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철 의원의 자료 공개가 법에 걸리는 까닭

[이슈 맥 짚기] 공공기록물법·전자정부법 위반 가능성 커

등록 2018.09.28 07:39수정 2018.09.28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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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발언 한 심재철 '정부 비공개 예산정보 무단 열람 유출' 혐의를 받고 있는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공개발언을 하고 있다. ⓒ 남소연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경기 안양동안을)의 청와대 업무추진비 공개가 연일 논란이 되고 있다. 심 의원이 '한국재정정보원의 비인가자료'를 공식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내려받아 공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 의원은 취득한 자료에서 2017년 5월부터 지난달까지 청와대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공개했다. 심 의원은 "오후 11시 이후 비정상시간대에 사용한 건수는 총 231건으로 4132만8690원이고, 법정공휴일 및 토·일요일에 사용한 지출건수는 총 1611건으로 2억461만8390원"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국가안보 및 기밀에 해당하는 자료가 아니며 국민 세금인 예산이 어떻게 쓰이는지 국민이 반드시 알아야 할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이 행위를 두고 불법이라면서 고발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한쪽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공개했다고 주장하고, 반대쪽은 이런 행위는 불법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그러면, 어느 쪽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는지 따져보자.

정보공개는 먼저 '국가기관의 판단' 거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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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핑하는 기재부 2차관과 재정정보원장 2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에서 김용진 2차관(왼쪽)과 김재훈 한국재정정보원장이 '한국재정정보원의 비인가자료 유출 관련 입장'을 밝히는 공식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우선 국회의원은 국가기관 및 공공기관에 국회법(128조), 국회증언감정법(제4조) 등에 따라 자료제출요구 권한을 갖고 있다. 일반 시민들은 정보공개법에 따라 정보공개청구를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국회의원이든 일반시민이든 정보를 요청하면 국가기관은 이를 반드시 검토한 후 공개, 부분공개 및 비공개결정 처분을 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반드시 '국가기관의 판단'을 거쳐야 한다는 점이다. 국회의원이 자료제출을 요구한다고 해서 다 공개하는 것도 아니고, 국가기관은 무작정 비공개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는 법률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국회증언감정법 제4조에는 국회의원의 자료제출권한과 국가기관의 항변권을 동시에 인정하고 있다. 법 조항을 자세히 살펴보자.
 
- 국회로부터 (중략) 국가기관이 서류 등의 제출을 요구받은 경우에 증언할 사실이나 제출할 서류 등의 내용이 직무상 비밀에 속한다는 이유로 증언이나 서류 등의 제출을 거부할 수 없다. 다만, 군사·외교·대북 관계의 국가기밀에 관한 사항으로서 그 발표로 말미암아 국가안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이 명백하다고 주무부장관(대통령 및 국무총리의 소속기관에서는 해당 관서의 장)이 증언 등의 요구를 받은 날부터 5일 이내에 소명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 국회가 제1항 단서의 소명을 수락하지 아니할 경우에는 본회의의 의결로, 폐회 중에는 해당 위원회의 의결로 국회가 요구한 증언 또는 서류 등의 제출이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친다는 취지의 국무총리의 성명(聲明)을 요구할 수 있다.

법률에서 알 수 있듯이 국회의 자료제출 권한과 국가기관의 항변권을 동시에 인정함으로써 양 기관의 권한이 절대적 권한이 아님을 명백히 밝히고 있다. 국회와 국가기관의 균형과 정치적 타협을 강조하는 절묘한 법안이기도 하다.

특히 국회법과 국회증언감정법 및 정보공개법의 입법 정신은 국회의원과 일반시민은 반드시 정당한 절차를 거쳐 국가기관에 자료제출 및 정보공개청구를 요구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정보공개법에서도 국가기관에서 비공개결정을 하면 이의신청, 행정심판, 행정소송 등으로 공개를 다퉈볼 수 있는 절차를 두고 있다. 얼마 전 국회 특수활동비가 공개된 것은 참여연대의 정보공개청구 및 행정소송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물론 공익제보, 내부제보 등 비정상적인 상황에서는 부패방지권익위법 등에서 공익제보자 보호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다. 또한 국회에서도 관련 사안들의 제보자들이 많이 있어, 국회의원들이 제보자들을 대신해 자료를 공개하기도 한다. 이를 위해 국회의원 면책특권권한이 부여돼 있다.

두 가지 법에 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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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앞두고 압수수색 당한 심재철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 사진은 지난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자신의 의원실에서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는 모습. ⓒ 유성호

 
이것을 근거로 심 의원의 청와대 업무추진비 공개 행위를 판단해보자.

우선 심 의원은 '한국재정정보원의 시스템 오류로 공개된 것이지 해킹과 같은 불법성은 없었다'고 항변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시스템의 오류가 아니라, 이 자료를 생산한 청와대 및 관리 권한을 가지고 있는 기획재정부의 공개 및 비공개 판단이 존재했는지 여부다. 이 판단을 묻지 않고, 오류 작동한 자료를 내려받아 공개할 경우 두 가지 법안에 문제가 될 수 있다.

우선 공공기록물법상 기록물무단 유출죄(기록물을 무단으로 은닉하거나 유출한 자)에 해당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또한 전자정부법 35조 4항, 5항 '공개하여서는 아니 되는 행정정보를 정당한 이유 없이 누설하는 행위', '행정정보를 권한 없이 처리하거나 권한 범위를 넘어서 처리하는 행위'에 해당해 징역 5년 이하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심 의원의 행위는 위 법률에 위반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법 이외에 이 행위가 정치적으로 정당성을 얻을 수 있는지도 따져 물어야 한다. 지금까지 밝혀진 것에 따르면, 심 의원이 공개한 것이 국가기관의 부패행위를 막기 위한 공익제보자의 도움을 받았던 것은 아니다. 단순히 한국재정정보원의 오류를 이용해 자료를 내려받은 것이다.

이 행위 자체는 어떤 절차적 정당성도 인정받을 수 없는 행위다. 만약 국회사무처에 시민단체나 타 부처 공무원이 국회특수활동비 및 업무추진비 상세내역을 심 의원이 접근한 방식대로 자료를 내려받아 공개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묻고싶다.

마지막으로 최근 국회는 참여연대의 2011년~2013년 국회 특수활동비 공개소송에서 패소해 일부 내용을 공개했지만, 20대 특수활동비 내역에 대해서 다시 비공개 처분을 해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심지어 비공개로 인해 시민단체 '세금 도둑을 잡아라'로부터 1000만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스스로 투명성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청와대의 업무추진비 내역을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공개하고 비판하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아 보인다. 국회부의장을 지냈던 심 의원은 비정상적으로 접근한 청와대 업무추진비를 공개한 것처럼 국회 특수활동비 내역 공개도 촉구하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전진한 기자는 알권리연구소 소장이자 청와대 정보공개심의위원입니다.
#청와대 #심재철 #업무추진비 #기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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