다. 앞서 순서에 비해 조곤조곤, 부드럽게 말을 하던 전 의원에게서 이런 질문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 후보자가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타임오프제로 인한 노조 활동 제약 등의 정책 수립에 앞장선 적이 있는데..."
#이재갑 #강효상 #임이자 #이용득 #고용노동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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