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비핵화 과정에서 되돌아갈 수 있는 선 넘었다"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517] 최경환 민주평화당 의원

등록 2018.10.01 10:20수정 2018.10.01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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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8일부터 20일까지 평양에서는 남북 정상회담이 열렸다. 2000년 처음 시작한 남북 정상회담은 총 다섯 번째 열린 것이며 문재인 정부 출범 후로는 세 번째 회담이다. 이번 회담에서 남북은 경협과 이산가족 등의 합의를 이뤘다. 특히 한반도 비핵화 문구를 선언문에 넣어 한반도 평화에 진일보했다는 평가다.

남북관계가 좋으면 좋은 대로 나쁘면 나쁜 대로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첫 남북 정상회담을 했던 김대중 대통령이다. 김 대통령은 평생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노력했다. 김 대통령이 살아계셨다면 어떻게 보셨을지 궁금해 김 대통령 마지막 비서관으로 잘 알려진 최경환 민주평화당 의원을 지난 9월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났다. 다음은 최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자유한국당, 한반도의 변화 냉정히 생각해볼 필요 있어"
 

최경환 민주평화당 의원 ⓒ 최경환 의원실

- 지난 9월 18일부터 20일까지 평양에서 남북 정상회담이 열렸어요. 먼저 총평 부탁드립니다.
"평양 정상회담은 앞으로 예정된 북미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대화가 진행되기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해야 한다는 요청이 많았는데 충분히 그 역할을 했다고 봐요. 그동안 북한이 핵 문제만 나오면 '이건 미국과 얘기할 것이다. 한국 정부는 상관하지 말라'라고 책상을 박차며 일어났는데, 이번에는 평양 공동 선언에 명문화되어서 비핵화 문제가 언급된 거죠. 미사일 실험장 문제뿐만이 아니라, '상응 조치가 있다면'이란 단서가 있지만,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하겠다는 언급이 들어간 것도 대단한 진전이고 놀라운 발전이죠.

즉 북한이 한국 정부의 촉진자, 중개자로서의 역할을 인정한 거고 '그것을 미국에 전달해 달라'는 뜻이고, (한국 정부는) 그 역할을 충분히 해낸 거예요. 그것이 한미정상회담에서 확인되고 전달됐어요. 이번 합의에서 중요한 건 군사 분야 합의예요. 초보적인 군비 통제 부분인데 앞으로 남북 군비 통제, 군비감축 시대로 들어가는 첫 단추를 뀄다고 생각해요."

- 자유한국당 등 보수층은 군사 분야 합의를 너무 양보했다고 하던데.
"그건 예측했던 거죠. 지금 한국당이나 보수진영에서 '북한은 핵을 꼭꼭 숨겨놓고 있는데 일방적으로 우리가 무장 해제했다'는 주장을 하고 있어요. 그러나 이번 합의는 초보적인 군비 통제 합의예요. 군대 수를 줄이자는 합의가 아니에요. 또 하나는 충돌이 많은 서해상에 '평화수역'을 설정하자는 합의예요. 그런 점에서 일종의 군비 통제 합의인데 한국당의 반응은 평화 알러지, 혹은 군축 알러지라고 봐요."

- 2012년 NLL 포기 프레임과 같은 방법을 쓰는 것 같은데 이번에도 먹힐까요?
"2012년에 노무현 대통령이 NLL을 포기했다고 주장하면서 재미를 봤었죠. 그러나 지금의 국면은 그때와 완전히 달라요. 한반도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역사적 흐름이 있는 건데, 앞서 말씀드렸지만 무장력만 가지고 평화를 지키는 시대는 지났어요. 군비 감축 시대로 들어가고 평화체제를 세우는 과정으로 들어갔다고 보는 거죠.

