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화력 옆 마을 초등학생 "이 더러운 환경에 못 살아"

명덕마을 초등 6학년 정예진 학생, 김경수 경남지사한테 '대책 호소' 편지

등록 2018.09.21 15:23수정 2018.09.21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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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 명덕마을피해대책위, 사천남해하동 석탄화력발전소 주민대책위는 9월 20일 경남도의회에서 김경수 경남지사를 만나 대책을 촉구하는 편지를 전달했다. ⓒ 류두길

 
"저는 이 더러운 환경, 숨 막히는 마을에서 살기 힘이 들고, 아픔과 고통 속에서 살아가시는 아프신 분들, 제가 좋아하는 분들이 암으로 돌아가신 것을 생각하는데 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경남 하동군 금성면 명덕마을에 사는 초등학교 6학년 정예진 학생이 김경수 경남지사한테 보낸 편지에서 이같이 호소했다. 정 학생은 한국남부발전 하동화력에서 가까운 명덕마을에 살고 있다.

명덕마을 주민들이 하동화력에 나는 소음과 악취, 미세먼지 등으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2009년 7월 준공된 하동화력은 현재 8기까지 증설되어 가동되고 있다.

명덕마을피해대책위, 사천남해하동 석탄화력발전소 주민대책위가 지난 9월 11일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각종 환경 피해 현황을 고발했고, 이주대책 등을 촉구했다.

이후 경남도 환경정책국은 명덕마을의 피해 상황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였다. 명덕마을 주민들은 9월 20일 경남도의회에서 김경수 경남지사를 만나 대책 마련을 호소했고, 이날 편지를 전달했던 것이다.

정예진 학생은 편지에서 "도지사님께서 아실지 모르겠지만, 현재 명덕마을에서는 수많은 피해를 보고 있어, 도지사님께 요청을 드리고자 이 편지를 쓰게 되었습니다"고 인사했다.

그는 "명덕마을은 발전소에서 날아오는 석탄제로 인한 피해가 수없이 많습니다"며 "저를 정말 잘 챙겨주시는 경숙이 이모, 저를 사랑과 따뜻함으로 보살펴주신 저의 친할머니, 항상 제가 학교에 갈 때면 밖에서 인사해 주시던 옆집 성구 할아버지, 이 세 분을 포함한 많은 분들이 발전소에서 날아오는 석탄제로 인해 암으로 돌아가셨습니다"고 했다.


이어 "현재도 발전소에서 날아오는 석탄제의 피해로 아파 병원에 누워 계신 분들이 계십니다. 그분들에겐 살아계신 것이 고마울 따름입니다"며 "저 또한 학교에서 7시 30분쯤 집에 돌아와 빨리 숙제를 하고 휴식을 취해야 하지만, 24시간 울리는 소음으로 제대로 공부를 하지도 휴식을 취하지도 못하고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폭염이 계속된 지난 여름에는 집에서 창문도 열지 못했다는 것. 정 학생은 "올여름 정말 덥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저희 가족은 발전소의 심각한 소음과 날아오는 석탄재로 문 한번 열지 못하였습니다"라고 했다.

이어 "그래서 더위를 많이 타는 저로 인해 에어컨을 많이 틀어 전기세도 많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맞벌이를 하시는 부모님께 죄송할 따름입니다. 저의 어머니 소원은 아침에 일어나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아침을 시작하는 것입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하지만 이곳에 살다가는 부모님의 소원 하나 들어드리지 못하고 불효자식이 될 것 같습니다. 13년 동안 명덕마을에 살면서 느낀 점이 많은데, 웃어른 분들은 얼마나 많은 울분과 고통이 담긴 하루하루를 살아가시겠습니까?"라고 했다.

정 학생은 "13년 동안 살아온 집에서 마음의 안정을 가지기는커녕 불안함만 가지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도지사님. 저는 정말 좋은 환경에서, 돌아가시는 분들 없이 좋은 것만 보고 들으며 살고 싶습니다"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저의 생각과 명덕 주민의 이주하고 싶은 마음을 헤아려 주셔서 좋은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제발. 명덕 주민들의 아픔과 고통을 이제라도 덜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간곡히 부탁드립니다"라고 호소했다.

명덕마을 주민 전미경씨는 편지에서 "제가 사는 집은 남부발전 하동화력과 불과 200m 안팎의 가까운 거리에 살다 보니 발전소의 운영과정 중 발생되는 여러 가지 누적된 환경 피해들 때문에 일상생활조차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지경입니다"라고 했다.

그는 "하동화력의 환경파괴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 지 올해로 꼭 십년째이지만, 여전히 매일매일 들려오는 발전소 소음과 악취, 중금속 뒤범벅인 비산먼지 등에 400여 명덕주민들의 장기간에 걸쳐 속수무책으로 내몰려 겪다보니 많은 주민들이 암에 걸려 돌아가시거나 투병 중이시고,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질환 등에 시달려 매우 불안한 생활의 연속이어서 마치 환경난민이 된 심정입니다"라고 했다.

전씨는 "암이나 지병으로 남편을 먼저 보내시고 덩그러니 집 한 채와 홀로 남으신 마을의 어머님들은 한결같이 '나 죽고 나면 이런 동네에서 어느 자식이 들어와 살겠느냐. 자식한테 물려주어도 살지도 않을 끼고 팔려고 내놓아도 팔리지도 않고 내 죽고 다 죽으면 귀신들만 오글거리는 동네가 될끼라'고 하시며 죽기 전에 이주를 해달라고 하면 어디라도 끝까지 호소라도 해 보자시며 저와 함께 동행을 하고 계십니다"라고 했다.

그래도 희망적이라는 것. 그는 "얼마 전 경남도 환경정책국 담당자들과 제윤경 국회의원으로부터 지사님께서 명덕마을을 직접 언급하셨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쏟아지는 눈물을 참아내기 힘들었습니다"라며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어느 누구도 어느 기관도 전혀 들어려 하지 않던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진 세상이라는 걸 평생 노동으로 허리가 휘고 골 깊은 주름으로 늙으신 마을의 어머님들은 느끼고 계십니다"라고 했다.

전미경씨는 "발전소 건립으로 대대손손 어업에 종사해오던 삶의 터전을 잃어버리고 늙으신 어머님들과 명덕 주민들의 소원은 발전소의 소음과 악취, 먼지 등이 없는 곳에서 단 하루라도 편히 잠들고 숨쉬길 간절히 소원합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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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 명덕마을에 사는 초등학교 6학년 정예진 학생이 김경수 경남지사한테 하동화력발전소와 관련한 대책을 호소하는 편지를 보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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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 명덕마을에 사는 초등학교 6학년 정예진 학생이 김경수 경남지사한테 하동화력발전소와 관련한 대책을 호소하는 편지를 보냈다. ⓒ 윤성효

#한국남부발전 #하동화력발전소 #김경수 지사 #명덕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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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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