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재건축의 동태적 비일관성

수도권 재건축 규제 완화를 통한 공급 정책은 타당한가?

등록 2018.09.20 16:52수정 2018.09.20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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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부족은 총량이 아니라 서울 도심에 양질 주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린벨트 해제보다 서울 도심의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정상화해 양질의 주택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

"강남은 공룡이다. 그 공룡에다가 소 몇 마리 먹으라고 던져준들 공룡은 배가 차지 않는다. 우리가 국가 균형을 이야기하면서 수도권 균형은 왜 생각 안 하느냐? 급하다고 이걸 먹으면 안 된다."

한 사람이 한 이야기다. 이야기 한 시기와 이야기 할 때 말한 사람의 위치는 물론 다르다. 어느 말이 맞을까 살펴보기에 앞서 이른바 '동태적 비일관성(time inconsistency)에 대해 간단히 언급하자. 동태적 비일관성은 시간에 걸친 최적화 문제에서의 한 주제로 일반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개념은 아니다. 그럼에도 심심치 않게 경제 기사에서 언급된다. 예를 들어 쉽게 설명한 사례를 보자.

홍수철이면 범람하는 강변 유역이 있다. 그 곳에는 집을 짓지 않는 것이 이익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그곳에 집을 짓고 들어가기 시작하면 정부는 이를 방치할 수 없다. 강의 범람을 막는 구조물을 건설하는 것이 이익 된다. 정부가 주민의 안전을 간과할 수 없음을 아는 상황에서 강변 유역에는 집을 짓지 않는 것이 최적이었던 주민의 행태는 값 싼 강변 유역에 집을 짓는 것이 최적의 행태로 바뀐다. 이와 같은 주민의 최적 행태의 변화를 time inconsistency라고 한다. 이를 '동태적 비일관성'이라고 우리말로 번역한 것인데 번역된 용어가 개념을 더 어렵게 하는 측면이 있다.

이제 앞서 한 사람의 상반된 견해에 대해 이야기 해 보자. 강남을 비롯한 서울의 주요 지역에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주거지가 노후화되었다. 재개발, 재건축 수요가 늘어난다. 강북에 비해 강남은 계획도시로 사회적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잘 구축되어 왔다. 좋은 환경의 강남에서 새로 지은 집에 높아지는 자산가치를 누리면서 살고 싶은 주민들의 수요가 강하게 나타난다. 정부가 안전을 보장하는 구조물을 건설할 것이라고 믿고 홍수가 나면 범람하는 강변의 값싼 땅을 수요하는 것과 비슷하다.

최근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대책 중 하나로 재개발 및 재건축 규제 완화가 언급된다. 정부가 범람하는 강물을 막아줄 것이라 믿는 사람들처럼 규제가 완화될 것이라고 사람들이 믿게 되면 재개발 및 재건축을 중심으로 한 주택 수요는, 그것이 실수요이든 투기수요이든, 재개발 및 재건축이 늘려주는 양질의 주택공급을 능가하는 수준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어떻게 해야 할까?

또 다른 '동태적 비일관성'에 대해 해법까지 제시된 사례가 있다. 중앙은행이 물가 안정을 보장한다. 사람들은 중앙은행을 믿고 안정적인 물가수준을 전제로 경제활동을 영위한다. 중앙은행은 그와 같은 사람들의 믿음이 존재하는 상황에서는 물가가 기대보다 조금 높게 상승하면 실물 경제가 현재 상황보다 좋아진다. 물가안정과 더불어 중앙은행이 실업률 하락과 같은 정책목표를 동시에 추구한다면 중앙은행을 물가를 올리려는 유혹에 빠진다. 사람들이 이와 같은 메커니즘을 이해한다면 사람들은 물가 상승 기대를 높인다. 동태적 비일관성의 문제다. 결국 물가만 오르고 실업률은 제자리를 지킨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90년대에 우리나라를 포함한 많은 나라들은 중앙은행의 정책목표를 법에 의해 물가안정으로 단일화 했다.


이는 정부가 사람들이 강남에 살고 싶어 하면 정부는 어쩔 수 없이 강남에 집을 만들어 줄 것이라는 자기실현적(self fulfilling) 믿음을 차단해야 함을 의미한다.

앞서 다른 시기에 다른 입장에서 상반되는 언급을 한 사람은 한국당 김병준 비대위원장이다(두 언급은 최근 부동산 관련 조선일보 칼럼에서 인용하였다). 사람들이 범람하는 강변 유역에 집을 짓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했을까.

보다 안전하면서도 생산 활동이 용이한 주거지역을 정부가 선제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이는 오늘, 여기에서 '수도권 균형'과 '국토 균형'을 의미할 것이다. 상황이 급하지만, 공급은, 그것이 주택이든 성장이든, 장기적 관점에서 이해되고 시행되어야 한다.
#재건축 #부동산 #김병준 #동태적 비일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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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학교 ERICA 캠퍼스 경상대학 경제학부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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