자유한국당은 수십 년 동안 반북 대결 주의 생각으로 북한을 공격해 왔고 그것이 자유한국당을 키워줬던 무기라 이게 무너지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있는 거예요. 그래서 군축 알러지와 평화 알러지 반응을 보이는 거고 적대적인 북한이 없으면 자기 존재 의미도 없어진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런 식의 정치는 끝나는 시기가 왔어요. 자유한국당은 한반도의 변화를 냉정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무엇이었어요?
"전 두 가지인데요. 능라도 5.1 경기장에서 한국 대통령이 평양 시민 15만 명을 상대로 직접 연설했다는 거죠. 그 연설은 정상이 합의한 비핵화나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합의 내용을 진솔하게 이야기한 것이고, 평양 시민이 박수로 환대하는 걸 보고 북한 주민도 남북 정상의 합의를 환영하는 것으로 대단히 의미 있었어요.

두 번째로는 두 정상 내외가 백두산 정상에 오른 거예요. 이것은 우리 민족의 단합과 앞으로 함께 가자고 하는 민족적 단결과 화해의 큰 이정표가 될 거예요. 그래서 전 세계에 한반도 분단 상황은 끝났고 남북이 화해하고 함께 살겠다는 의지를 과시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 그동안 두 차례 정상회담은 백화원 초대소에서 열렸잖아요. 그러나 이번엔 김 위원장 집무실이 있는 조선 노동당사였어요. 장소가 갖는 의미가 있을 거 같아요.
"조선노동당사는 당 중앙이 거처하는 비밀스러운 공간, 경호 시설이나 최상급 보안 시설을 갖춘 곳으로 우리의 청와대, 미국의 백악관과 같은 곳인데 이걸 개방하고 거기서 대화했다는 것은 남북대화나 북미 간 비핵화 대화에서 숨김없이 진정성을 가지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고 북한이 공식국가로서 면모를 보여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9월 평양 선언에 비핵화가 들어갔어요. 하지만 자유한국당에서는 한반도 비핵화지 북한 비핵화가 아니라면서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 비핵화는 다르고 북한이 한 번도 핵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는데.
"북한 입장에서 한반도 비핵화라고 하는 게 맞고 우리 정부도 북쪽의 비핵화만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한반도에서의 전체적인 비핵화를 이야기하고 있어요. 그 말은 북한이 핵을 만들어도 안 되지만 미국을 비롯한 주변 나라도 한반도에 핵을 사용하면 안 된다는 의미가 같이 있는 거예요. 그런 점에서 한반도 비핵화는 맞는 표현이고 그러나 현실에서는 북한의 핵 문제가 현안이기 때문에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는 것으로 해야 하고 자유한국당 주장은 억지가 많은 거 같아요."

- 무슨 억지요?
"한반도 비핵화라는 건 상호 간에 한반도를 위협하는 북한의 핵과 미국의 전략 자산을 서로 제거하는 과정이에요. 앞으로 종전선언이나 평화체제 구축과정에서 이야기가 다 나올 거로 보지만 한반도 비핵화가 이뤄져야죠. 그것은 한반도 비핵화 선언 때도 합의된 내용인데도 자유한국당은 북한이 끝까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미국의 핵 문제도 해결하라는 식으로 주장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지금 북한이 이야기하는 것은 미국의 핵 위협을 이야기하는 거지 자기도 핵을 포기할 테니 미국도 핵을 포기하라고 주장하지는 않는다는 거죠."

- 철도와 도로 연결 사업을 하기로 했어요. 이게 유엔 제재에 걸린다는 주장도 있던데.
"북한에 가는 물자 문제가 있어요. 제가 알기로 철도에 까는 침목이 제재 대상은 아니지만, 철강 제품인 레일은 제재대상 품목이라서 이번에 합의한 대로 착공식은 할 수 있겠지만 철도와 도로에 관련하여 사업이 진행되는 것은 대북 제재 문제가 어느 정도 풀렸을 때 가능할 것이라고 봐요. 근데 미국이나 유엔 제재가 완전히 해결됐을 때가 아니라 설령 대북 제재 국면이라더라도 예외 사업으로 규정해서 진행할 수 있고 그런 사업이 많을 수 있다고 봐요."

