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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애신' 김태리보다 '쿠도 히나' 김민정이 더 멋져 보이는 이유

[눈에 띄는 여성캐릭터] <보이스2> <미션> <러블리 호러블리>의 매력적인 여성들

18.09.22 18:25최종업데이트18.09.22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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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써내려가는 시대다. 우리 사회는 지금까지 관행적으로 여겼던 여성에 대한 정의에 의문이 제기되고 반성이 이루어지며 새로운 전통과 가치관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이 '새' 시대는 녹록지 않다. 여성다움에 대한 정의조차 합의에 이르는 것이 쉽지 않다.

이는 애써 규격화하는 것이 아니라, 규정하지 않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 그런 면에서 주목했으면 하는 세 여성의 캐릭터가 있다. 그들은 여성이지만 지금까지 우리 사회가 그려오던 '여성'의 캐릭터와는 다르다. 하지만, 그들을 하나의 '범주'로 묶을 수는 없다. 이렇게 '다른' 여성들을 통해 이 시대 여성들을 풍부하게 하는 것, 그것이 새로운 여성을 정의내리는 첫 걸음일 듯 싶다. 
 

OCN 드라마 <보이스> 강권주 포스터. ⓒ OCN

  
그 어떤 순간에도 높아지지 않는 목소리 - 강권주(이하나 분) 

어릴 적 사고로 눈을 다치면서 절대 청력을 가지게 되었다. 그 특기를 살려 112 신고센터 요원이 되었다. 하지만 무진혁(장혁 분) 형사 아내의 죽음 그리고 이어진 아버지의 죽음 등. 전화기를 통해 생생하게 전해진 죽음의 현장과 경찰의 늑장 대처로 자신의 직업적 한계를 느껴 미국 유학을 떠난다. 그로부터 3년 후 강권주는 '소머즈'와 같은 청력에 기반해 보이스 프로파일링 및 긴급 구조 전문가라는 독보적 분야의 전문가로 돌아와, 골든타임팀을 꾸린다. 

시즌1에 이어, 시즌2에서도 골든타임팀의 수장으로 등장한 강권주를 특징짓는 건 당연히 그녀의 남다른 청력이다. 하지만, 청력만으로 강권주를 예단해서는 아쉽다. 오히려 청력을 기반으로 하여 '보이스 프로파일링' 전문가가 된 강권주는 112 응급 구조 센터라는 절체절명의 응급 상황에서 흔들리지 않고 사건과 그 사건에 대처하는 골든타임팀 및 출동 팀을 이끄는 '리더십'이 진짜 그녀의 강점이다. 

그 누구보다 사건의 희생자에 대해 공감하고 마음 아파하지만, 그 '공감'의 감정을 절제된 이성으로 통제하며 상황을 통제해 들어간다. 즉, 그 어떤 순간에도 흔들리지 않는, 흔들리지 않으려 노력하는 그녀의 통제력, 그에 기반한 기민하고 냉철한 지시와 대처, 그것이야말로 <보이스2> 골든타임팀을 가능케 하는 핵심이다. 

그에 덧붙여 동료에 대한 편견없는 파트너십이 그녀의 리더십을 배가시킨다. 무진혁은 시즌1에서 매일 밥 먹듯 야근을 하는 남편을 위해 도시락을 챙기다가 잔인하게 살해된 아내 때문에 폭주한다. 강권주는 폐인이 되다시피한 무진혁을 출동 팀장으로 이끈다.

시즌2에서도 마찬가지다. 동료 형사를 죽인 사이코패스라 낙인 찍힌 왕따 도강우 형사(이진욱 분)을 동료로 받아들인다. '미친 개'라던 무진혁, '또라이'라던 도강우를 자신의 파트너로 이끈 이유는 '동물적 감각'으로 굵직한 사건들을 처리해냈던 혹은 '알파고'라고 지칭되는 그들의 능력이다. 즉 그들에 대한 세간의 편견을 넘어 그들의 능력을 존중한다. 이런 사심없는 강권주의 리더십은 해커였던 팀원들을 규합하는 과정에서도 드러난다. 

