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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이주민이다" 일본 이주 청소년들의 외침

제12회 이주민영화제 상영작, 이와이 시게아키 감독 인터뷰

18.09.27 13:35최종업데이트18.10.02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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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틸 사진 중에서 ⓒ Shigeaki Iwai


일본 기후현 가니시에는 일본계 브라질인, 필리핀인 등 외국인 노동자와 그 가족이 많이 살고 있다. 그들을 지원하는 NPO(비영리) 법인 가니시 국제교류협회에 다니는 청소년들 중에는 일본에서 태어나 자란 아이들도 있지만, 중도 입국하게 된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일본 문화에 익숙하지 않기에 지역 사회에 어울리지 못하고 정체성의 형성에 지장을 초래하기도 한다. 그런 가운데 이와이 시게아키 감독은 가니시에 체류하면서 미술 표현을 통한 독자적인 접근으로 이주 청소년들과의 대화를 시도했다.

그는 도쿄 예술대학대학원 미술 전공과 수료 후, 1990년대 말에는 사람과 사회의 관계성에 집중했다. 주로 유럽·호주·동남아시아의 다문화 가정 상황을 조사해서 비디오나 음성으로 구성한 작품을 제작해왔다.  

최근 작품 형태의 폭을 더욱 넓히는 것과 동시에 국내외의 도시나 지방에 체류하면서 지역 커뮤니티나 전통을 현대의 문맥 속에서 재구축하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이미그레이션 뮤지엄 도쿄(IMM)>라는 도쿄 변두리 지역에 사는 외국인과의 교류를 통해 기획한 아트프로젝트도 그 중의 하나다. 프로젝트를 총감독한 이와이 감독을 이메일을 통해 서면 인터뷰했다.

-이 영화를 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알려주세요.
"저는 2012년 이 영화를 제작한 기후현 가니시(Kani City)의 문화 센터 ALA에서 개최된 다문화 연극 공연 영상 제작에 참여해 이 영화에도 출연하고 있는 이주 배경 청소년과 만나게 되었고요. 그 후에도 그들과의 교류는 계속되고 있었지만, 2017년 가니시 다문화 공생 센터(FREVIA)에서 의뢰를 받아 이 센터에서 취학 지원을 받는 청소년들에게 취재한 이 영화를 보여주게 됐어요. 본작에서 추가로 5년이 지난 2022년에는 성인이 돼 이 지역 사회에 사는 출연자들의 청소년 시절을 그린 영화 제작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영화를 제작하면서, 힘들었거나 보람을 느낀 일이 있다면?
"저는 영화 감독으로 일을 했지만, 본래는 미술가입니다. 따라서 현실에 사는 청소년과 의사소통에 미술의 관점을 활용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대화를 위한 환경 조성으로 청소년들이 자신의 몸보다 큰 패널(캔버스)을 마주 하고, 몸 전체를 움직여 그리는(또는 표현하는) 상황을 마련했습니다.

아이들이 그림을 그리면서 일어나는 마음의 변화를 파악하고 소통하면서 저와 그들의 거리를 가깝게 만들려 했어요. 그리고 이 시도는 대체로 성공했습니다. 그들의 경험과 희망, 후회, 꿈은 직접 그린 색상과 모양에서 알 수 있었어요. 그들이 바라보는 세계는 작품과 그걸 설명하는 말에 그대로 표현되어 있었기 때문이지요."
 

-이번 한국의 <이주민 영화제>에서 특히 기대되는 것이 있다면?
"현재 263만 명의 체류 외국인이 일본에 살고 있다고 법무부가 발표헸습니다. 일본보다 외국인 비율이 높다는 한국에서 일본 사회가 배울 점이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 구체적으로는 한국의 다문화 정책을 들 수 있습니다. 

저도 앞으로 더 배워야 하지만 외국인을 그저 '노동력'으로 간주하는 일본 정부와 달리, 한국은 국제 결혼 등에 대한 법적 근거도 갖춰져 있다는 인상을 갖고 있습니다. 제가 이 영화를 제작한 가니시는 일본계 브라질인을 비롯해 한때는 총 인구의 10% 정도가 외국인이었다고 합니다. 아마도 서울이나 그 주변에도 비슷한 지역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는 어디까지나 이주 배경 청소년들의 관점에서 생활 수준의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감상하면서 공감대가 생기거나 다양한 대화를 나누기를 기대하고 있어요. 잘 되면 그 중에서 일본이 앞으로 마주해야 하는 다문화 정책에 대한 제언도 들을 수 있으면 기쁘겠지요."

영화에서 이주 배경 청소년들은 거대한 캔버스에 주저하지 않고 다양한 색과 모양을 그려 나간다. 이는 보는 자들을 압도하는 표현이었다. 거기에는 그들의 본국에서의 경험이나 일본 생활에 대한 불안이나 희망이 묻어 있다.

그리고 촬영을 진척시키는 동안, 청소년이 안고 있는 문제 이외에도 그들을 서포트 하는 교육자나 지원자들의 갈등, 그리고 이제부터 일본이 마주해야 할 공생에 대해서 여러 고민을 안게 된다. 꼭 이 영화를 본 후에 감독과 대화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싶다.

 

<제12회 이주민영화제>포스터 ⓒ 제12회 이주민영화제

 
'제12회 이주민영화제'는 <우리는 모두 이주민이다 - IN&OUT>이라는 슬로건으로 서울 이화여대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개최된다. 오는 10월 12일 오후 1시부터 '이주민공동체미디어의 현황과 과제'라는 주제로 개최할 포럼을 비롯해 미등록 이주아동, 해외입양, 중도입국청소년, 이주노동자, 결혼 이주여성, 워킹 홀리데이 노동자 등 다채로운 주제를 다룬 작품과 대화, GV 등이 14일까지 이어진다. 많은 참여를 위해 모든 상영과 프로그램은 무료로 진행된다.

이 영화제를 주최하는 '이주민방송MWTV'에서는 정기적인 후원 회원과 프로그램북의 광고 등 후원도 지속적으로 모집 중이다.
 

제12회 이주민영화제 스케줄표 ⓒ 이주민영화제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주민방송MWTV에도 실립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기사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주민영화제 이주배경청소년 일본 아트하우스모모 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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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이주민영화제(MWFF) 프로그래머 참여 2015~ 인천시민명예외교관협회운영위원 2016~ 이주민영화제 실행위원 2017.3월~2019 이주민방송(MWTV) 운영위원 2023 3월~ JK DAILY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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