"'분단 고착형 평화' 아닌 '통일 지향적 평화' 돼야"

-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들어 있어요.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올해 안에 답방이 이뤄질 거 같은데 답방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2000년 6.15공동선언에서 마지막 조항에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있었는데 돌아가신 김대중 대통령께서는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을 매우 아쉬워했어요. 심지어 판문점이나, 도라산역에라도 와야 남북 합의가 지속성과 영속성을 보장하고 주민 간 신뢰가 쌓인다고 주장했는데 끝내 못 왔어요.

4.27판문점 선언 때 김정은 위원장은 비록 판문점이지만 남측으로 넘어왔어요. 그것도 큰 의미인데 만일 김정은 위원장이 서울에 온다면 남북주민의 완전한 신뢰를 쌓는 주춧돌을 놓는 거라고 봐요. 아주 중요한 의미가 있는 거죠. 그리고 남북 주민의 왕래 시대를 앞당기는 거죠. 그런데 보수진영에서 격렬히 반대하는 세력이 나올 거예요. 특히 한국전쟁을 겪으며 자기가 피해를 봤다고 생각하는 세력은 용납할 수 없다고 요동칠 수 있죠. 하지만 한반도 평화 시대를 앞당긴다는 점에서 이런 부분은 화해시대로 가는 측면에서 그들도 이해하고 김 위원장의 답방을 환영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종전선언이 올해 안에 가능할까요?
"충분히 가능하다고 봐요. 한미 정상 간 많은 대화가 있었다고 생각하고 그 과정에서 북한의 비핵화 의사가 충분히 전달되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폼페이오 장관이 방북하고 북미정상회담이 열리면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진행되어 남북미 혹은 남북미중의 종전 선언이 올해 안 가능할 거로 봅니다."

- 그럼 종전선언 이후 한반도는 무엇이 달라지나요?
"우리는 70년 동안 대립하고 갈등해 왔고 전쟁도 치른 관계이기 때문에 아직도 군사 부분에 대한 대치상황이 많죠. 종전 선언 이후 평화 환경에 맞게 군비 축소를 단행해 나가야 하고 군비 축소를 하며 남은 돈을 다른 생산적인 곳에 투자하면서 한반도의 평화 번영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고 봐요.

가장 중요한 건 화해국면에서의 목표는 통일이죠. 내부에서 북이나 남이나 평화국면에서 이른바 '분단 고착형 평화'에 머무르는 경향이 있어요. 아주 주의해야 할 거예요. 우리 목표는 '통일 지향적 평화'가 되어야 해요. 평화 국면이지만 앞으로 어떻게 통일할 것인지도 생각하고 나아가는 과정이 중요해요."

