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CCTV 반대' 의사들 압박에 이재명 "포기하지 않는다"

의협 "법적조치 등 강력히 대응" 반발... 이재명 지사 "공개토론 하자" 제안

등록 2018.09.21 16:14수정 2018.09.21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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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불로소득 지적하는 이재명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1일 오전 수원 경기도청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경기도 예산정책협의회’에 참석해 최근 부동산 폭등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 유성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도 의료원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해 시범 운영하기로 하자, 의료계가 법적조치를 예고하는 등 강력 반발하면서 논쟁이 점화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등은 환자와 간호사의 개인정보 침해와 의사 진료권 위축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지만, 이재명 지사는 의료사고와 환자 성희롱, 대리수술 등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수술실 CCTV 설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재명 "환자 인권도 고려해야"... 대한의사협회에 공개토론 제안

이재명 지사는 21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의협(대한의사협회)이 의료인 진료 위축, 환자와 간호사 등의 인권과 사생활 침해 등을 이유로 (수술실 CCTV 설치) 반대 입장을 밝히고 철회를 요구하며 법적조치와 집단행동을 시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지사는 이어 "의료진 입장에서 제기할 수 있는 문제라 생각하지만, 한편으로 환자의 요구와 인권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저의 생각"이라며 "최근 수술실에서의 대리수술 등 밀폐공간에서의 환자 인권침해가 잇따르면서 국민의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이재명 지사는 특히 "'기본에 충실한 새로운 경기도'는 정당하고 적법하며 국민이 원하는 일이라면 어떤 경우에도 이해관계자의 압박에 굴하여 포기하지 않는다"면서 수술실 CCTV 설치를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 지사는 또 "어린이집이나 골목길 CCTV가 선생님과 원장님이나 주민들을 잠재범죄자로 취급하는 것이 아님에도, 수술실 CCTV가 의료진을 잠재범죄자로 취급하는 것이라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환자 요구 시에만 촬영하고 비밀을 유지하다 일정 기간 후에 영구폐기할 것이므로 환자나 의료진의 인권이나 사생활도 문제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재명 지사는 "진료 계약 당사자인 환자가 원한다면 의료진의 계약이행은 사생활이 될 수 없다"면서 "수술실 CCTV가 몰지각한 소수 의료인으로 인한 국민의 불신 불만을 해소하고 대다수 선량한 의료인을 보호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는 마지막으로 "무조건 반대와 압박은 문제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못 된다"며 대한의사협회 의료인, 환자, 전문가, 시민들이 참여하는 공개 토론을 제안했다.

의사협회 "정부기관, 국회 사무실부터 CCTV 설치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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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1일 페이스북을 통해 대한의사협회에 수술실 CCTV 설치와 관련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 이재명페이스북캡쳐


앞서 대한의사협회(의사협회)는 지난 20일 '수술실 CCTV 시범 운영계획에 대한 입장' 자료를 통해 "수술실 등 의료기관에서 의료행위를 행하는 의료인들의 인권뿐만 아니라 환자 인권과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수술실 CCTV 설치를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의사협회는 "수술실 CCTV 설치로 인해 의료인의 진료가 위축됨으로써 환자를 위한 적극적인 의료행위가 방해될 뿐만 아니라, 수술 등 의료행위를 받은 환자 개인과 간호사 등 의료 관계자의 사생활과 그 비밀이 현저히 침해될 것"이라며 "결국 수술 의료진과 환자와의 신뢰 관계가 무너지는 최악의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사협회는 또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해 의료인을 압박하고, 수술하는 내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것이 환자의 인권을 위한 것이라면 오히려 민생의 최전선에 서서 국민들을 위한 정책을 만드는 공공기관, 정부기관, 국회 등의 사무실에 CCTV 설치가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사협회는 지난 19대 국회에서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이와 같은 문제 때문에 입법화되지 못했다고 소개했다.

의사협회는 "드론이나 차량용 블랙박스 등 곳곳에 설치된 CCTV와 더불어 사회적으로 개인정보가 불법 유포되고 있는 상황에서 CCTV를 통한 수술실 촬영은 유출 시 해당 공간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얼굴, 신체적 특징, 행동 유형과 근무 현황 등 수많은 정보가 대중에게 고스란히 노출될 것"이라며 "이에 따라 초상권, 개인정보 공개에 관한 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그리고 아울러 노동자로서의 권리 등 기본권이 심각하게 침해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사협회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시범 운영을 강행할 경우 대한의사협회는 국민과 의료인의 기본권을 지키기 위해 13만 회원과 함께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기도의사회도 전날(19일) 성명을 통해 "이재명 도지사는 반인권적인 수술실 CCTV 시범 운영계획을 즉각 철회하라"며 "다음 달 (CCTV 운영을 강행하면) 이 지사와 도 의료원 측에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경기도의사회는 "사업장에서 근로자의 행동에 대한 감시 목적의 CCTV는 엄연히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상 불법행위"라며 고발 등 법적조치까지 예고했다.

그러나 경기도의 한 관계자는 "수술실 CCTV 시범 운영과 관련 법적 검토를 모두 마쳤다"며 "특히 경기도의료원 산하 수원·의정부·파주·이천·안성·포천 등 6개 병원과 병원 노조의 동의까지 받았다"고 반박했다.

시민·환자단체, 수술실 내 CCTV 설치 지속적 요구

마취 등으로 환자가 의식이 없는 상황에서 외부와 차단된 수술실 내의 인권침해나 대리수술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시민·환자단체들은 수술실 내 CCTV 설치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소비자시민모임, 한국소비자연맹, C&I소비자연구소 등 시민·환자단체들은 지난 10일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환자안전을 위협하는 대리수술의 근절을 위해 수술실 내 CCTV 설치를 비롯해 의사면허 제한, 의사 실명 공개 등을 강력히 요구했다.

실제 지난 6월 강남의 한 성형외과 수술실에서 의사가 환자를 두고 "가슴이 하나도 없다. 남자친구가 없을 거다"라고 말한 사실이 환자의 녹취를 통해 알려졌다. 또 이달 초 부산 한 정형외과에서는 원장이 의료기기 영업사원과 간호사에게 어깨 대리수술을 시켰다가 환자가 뇌사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의료사고의 경우 증거를 확보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에서 분쟁 해소를 위해서도 CCTV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경찰은 보건복지부에 "수술실 내 CCTV 설치를 의무화하라"고 권고한 상태다. 보건복지부는 수술실 내 CCTV 설치는 병원 자율이고, 환자의 동의를 전제로 촬영ㆍ열람을 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앞서 이재명 지사는 지난 16일 페이스북에 "10월1일부터 연말까지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 수술실에 CCTV를 시범 운영한 후 2019년부터 의료원 6개 병원 수술실에 CCTV를 전면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공의료기관 수술실에 CCTV를 운영하는 것은 전국에서 이번이 최초다.

경기도는 수술실 내 CCTV 촬영은 환자가 수술 부위 촬영 등 개인 정보 노출을 우려하는 경우,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에 따라 환자의 동의할 경우에만 선택적으로 촬영할 수 있도록 조치할 계획이다. 경기도는 수술실 CCTV 설치·운영 확대를 위해 CCTV 장비 구입과 설치 등에 드는 예산 4400만 원을 내년도 본예산에 반영하기로 했다.
#이재명 #수술실CCTV설치 #대한의사협회 #수술실내인권침해 #대리수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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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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