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이해하기 위해 문학을 펼쳤다

[책이 나왔습니다] 기독교 이해를 돕는 청소년을 위한 문학책 <문답 예수>

등록 2018.10.14 16:58수정 2018.10.14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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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답예수> 최혜정/ 이비락 ⓒ 이비락

세상에 많고 많은 읽을거리들 중에 '문학'이란 장르는 참 매력적인 읽을거리다. 그리고 그 매력 중에 가장 단순한 매력은 '재미'가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창 시절 국어 시간이 즐겁지 않았던 이유는 문학을 읽고 채 감상을 느끼기도 전에 작품 하나하나에 스스로 느낄 수 없었던 의미를 부여하며 그 의미를 달달 외우게 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문학의 재미를 느낄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에게 문학은 그저 복잡하고 지루한 시험 문제에 지나지 않았다.


아직도 우리 청소년들은 문학작품을 그저 해부한다. 시 제목을 들으면 형식과 주제, 작가 이름이 반사적으로 튀어나오고, 소설 제목을 말하면 발췌된 어느 장면의 의미를 줄줄 말한다.

문학작품은 독자 자신의 내면으로부터 흘러나온 감상과 작가가 숨겨둔 메시지가 만날 때 진정한 의미가 만들어진다. 감동과 깨달음으로 "이 책 정말 재미있다" 하고 외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더불어 문학을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재미있는 이야기를 읽고 즐기는 것이 아니라 책을 쓴 작가가 속한 나라의 문화를 읽는 것이며, 책이 쓰여진 시대의 삶을 들여다보는 일이며, 작가 개인의 사유를 들여다보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스스로 노력함으로 얻은 것이 아닌 그 무언가를 가만히 앉아서 '날로 먹는 즐거움'이 있으며, 미처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타인의 깊이 있는 사유 앞에 심장 뛰는 감격과 설렘을 맛보기도 하는 것이다. 하여 문학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의 생각을 펼쳐보는 일은 사고의 폭을 넓히는 아주 멋진 작업이다.

십수 년 전에 이 멋진 작업을 아이들과 시작했으니 지금까지 책과 함께 한 나의 시간들은 멈출 수 없는 즐거움으로 가득한 시간들이었다. 작품 속에 녹아있는 의미들을 스스로 발견하고 눈을 반짝이며 이야기하는 아이들과 책 읽어주는 선생님으로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가 또 하나의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문학은 인생을 말하고, 철학을 말하고, 역사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왜 문학 속에서 종교는 이야기할 수 없는 거지? 문학 안에서 종교의 벽을 허문다면 종교인이든 비종교인이든 종교에 대한 이해가 넓어지는 게 아닐까?'

<문답 예수>는 내 안에서 일어난 이런 질문으로 시작되었다. 혹자는 학문 가운데 가장 상위에 있는 학문이 '신학'이라고 말한다. 의학과 같은 실용학문으로 시작해서 예술과 문학, 교육과 철학까지 섭렵했다면 신학을 공부해야 한다고도 말한다. 그래서 도올 김용옥 교수도 한의학 공부로 시작해서 철학과 신학까지 공부한 인문학자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사춘기 아이들은 '종교'라는 단어 앞에 무조건적인 거부감을 보인다. 그중에서도 사춘기 아이들의 불화살을 가장 많이 맞는 것이 기독교이다. '개독교'라고 불리며 항간의 비난을 가장 많이 받는 종교가 기독교이니 그럴 법도 하다.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 중에도 기독교에 무조건적 적개심을 드러내는 아이들이 많이 있다. 이유를 물어보면 딱히 없다. 그저 기독교인들이 싫다는 반응이다. IS의 폭력성 때문에 이슬람교에 무조건적 거부감을 가지는 것과 비슷한 이치라고 할까?

기독교인들의 부끄러운 모습 때문에 기독교의 근본마저 송두리째 미움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이슬람 종교에 대해 소개하고 이해를 돕는 책은 종종 청소년 권장 도서로도 나온다. 하지만 기독교에 대한 이해를 돕는 책은 없다.

기독교에 대한 책을 쓰기로 결심했다. 그것도 청소년들을 위한 책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편견은 그 어떤 사고보다 위험하다.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하게 하고, 관계를 무너뜨린다. 편견을 가진 사람은 결국 고립되고 만다.
  
<문답 예수>를 기획하고 써 내려가는데 난관도 많았다. "이런 걸 쓰려하는데요..."라고 말하면 응원해주는 목회자는 없었다. 말씀은 못하시지만 '응? 평신도가? 신학자도 아니면서?'라는 표정으로 바라보셨다.

나는 그저 깊이 있는 신학을 다루려는 게 아니라 문학 속에서 기독교의 참모습을 담은 기본 교리를 찾아보려하는 것 뿐인데... 가족들에게도 내가 하는 일이 무모한 도전이고, 위험한 도전인지 물어보았다. 쓸데없는 일 하지 말라는 핀잔이 되돌아왔다. 어떻게 쓰던 비판의 대상이 되지 않겠느냐는 염려도 들었다.

그래서 내가 신뢰하는 목회자 한 분께 공저를 쓰자고 부탁했다. 혹 내가 모자란 신학적 문제를 뒷받침해줄 수 있을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마저도 여러 가지 사정으로 무산되고 <문답 예수>는 갈 길을 잃어 제자리에서 배회해야만 했다.

하지만 의미 있는 일이라 믿었기에 그냥 멈출 수는 없었다. 결국 혼자의 힘으로 <문답 예수>를 써 내려갔고, '내가 목회자도 아닌데 뭔 기독교 책을 써? 교리적으로 맞지 않는 소리를 하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이 자꾸자꾸 기어오르는 것을 누르며 하나 둘 글을 마무리해나갔다.

사실 <문답 예수>는 24가지의 문학이 담겨져 있는 책이다. 시, 소설, 수필, 그림책 등 장르를 넘나든다. 책에 담겨 있는 성경 구절은 기독교의 기본교리를 설명하는 동시에 청소년들이 자신을 찾고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격려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책에 담긴 8개의 테마는 청소년들이 살면서 한 번쯤은 생각해봐야 할 문제들을 다룬다. <문답예수>는 비종교인들에게는 문학을 통해 기독교 이해할 수 있게 하고, 기독교 청소년들에게는 하나님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힘을 기르게 해줄 것이다.
 

<문답예수> 최혜정/ 이비락 ⓒ 최혜정

 
<문답 예수>의 매력은 또한 '수다'에 있다. 각 장에 펼쳐놓은 선생님의 문학 이야기 수다 뒤에는 아이들 스스로 책과 인생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나도 수다' 코너를 만들어 놓았다. '나도 수다'와 함께 그림으로 수다에 동참하는 '낙서 일기'도 있다.

청소년들이 책을 읽으며 자신을 찾고, 세상에 대해 배우고, 사랑에 대해 알고, 타인과 세상을 사랑하도록 다양한 이야기들을 다양한 문학과 함께 써 놓았다. 청소년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이나 부모님들이 함께 읽고 함께 수다를 떨면 금상첨화라는 생각이 든다. 세대를 이해하는 소통의 도구로 쓰이길 바라며. 

문답예수 - 문학에 답하는 예수로 수다 떨기

최혜정 지음,
이비락, 2018


#문답예수 #청소년 #문학 #기독교 #이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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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속 보물들을 찾아 헤매는 의미 탐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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