- 4대 그룹 총수를 비롯한 경제인이 수행단에 포함되어 다녀왔잖아요. 대북 제재가 있는 상황에서 경제인들이 방북하는 게 맞냐는 주장도 있었는데 어떻게 보셨어요?
"대북 제재 상황에서 기업들이 금융 관계나 국제 비즈니스를 하는 데에 대북제재에 저촉되지 않기 위해 무척 경계하고 있어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대북 제재 업체들과 비즈니스가 되거나 관여되면 같은 제재를 받기 때문에 주의하는 상황인데 그 과정에서 같이 간 거죠. 북한의 상황 특히 북한이 핵을 버리고 경제를 선택했다는 걸 느꼈으리라고 봅니다. 그래서 이제 경제인들도 남한만 경제 바운더리로 생각하지 않아야 한다고 봐요. 물론 글로벌하게 사업하고 있지만, 한반도 전체를 민족 경제의 장이라는 차원에서 비즈니스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예전에 개성공단이 만들어질 때 큰 기업이 해주 지역에 특화된 자기 공단을 만들려고 하는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이런 사업도 나올 수 있고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여러 자본이 들어와 북한을 개발할 때 SOC나 관광 사업에 한국 기업이 들어가서 참여하는 게 중요해요. 가장 앞서가는 게 중국이에요. 중국은 그걸 노리고 있는 거죠. 미국도 그렇고. 일본도 백억 불 이상의 식민지 배상 자금을 주고 북한에 들어갈 생각을 하고 있던 거예요. 그만큼 핵 문제가 해결되면 온 세계가 북한에 들어갈 준비를 하는데 한국의 기업과 자본도 북한 진출을 구상할 때가 됐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 경제가 안 좋은 데 남북 경협이 해법이 될 수 있을까요?
"일정한 해결책이 될 수 있죠. 개성공단이 무너지면서 거기 진출한 124개 업체가 길을 잃었고 국내 개성공단과 관련한 5000개 업체가 사업을 중단하게 됐어요. 그 피해가 엄청난데 개성 하나만 가지고도 우리 경제에 타격을 준 거요. 그 말은 개성공단이 있으므로 인해 우리 중소기업에 큰 혜택이 왔다는 이야기예요.

앞으로 전개될 경협 사업은 개성공단 정도가 아니에요. 대규모 프로젝트가 될 거예요. 북한의 SOC 사업이나 관광 개발이나 특히 자원개발 하는 과정에 참여한다면 지금 한국 경제가 위기 상황인데, 북한의 우수한 노동력과 자원이 결합돼 큰 시너지 효과를 내 우리 경제에도 도움이 될 거로 봅니다."

- 남북관계가 좋으면 좋은 대로 나쁘면 나쁜 대로 떠오르는 분이 김대중 대통령인 것 같아요. 이번 정상회담 결과를 어떻게 보셨을지 궁금해요.
"김 대통령을 마지막까지 모신 비서관으로서 이번 진행된 국면을 보며 김 대통령의 혜안과 용기가 얼마나 위대한 결과를 만들어 냈는지 감탄해요. 김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받을 때 노르웨이 시인이 김 대통령 업적을 이야기하며  '첫 물방울이 용감하다'는 시를 낭송한 적이 있어요. 2000년 6월 평양행을 첫 시도했던 것이 지금 큰 강물을 이루게 됐어요. 역사의 대전환을 이루게 된 거죠.

이번에 박지원 의원을 만났는데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박 의원에게 '김대중 대통령과 6.15가 없었다면 오늘의 성과가 없었을 것이다'라는 말을 했다고 들었어요. 그런 점에서 김대중 대통령의 혜안과 용기를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평생 정치적 생명과 육체적 생명까지 바쳐서 이루려고 했던 전쟁 통일이 아닌 평화 통일의 가치가 열매 맺기 시작한 거죠. 그래서 우리 모두는 김대중 대통령에게 감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 이후 한반도 정세에 대한 전망이 궁금합니다.
"북한은 비핵화로 나가는 과정에서 되돌아갈 수 있는 선을 넘었다고 봐요. 다시 북한이 핵 개발하겠다면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에 어떤 보복을 당할지 모른다고 했잖아요. 핵을 버리고 경제를 살리겠다는 길로 들어섰어요. 그리고 이번 정상회담에서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은 한국 정부가 비핵화 대화의 문제를 풀어가는 촉진자, 중재자로서의 한 축이 된 거예요. 미국과 북한 가운데서 중재하고 촉진시켜 나가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올라섰다고 보는 거죠.

그런 점에서 설령 북미 간 신경전이 계속되더라도 한국 정부가 노력하면 둘을 가깝게 할 수 있고 그 힘이 생겼다는 점에서 앞으로 상황을 낙관적으로 봅니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도 일관되게 북한 비핵화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주고 있고 무엇보다 김정은 위원장에게 신뢰를 유지하고 있고 신뢰가 쌓이는 걸 보며 낙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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