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공개' 앞장 선 하승수가 심재철 저격한 까닭

"'알 권리' 강조해온 시민단체로서 정당성 인정하기 어려워"... '내로남불'식 태도도 비판

등록 2018.09.30 13:28수정 2018.09.30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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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가 30일 '비인가 예산정보 무단 열람·유출' 의혹을 받고 있는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에 대해 "그동안 '알 권리'를 위해 활동해 온 시민단체들로서는 상상도 하기 어려운 방식이고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자료를 확보했다"라고 비판했다. 사진은 지난 7월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특수하지 않은 국회 특수활동비, 폐지인가? 개혁인가?' 토론회에 참석한 하 대표의 모습. ⓒ 남소연

  

"그동안 '알 권리'를 위해 활동해온 시민단체들로서는 상상도 하기 어려운 방식이다."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가 30일 '비인가 예산정보 무단 열람·유출' 의혹을 받고 있는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에 날린 일침이다.

시민단체 '세금도둑잡아라'는 그간 '쌈짓돈' 비판을 받아온 국회 특수활동비·업무추진비 등의 공개, 즉 예산 감시활동을 벌이는 단체다. 특히 지난 8월엔 국회 특정업무경비와 정책자료 발간·발송비를 공개하라는 국회와의 정보공개청구소송에서 승소했다. 국회가 지난 28일 항소를 포기하면서 각각 179억 원, 46억 원에 달하는 국회 특정업무경비 및 정책자료 발간·발송비는 조만간 공개될 예정이다.

이러한 '알 권리'를 위한 시민단체의 활동이 소기의 성과를 최근 낸 바도 있다. 지난 7월 2011년부터 2013년까지의 국회 특수활동비 사용내역이 처음으로 공개된 것이 대표적 사례다(관련기사① '특활비' 판도라 상자 속 두 이름, 정갑윤과 이군현 관련기사② '고승덕 돈봉투' 그 주인공, 특활비 3억 넘게 썼다). 이를 통해 20대 국회는 특활비 개혁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그런 그가 청와대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국민의 알 권리'를 명분 삼아 연달아 공개하고 있는 심 의원을 저격한 까닭은 무엇일까.

"나였다면 '시스템이 왜 이 모양이냐'고 항의했을 것"


정당성의 결여.

하승수 공동대표가 밝힌 이유다. 그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알 권리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심재철 의원의 행동이 비판 받아야 할 까닭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먼저, "저는 국회 홈페이지에 자주 들어가는데, 어느 날 홈페이지에서 자료를 찾다가 백스페이스 키를 두 번 눌렀더니, 제가 소송하고 있는 국회 특수활동비·업무추진비·예비금 집행내역이 화면에 떴다. 그럴 경우에 '알 권리'를 위해 활동해 온 저는 어떻게 했을까요"라고 물었다.

심 의원이 자신의 보좌진이 백스페이스 키를 눌렀더니 관련자료를 확인하게 됐다면서 시스템의 오류 탓이지 자신의 보좌진들이 비정상적 방법으로 자료를 열람하고 내려받은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을 상정한 가상의 상황을 자신에 맞게 전제한 것이다.

답은 '항의'였다. 하 대표는 "저는 국회 사무처에 전화를 걸어서, '시스템이 왜 이 모양이냐'고 항의하고 빨리 시스템을 보완하라고 했을 것이다. 그 틈을 이용해서 자료를 다운받는 일은 하지 않았을 것이고 그 자료를 활용해서 뭘 하겠다는 생각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료를 활용하려면 그 자료를 입수하는 경위도 일정 정도 사회적 정당성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시민단체들은 정보공개법에 따른 정보공개청구와 내부고발에 많이 의존한다"라며 "정보공개청구는 당연히 적법하고 정당한 절차이고 내부고발은 이제 보호제도가 마련될 정도로 정당성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 대표는 그러면서 심 의원의 주장과 행동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그는 "심 의원이 수십만 건의 자료를 다운로드받은 것은(진짜 백스페이스키를 두 번 눌러서 가능한 일인지는 검찰 수사를 봐야 알겠지만), 그동안 '알 권리'를 위해 활동해 온 시민단체들로서는 상상도 하기 어려운 방식이고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방식"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사건에 대한 심 의원과 한국당의 태도를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식 태도라고도 일갈했다.

그는 "평소에 '알 권리'를 위해 노력하기는커녕 '알 권리' 실현을 방해해온 사람(국민세금을 써서 발주한 정책연구용역자료도 공개하지 않는 심재철 의원)과 정당(자유한국당)의 입에서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공개한다'는 얘기를 들으니 기가 차는 것"이라고도 밝혔다.

"'알 권리' 소중하게 여기는 심 의원부터 국회 부의장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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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자신의 의원실에서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날 검찰은 정부의 비공개 예산 정보 무단 열람·유출 의혹 혐의로 심재철 의원실을 압수수색 중이다. 심 의원은 “국민의 세금을 제대로 쓰고 있는지 감시해야 할 국회의원으로서 감시할 책무가 있어 예산 집행 현황 등을 살펴보기 위해 국회 업무망으로 열람했다”라며 “대통령 해외 순방 때 수행한 사람들이 업무추진비를 사적으로 예산 쓴 것을 발견했는데 이를 입 막기 위해 압수수색을 강행했다”고 주장했다. ⓒ 유성호

 
사실 하 대표는 앞서도 심 의원 등의 '내로남불' 태도를 비판한 바 있다.

그는 전날(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 알 권리를 주장하는 심재철 의원은 자신이 국민세금으로 발주한 정책연구용역 관련 정보를 공개하라는 요구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분이다. 끝까지 답변하지 않은 55명 중의 한 분으로 명단에 올라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뉴스타파>와 '세금도둑잡아라', '좋은예산센터',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에서 공동기획 한 국회의원들의 정책연구용역 보고서 문제와 관련해, 심 의원은 아예 답변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빠져나갔다는 얘기였다.

심 의원이 국회 부의장 재임 당시 집행했던 국회의 '예비금'에 대한 정보공개청구 소송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도 밝혔다. 이와 관련, 그는 "청와대에는 없는데 국회에는 있는 돈이 있다. 예비금이라는 항목인데 국회 예산에는 매년 13억 원이 책정된다"라며 "알고보니 국회는 매년 책정되는 예비금 13억 원 중 절반인 6억5천만 원은 특수활동비로 쓰고 6억5천만 원은 특정업무경비로 쓰는 걸로 알려져 있다"라고 밝혔다.

특히 하 대표는 "심재철 의원이 국회부의장을 하던 시절인 2017년 1월에 이 예비금을 어떻게 썼는지 정보공개청구를 했는데 비공개를 해서 소송을 하고 있다"라며 "어차피 곧 공개될텐데 국민의 '알 권리'를 소중하게 생각하시는 자유한국당과 심 의원이 앞장서서 판결 나오기 전에 자진공개하시는 건 어떨가요"라고 물었다.

또한 하 대표는 "심 의원이 (청와대 업무추진비 사용내역 중)목욕비 5500원까지 깨알같이 문제제기를 했는데 국회는 과연 어떻게 썼는지 같은 기준으로 깨알같이 살펴봐야 할 것 같다"라며 "심 의원이 국회 부의장이던 시절에 특수활동비, 업무추진비를 어떻게 썼는지가 궁금하다. (국회 업무추진비가 공개되면) 심재철 기준으로 철저하게 검증하겠다"라고도 공언했다.
#하승수 #심재철 #청와대 업무추진비 #국회 특수활동비 #알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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