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 진행중에도 삼성 계열사에선 노조 탄압"

[인터뷰] '무노조 경영'과 22년 싸운 김성환 삼성일반노조 위원장

등록 2018.09.28 14:34수정 2018.09.28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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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6월 29일 대법원이 삼성일반노조를 '초기업노동조합'으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린 직후 김성환 위원장의 모습. ⓒ 삼성일반노조

"용두사미다."

지난 1996년부터 22년 간 삼성의 무노조 경영과 맞서 싸운 김성환 삼성일반노조 위원장은 검찰 수사 결과를 이렇게 평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공형사수사부(부장검사 김수현)가 노조 파괴 공작에 가담한 삼성전자와 자회사인 삼성전자서비스 전·현직 임원 32명을 재판에 넘긴 날이었다.

이번 수사에서 가장 관심이 모아진 부분은 '최고 윗선'의 존재였다. 하지만 검찰은 노조 파괴 공작이 "무노조 경영 방침을 관철시키기 위한 그룹 차원의 조직적 범죄"라고 결론내면서도, 그룹 의사 결정의 최고 책임자인 이재용 부회장의 개입 여부는 밝혀내지 못했다. '2인자'로 불리는 이상훈 삼성전사 이사회 의장을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그쳤다.

"수사 진행중에도 노조 탄압... 제대로 단죄해야"

무노조 경영과 오랫동안 싸워 온 김 위원장은 이 부분에서 우려를 표했다. "적폐 세력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취지였다. 동시에 그는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도 삼성 내부에서는 여전히 노조 탄압이 벌어졌다"라면서 검찰 수사가 전체 계열사로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00년 삼성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 2003년 삼성일반노조 설립 등 삼성에 민주노조를 만들기 위한 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수많은 고초를 겪었다. 특히 2003년 7월 삼성SDI 울산공장 노동자 분신 사건 때 삼성으로부터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해, 2005년 2월에 구속됐었다. 이후 3년 5개월 형을 선고 받고 34개월간 복역한 뒤 2007년 12월 31일 출소했다. 이때 국제사면위원회(앰네스티)로부터 양심수로 선정되기도 했다.

김 위원장과의 인터뷰는 27일 저녁과 28일 아침, 전화와 서면으로 진행했다.


- 27일 검찰이 삼성의 노조 설립 방해에 대해 철퇴를 내리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20년 넘게 이 문제로 싸워 온 당사자로서 이번 수사 결과를 어떻게 평가하나?
"용두사미다. 국정농단 대법원 판결을 앞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노조 파괴 공작에서 면죄부를 받음으로써 경영 복귀를 앞당기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우려된다."

- 20년간 삼성 무노조 경영을 타파하기 위해 노조 설립 활동을 해오다 투옥되기도 됐는데, 촛불정국 이후 달라진 점은?
"촛불정부라 자칭하고, 적폐청산을 공언한 문재인 정권도 재벌이라는 적폐 앞에선 단호하지 못한 것 같다. 국정농단의 한 축인 이재용 부회장을 방북 길에 동행시킨 게 대표적이다. 이 일로 노동자와 지식인의 반발도 받았다. 나 역시 촛불 정신에 반하는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 오랫동안 싸워왔음에도 아직도 삼성에서 노조 활동이 어려운 이유가 무엇인가?
"여전히 삼성그룹차원에서 헌법에 반하는 무노조 경영을 고수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검찰이 조직 범죄라는 걸 밝혀내고 전·현직 임원을 대거 재판에 넘겼지만, 범죄가 오랫동안 지속된 데는 노동자들의 호소를 외면한 검찰의 책임도 있다.

또 이번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삼성계열사에서는 노동자들이 회사로부터 노조 설립을방해받았다고 호소했다. 그 예로 삼성중공업 노동자들이 '삼성중공업 노동조합 건설추진위원회' 결성하자 인사관리자가 일대일 면담을 요구하며 회유한 일이 있었다. (그는 그 증거로 '삼성중공업 노동조합 건설추진위원회' 노동자들이 회사 측의 탄압을 토로하는 SNS 문자를 제시하기도 했다. - 기자 말)
 

'삼성중공업 노동조합 건설추진위원회' 회원이 지난 5월 회사측의 노조 설립 탄압을 토로하는 심정을 김성환 위원장에 보냈다 ⓒ 박석철

  
- 지금도 노조 설립 방해가 있다는 것인가?
"위 사례는 얼마 전의 일이다. 솜방망이 처벌이 아닌 제대로 된 처벌이 필요한 이유다."

- 이번 수사 결과에 부정적 입장인데, 그렇다면 어떤 해결책이 있어야 한다고 보나?
"검찰이 입수한 삼성의 노조 파괴 자료를 전면 공개해야 한다. 언론도 취재에 나서 그 실상을 밝히는 데 일조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삼성 노조 설립 방해에 대한 실상이 완전히 드러나고, 단죄할 수 있다고 본다."
#삼성일반노조 #삼성무노조경영 #노조파괴공작 #이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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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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