또한 시즌2에서 골든타임팀을 경찰청 내부의 이간질과 불신으로 궤멸시키려 했던 방제수의 전략에 휘말려 강권주는 도강우의 정체성에 대해 의심한다. 그러나 사실을 깨닫고 난 후 강권주는 기꺼이 도강우에게 사과하며 그의 의견에 귀를 기울인다. 이런 강권주의 캐릭터는 새로운 여성상을 넘어 어쩌면 우리 시대 '리더십'의 새로운 전형으로 주목할 만한 지점이다. 
 

미스터 션사인 쿠도 히나 ⓒ tvn

  
세상을 주무르나 옹졸하지 않다 - <미스터 선샤인> 쿠도 히나(김민정 분)

그녀는 이양화로 태어났다. 하지만 나라조차 팔아 일신의 영달을 구한 아비는 그녀를 일찌기 쿠도 히나로 만들었고 그녀를 돈많은 일본인에게 팔았다. 그녀의 몸 안에 새겨진 흉터와 같은 결혼 생활, 하지만 그녀는 그 '학대'를 기꺼이 갚고 글로리 빈관 여주인으로 돌아왔다. 

글로리 빈관, 하지만 그녀는 그저 호텔의 여주인이 아니다. 조선의 모던 보이, 모던 걸이 모이는 이 '개화'의 중심지에서 그녀는 세상 돌아가는 모든 것들을 모은다. 그 정보는 그녀의 의사에 따라, 그리고 그녀가 일원인 고종의 휘하 비밀 조직의 명령에 따라 조정된다. 그 중심에 그녀가 있다. 

그저 돌아가는 세상의 조정자로 살던 그녀, 그런 그녀 앞에 미국인 유진(이병헌 분)이 나타났다. 아버지도, 남편도, 남자들에게는 '득'보다 '실'이 많았던 그녀의 삶에 다른 감정의 결을 느끼게 해주는 사람, 그런데 그런 그의 눈은 다른 여인 애신(김태리 분)을 바라본다. 그만이 아니다. 동지인지, 정인인지 모르게 늘 그녀의 곁에 있던 동매(유연석 분)조차도 애신 앞에서는 흐트러진다. 처음에 대갓댁 규수였던 애신이 가소로웠고, 고까웠고, 세상을 주무르는 자신의 능력으로 그녀의 발을 걸어볼까도 싶었다. 

하지만, 쿠도 히나의 선택은 달랐다. 자신이 사랑하고픈 남자의 정인으로 등장한 여인에 대해 '질투' 대신, 기꺼이 그녀의 처지와 존재를 들여다보아준다. 연적에게만이 아니다. 사랑하고픈 남자에게도, 벗인지 연인인지 모르는 남자에게도 가장 앙칼진 칼을 들이대는 대신, 기꺼이 든든한 둔덕이 되어 애신도, 유진도, 동매도, 쿠도 히나의 그늘에서 세상을 피할 수 있게 해준다. 

쿠도 히나가 된 이양화가 가장 멋졌던 장면은, 그의 아비 이완익(김의성 분)의 죽음 앞에서다. 애신이 이완익을 죽였을 때도 그 아비로 인해 핏덩이 때 고아가 되어버린 애신을 감싼다.

가장 감정적인 듯한 포지션을 취하지만, 어쩌면 <미스터 션사인>에서 가장 품이 넓고 공명정대하며 정의로운 인물은 쿠도 히나, 친일파 이완익의 딸 이양화다. 혈연 대신 이성의 조국을 택한 여인, 친어미의 소식을 속인 정문 대감에 대한 복수를 택하지 않고 잡혀간 그의 역할을 기꺼이 맡은 여인은 드라마 속 모든 인물들에게 안락처가 되어 준다. 일본에 팔려갔던 친일파의 딸은 외모보다 그 캐릭터가 멋진, 말 그대로 여장부가 되었다. 스스로의 상징인 글로리 빈관이 일본군에게 농락당할 때 거길 폭파할 만큼. 
 

