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전폭 지원...인터넷은행법 거부하라"

[현장] 경실련 등 시민단체 회견, "경제민주화 위해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해야"

등록 2018.09.21 15:32수정 2018.09.21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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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단체들이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을 거부하라고 촉구했다. ⓒ 조선혜

"적폐청산 구호는 사라지고, 재벌을 전폭 지원하는 쪽으로 (정부 정책이) 완전 반전됐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초심으로 돌아가 인터넷은행법에 어떤 문제가 있나 생각해보십시오."

21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단체가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개최한 '공약파기·은산분리 훼손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 대통령 거부권 행사 촉구 기자회견'에서 나온 말이다.

김호균 경실련 경제정의연구소 이사장(명지대 교수)은 이날 회견에 나와 "문재인 대통령은 나라다운 나라, 노동중심 사회를 이야기했었다"며 "재벌에 은행을 안겨주면 나라다운 나라가 되겠나"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대통령이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경제민주화 위해 대통령 할 일은 인터넷은행법 거부하는 것"

앞서 지난 20일 국회는 산업자본이 인터넷전문은행(아래 인터넷은행)의 주식을 34%까지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아래 인터넷은행법)을 통과시켰다.

이에 시민단체들은 인터넷은행법에서 은행 지분을 34%까지 가질 수 있는 대상을 정하는 핵심 부분이 법률이 아닌 시행령(대통령령)에 담겼는데, 이는 위헌 소지가 크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윤순철 경실련 사무총장은 "헌법에 보면 중요한 사항은 법률에 넣게 돼있는데 이 법에선 핵심 사항이 (법률 조항이 아닌) 시행령에 위임돼 있다"고 했다. 또 그는 "재벌이 은행을 소유할 수 없도록 하겠다던 대통령의 약속이 지키지 않았다"며 "인터넷은행법은 우리 경제의 근간을 무너뜨릴 것"이라고 말했다.


허권 금융산업노동조합위원장은 "박근혜 정부 때 민주당은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한도를 (9%에서) 4%로 줄였었다"며 "그런데 왜 지금은 아무런 설명도 없이 34%로 늘렸나"라고 규탄했다. 더불어 허 위원장은 "국민이 함께 잘사는 경제민주화를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가장 먼저 할 일은 어제 통과된 인터넷은행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통령, 거부권 행사 하지 않으면 재벌개혁 포기 선언하는 것"

또 박상인 경실련 재벌개혁위원장(서울대 교수)은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진 마지막 날 국회에서 재벌이 은행을 소유할 수 있게 길을 터주는 법이 통과됐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이것이 대통령의 의지가 아니라면 이 법을 거부하라"며 "공약을 지키는 대통령이 돼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는 "한반도에는 평화가 오지만 인터넷은행법 통과로 금융에는 재앙이 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네이버 은행, 삼성 은행이 만들어지면 늘어날 것은 가계부채이고, 일자리 구조조정이 뒤따를 것"이라며 "우리의 호소를 대통령은 들어달라"고 했다.

더불어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여당 등이) '은산분리 원칙을 지키겠다',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에 한해 인터넷은행을 소유할 수 있게 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런 내용이 다 바뀌었다"고 했다. 또 박 사무처장은 "재벌 대기업에 경제력이 너무 집중돼있어 경제민주화가 필요하다고 했던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것은 재벌개혁 포기를 선언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목소리 높였다.

이번 기자회견에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 빚쟁이유니온, 주빌리은행,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등도 함께 했다.

금융위원장 "대기업 사금고화 우려 없도록 분명히 규정할 것"

한편 이날 오전 금융위원회 기자실을 깜짝 방문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가장 논란이 됐던 부분은 (은행의) 대주주 자격제한을 어떻게 할 것이냐 하는 것"이라며 "대주주의 범위를 특례법에서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 위원장은 "시행령이 그 범위를 벗어날 수 없을 것이고, 법 취지 안에서 대기업의 사금고화 우려가 없도록 (시행령에서) 분명히 규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7000만원의 벌금형을 받은 KT가 인터넷은행 대주주로 적격한지 심사를 받을 경우 당국이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지 묻는 질문도 나왔다.

최 위원장은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은 경우 대주주 자격을 가질 수 없지만 최종판단은 금융위가 하게 돼있다"며 "(은행 인가) 신청이 들어오면 위반 정도가 경미한지를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이 과정에서 당사자의 의견을 충분히 감안하고 전문가들의 토의를 거쳐 판단하겠다"고 덧붙였다.
#인터넷전문은행 #은산분리 #경실련 #최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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