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북활동의 선봉, 가짜 김정숙

판문점선언과 북한바로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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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호(ecosansa)등록 2018.09.27 16:05
"우리가 아는 북한은 없다"

이 표현은 개성공단에서 북한 노동자들과 오랫동안 일해온 현 개성공단지원재단 김진향이사장이 북한관련 강연 때마다 하는 말이다. 여기에 덧붙여 그는 남한사람들 99.9%가 '북맹'에 다름 아니라고 했다. 결국 '그 동안 우리가 알고 있었던 북한'은 모두 허상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남북관계가 급속히 개선되고 있는 현실에서 이제 더 이상 거짓 정보가 우리의 시야를 흐리게 해서는 안된다. 이제 하루라도 빨리 북한 땅의 민 낯을 직접보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올해 1월 1일 김정은위원장의 신년사가 발표되면서 남북관계는 전에 없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이처럼 신년사 이후 올 4월부터 9월 사이, 불과 5개월만에  남북정상이 3번이나 회담을 갖는 등 그야말로 광속으로 남북관계가 전개되고 있다. 특히 기존 2000년과 2007년에 있었던 김대중-노무현대통령의 경우와 달리 북측의 영부인 리설주여사가 함께 하면서 다양한 이야깃거리가 만들어지고 있으며, 이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북한을 전공한 필자는 북에서 '백두산 3대장군'으로 칭송받는 동명이인 '김정숙'이 떠올라 같은 이름의 둘을 비교해보면 어떨까 싶어 자료를 찾던 중 뜻밖의 인물을 만났다.
 
그의 이름은 '주순영'으로 현재 선교사라는 수식어를 붙여 소개되고 있다. 그는 2003년 탈북하여 들어온 여성인데, 북에 있을 때 영화배우로 활동하였으며, 자신은 김정숙의 역을 도맡았던 '제1호 공훈배우'였다고 증언하며, 자신이 김정숙 역으로 출연한 영화는 《사령부를 멀리 떠나서》와 《민족의 태양》 속편 '태양은 빛나리'라고 했다.
 
이런 최고의 여배우가, 그것도 4번의 체포와 2번의 북송을 겪으면서 2003년 드디어 탈북에 성공하였으니 우리 언론의 조명을 받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따라서 이미 2천 회 이상의 직접적인 연설 뿐만 아니라 많은 언론에 출연하여 우리에게 '북한사회'를 알리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탈북자 주순영이 김정숙 역으로 출연했다는 예술영화 《사령부를 멀리 떠나서》(1978), 1938년 청봉밀영에서 있었던 김정숙의 항일혁명투쟁을 담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 유영호

 
 
그런데  북한영화를 전공한 나는 그의 사진을 보는 순간 의심이 갔고, 자료를 뒤지며 영화 속 인물을 비교해보았다. 그리고 이러한 나의 판단을 공유하고자 이 글을 보는 사람들이 직접 확인해 볼 수 있도록 그가 김정숙의 역을 맡아 출연했다는 예술영화 《사령부를 멀리 떠나서》속의 김정숙과 주순영을 비교한 여러 사진들를 올려본다. 그냥 보아도 누구나 쉽게 위의 두 인물이 서로 다른 인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귀모양이 서로 다르다.
 
 

탈북자 주순영과 그녀가 김정숙 역으로 출연했다는 《사령부를 멀리 떠나서》의 주인공 김정숙. 좌우의 귀모양을 보면 서로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주순영의 사진은 2012년 크리스챤리뷰와의 인터뷰에 본인이 직접 제공한 사진을 사용하였다) ⓒ 유영호

 
 
물론 북한에서는 이미 조선중앙TV를 통해 주순영(본명 주경숙)이 가짜 인물이라는 것을 그의 옛 직장동료 등의 증언을 통해 폭로하였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김정숙을 주인공으로 하는 여러 영화에서 김정숙 역을 맡았던 배우들의 증언이나 주순영이 나온 여러 사진 등으로 그의 거짓말을 폭로하였다. 하지만 우리 일반인들은 북한방송을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주장을 백안시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주순영은 지금도 여전히 북한영화배우 출신이라는 이름으로 반북선전활동의 선두에 서 있다.
 
참고로 그는 1983년 《사령부를 멀리 떠나서》에서 김정숙 역을 맡으면서부터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고 하지만 이 영화는 그보다 5년 앞선 '김정숙 62돌 기념'으로 이미 완성된 작품이다. 또 그는 이 영화 외에도 《민족의 태양》 속편 '태양은 빛나리'에도 출연했다고 증언했지만 《민족의 태양》은 총 5부작 영화로 각 부마다 '소제목'이 있지만 '태양은 빛나리'라는 소제목의 영화는 북한에서 제작된 적이 없다.

 

다부작 예술영화 《민족의 태양》의 구성에서 알 수 있듯이 주순영이 출연했다는 ‘태양은 빛나리’라는 소제목은 없다. ⓒ 유영호

 
 
 

김정숙을 주인공으로 제작된 북한영화. 그 첫번째의 영화 《사령부를 멀리 떠나서》가 주순영이 김정숙 역으로 출연했다는 영화이다. ⓒ 유영호

 
그 동안 냉전과 대립의 남북관계 속에서 우리에게 전해지는 북한관련 소식들은 누군지도 언급되지 않는 '북한정보통' 내지 주순영과 같은 '탈북자'들의 증언에 의해 이렇게 구성되고, 그들의 말이 언론을 통홰 확대 재생산된 것들이다. 이러한 정보로 북한이란 사회는 우리의 머리 속에 구성되고 각인된 것이다.

개성공단지원재단 김진향이사장이 북한관련 강연 때 마다 주장하는 말을 다시한번 되새겨 본다. "우리가 아는 북한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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