러블리 호러블리 ⓒ kbs2

  
힘은 이렇게 쓰는 것이다 - <러블리 호러블리> 오을순(송지효 분)

'호러블 로코'를 표방한 이 드라마에서 남녀 주인공이 처음 만난 건 칼을 든 괴한을 만나게 되면서였다. 그런데 이 '위기의 상황'에, 드라마는 기존의 남녀 성 역할을 전복시킨다. 당대 최고의 스타라는 자신의 처지가 드러날까 검은 비닐 봉지까지 뒤집어 쓴 남자 주인공은 각자 갈길을 가자며 읍소한다.

반면 오을순은 이미 칼을 들고 여성을 위협하던 괴한을 향해 "거기 서"라고 우렁차게 외친다. 이어 오을순은 여성을 구하고 칼 앞에 당당하게 다리를 날린다. 심지어 남자 주인공을 향해 찌르는 칼날을 손으로 막는다. 그렇게 드라마는 여주인공을 설명한다. 입봉도 못하고 되는 일이 없는 루저라지만 사실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물러서지 않는 당당한 여성이다. 

어릴 적부터 그랬다. 유도를 해서 전국체전에서 금메달까지 땄지만, 그 시절 공원에서 불량배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던 남자 주인공을 구하기 위해 나섰다가 결국 자신의 꿈이던 유도를 접었다. 하지만 좌절하는 대신 가난했던 자신에게 유일한 재미가 되주었던 글쓰기를 또 다른 희망으로 삼았다.

10살 무렵 엄마는 달아나고, 아버지는 돌아가셨다. 꿈이었던 유도는 다쳐서 못하게 되고, 이제 작가라는 꿈마저 요원하지만 여전히 그녀는 포기하지 않는다. 며칠을 안감은 머리, 눈 한쪽이 안 보이게 가리고 다니지만 불의 앞에서는 거침없다. 불쌍한 사람을 그냥 지나치지 않으며 그리고 여전히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 

죽을 위기에 놓인 남자 필립(박시후 분)을 구하느라 고군분투하던 을순은 그가 어릴 적 아버지가 만들어 준 목걸이를 빌려준 아이임을 안다. 그리고 그 목걸이와 함께 자신의 운도 그가 가져갔음을 안다. 자신의 행운을 도둑질해 갔을 지도 모를 남자, 하지만 기꺼이 병상에서 의식을 찾지 못하는 그에게 자신의 목걸이 혹은 행운을 돌려준다. 아니, 그녀의 손에 다시 전해진 목걸이를 바다 멀리 던져버린다. 운명 따위에 자신들의 행운을 맡기고 싶지 않겠다고 한다. 

<러블리 호러블리>의 오을순은 든든하고 믿음직해서 남자 주인공이 사랑에 빠지게 된 여자다. 물론 알고보니 입술도 예쁘고, 이마도 예쁘다는 로코의 정석을 외면하지는 않지만, 여전히 날아오는 야구공을 손으로 막아줄 만큼 그녀는 힘이 세다. 하지만 그저 힘만 센 것도 아니다. 운명으로 인해, 상황으로 인해 쫄보가 되는 남자 주인공 앞에서, '내가 지켜줄게' 하며 어설프게 남자인 척하는 남자 앞에서, '너님은 내가 지킬 거 같다'라며 여유롭다. 백마 탄 왕자 대신, 기꺼이 그 백마를 자신이 잡아 타고 운명을 잡으러 갈 기세다.

자신의 운을 빼앗은 남자 필립에게 새삼스레 운명의 손익계산서를 들이밀며 감정적 부채에 흔들리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입봉작을 도둑질해 스타 작가가 된 옛 친구를 품을 만큼 당당하다. 감정의 동요로 인한 갈등 대신, 기꺼이 품고 사랑하기를 택하는 오을순 식의 사랑법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
미스터 선샤인 보이스 러블리 호러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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