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제 발로 나오느냐 끌려 나오느냐

[추석밥상에서 아는 척 하기 ④] 추석 후 다시 열리는 '전두환 광주 재판'

등록 2018.09.25 19:19수정 2018.09.25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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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을 자주 마주하게 되는 추석. 세상 돌아가는 판을 좀 안다고 은근히 내세우고 싶은 당신에게 오마이뉴스가 드리는 팁. 최근 핫한 사회 뉴스 중 추석 밥상에서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기 좋은 뉴스만 골라 핵심을 추렸습니다. 오고가는 대화 속에 정이 싹트는 추석 보내세요.[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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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 전 대통령 빈소 조문한 전두환 전두환 전 대통령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김영삼 전 대통령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나오고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2.12 쿠데타로 권력을 탈취한 전두환 정권에 의해 가택 연금과 정치활동 금지를 당했다. 그러나 1993년 대통령 취임 직 후 전두환, 노태우가 핵심인 군대 사조직 '하나회'를 척결했고, 1995년 군사반란과 부정축재로 전-노씨를 구속시켰다. 전두환은 방명록에 '고인의 명복을 기원합니다'라고 적었다(2015.11.25). ⓒ 사진공동취재단

 
추석 연휴 막바지, 슬슬 쪼들리기 시작한다. 연휴 후 출근은 스트레스의 근원. 하지만 괜찮다. 연휴가 끝나면 '그 분'의 이름이 또 오르내릴 것이니. 이이제이, 아니 이스제스. 스트레스는 또 다른 스트레스로 다스리면 된다. 제길.

그 분의 이름은 전가(家) 두환. 10월 1일 월요일은 그의 재판 날이다. 때문에 추석 연휴가 끝난 직후인 27일부터, 그의 이름이 다시 언론에 오르내릴 것이다.

재판을 앞둔 그는 출근을 앞둔 우리만큼 쪼들리고 있을까. 그의 부인에 따르면, 알츠하이머(치매를 일으키는 퇴행성 뇌질환) 때문에 정신이 온전치 않다고 하던데. 그럼 아무 것도 모른 채 멍하니 있을까. 그게 진짜라면 좀 억울하다. 그가 우리에게 주는 스트레스만큼 그도 좀 쪼들렸으면 좋겠다.

전두환씨 재판을 둘러싼 초점은 세 가지다. 전씨가 ▲ 재판을 받게 된 이유 ▲ 재판을 받는 장소 ▲ 재판에 나올지 여부가 그것이다.

지난해 전씨는 <전두환 회고록>이란 자서전 비슷한 걸 냈다. 이 책에서 그는 자신이 살아온 삶을 변론, 아니 변명했다. 역사의 평가를 거스르는 많은 내용이 있었지만, 특히 5.18민주화운동을 왜곡·폄하한 내용은 많은 이의 공분을 일으켰다. 그가 재판을 받게 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전씨는 책에서 5.18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증언했던 고 조비오 신부를 "가면을 쓴 사탄", "성직자가 하는 새빨간 거짓말" 등의 표현을 써가며 비난했다. 책 출간 직후 조 신부의 조카 조영대 신부가 전씨를 고소했고, 검찰은 지난 5월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그를 불구속 기소했다.

형사재판은 민사재판과 달리 피고인이 직접 법정에 출석해야 한다. 더구나 고소와 기소가 광주지검에서 진행돼 자연스레 재판도 광주지법에 배정됐다. 이미 법정에 서 본 경력이 있는 전씨지만(1995년 12월 기소, 1997년 4월 대법원에서 반란수괴·내란·내란목적살인 등 13가지 죄목 모두 유죄), 그가 광주 법정에 서 본 적은 한 번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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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민주화운동 희생자 명예를 훼손한 혐의(사자명예훼손)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이 광주지법에서 열리는 재판에 불출석하기로 한 2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전 전 대통령 자택이 출입자 없이 조용한 모습이다. 전 전 대통령은 알츠하이머를 이유로 재판에 불출석 했다. ⓒ 연합뉴스

  
사실 전씨 사건의 첫 공판기일은 지난달 27일이었다. 전씨의 변호인은 언론에 그가 재판에 출석할 것처럼 말했다. 하지만 전씨의 부인 이순자씨는 언론에 보낸 서면 의견서에서 "알츠하이머로 인해 정상적인 법정 진술이 가능할지 의심스럽다, 나라의 대통령이었던 사람이 공개된 장소에 불려나와 앞뒤도 맞지 않는 말을 되풀이하고 동문서답하는 모습을 국민들도 원치 않을 것"이라며 말을 바꿨다.

☞ '알츠하이머' 전두환? 국민들 기억은 생생하다

또 이씨는 "아내 입장에서 왕복에만 10시간이 걸리는 광주 법정에 무리하게 출석하도록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2018년 현재, 서울에서 광주까지 2시간(그것도 최대한 넉넉잡아)이면 갈 수 있을 만큼 KTX 기술이 발전했다는 건 여담이다. 아직 광주공항이 무안공항으로 이전하기 전이니, 김포공항에서 비행기를 타면 50분 후 광주공항에 도착한다는 것도 여담이다.

아무튼 불출석 사유서 등 절차라도 지키려고 했다면 모를까, 전씨 측의 행보는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지난달 31일 대법원 측은 "(전씨가 불출석 사유서나 연기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전씨의 광주행 거부는 이번뿐만이 아니었다. 지난 5월 기소 후 두 차례나 재판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했고, 그때마다 건강과 함께 "재판의 공정성"을 핑계 삼아 법정을 광주가 아닌 서울로 옮겨달라고 요구했다. 법원은 이를 거절했다.

전씨가 연이어 재판을 피하자 광주 사회는 들끓었다. 5.18과 연관된 사람들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까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들끓은 곳은 광주뿐만이 아니었다. 여당 수장인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까지 "전씨를 법정에 세워 준엄한 심판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이번 사건의 재판 결과는 같은 이유로 진행된 민사재판 결과를 보면 예측이 가능하다. 지난 13일 광주지법은 전씨 측이 조영대 신부와 5.18 관련 단체에 총 7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명령했다. 전씨가 그들의 명예를 훼손한 게 인정된 것이다.

문제는 10월 1일 진행될 형사재판에 '전씨가 법정에 나타나느냐'이다. 법원은 피고인이 특별한 이유 없이 형사재판에 불출석하면 구인장을 발부해 강제 구인할 수 있다.

제 발로 나오느냐, 끌려 나오느냐. 선택은 그리 어렵지 않다.
#전두환 #재판 #광주 #5.18 #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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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악의 저편을 바라봅니다. extremes8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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