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에땅 엄중제재, 공정위의 '지연된 정의'

[주장] 불공정 행위가 바로잡히기까지 3년... 상도의가 사라진 프랜차이즈

등록 2018.10.10 20:45수정 2018.10.10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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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판엔 '정치는 생물이다'라는 말이 있다. 정치가 그만큼 변화무쌍하다는 뜻이라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는 '기업은 포식동물이다'라는 말로 기업의 본성을 표현하고 싶다. 

늑대나 여우 등 포식동물들의 생태 연구에서 포식동물들이 양과 같은 가축은 물론 순록 무리의 새끼들처럼 다수가 무방비의 상태에 있는 공간에 침입할 경우 가끔 먹기 위함을 넘어 많은 수의 동물을 죽이는 '과잉 살육'을 벌인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 현상이 유발되는 특정된 환경 요소 중 하나가 '움츠려들어 저항하지 못하는 사냥감'이라는 것이다. 필자는 이와 관련된 기사를 읽으며 기업의 본성이 포식동물의 본성과 매우 비슷하다고 느꼈다. 

우월적 지위의 기업들이 경제 시장에서 상대적 약자인 가맹점주와 하도급업체들에 행하는 '갑질', 포식동물들이 야생에서 움츠려들어 저항하지 못하는 사냥감에 대한 '과잉 살육', 이 둘은 너무도 닮았다.

'못 살겠다' 힘 합쳤지만, 결국 모인 사람만 더 못 살게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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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25일 서울 강남구 (주)에땅 본사 모습. ⓒ 연합뉴스


 
2018년 10월 5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각 언론사로 보도 자료가 배포됐다. 제목은 다음과 같았다. 

"피자 가맹본부 ㈜에땅 엄중 제재 - 단체 활동을 이유로 점주에게 불이익을 준 사례 최초 적발, 과징금 15억원 부과"

'피자에땅' 가맹사업자들은 이미 오래전 레드오션이된 피자 시장에서 매년 줄어드는 '파이'에 살림살이가 어려워졌다. 시중가 대비 비싼 본사 물류비는 가게의 '채산성'을 악화시켰고 해마다 줄어드는 TV 광고, 가맹점주들의 동의 없이 본사가 일방적으로 시행한 '물류비 카드 결제 거부' 등으로 가맹점주들 사이 불만은 커져만 갔다. 이런 본사의 부당한 행위에 2015년 당시 부개점 강성원씨와 당시 구월점 김경무씨는 뜻을 같이하는 점주들을 모아 '가맹점주단체'를 만들었다.

2015년, 강성원·김경무씨와 필자는 단체의 임원을 맡아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정약관 심사청구(계약서의 '365일 연중무휴'로 대표되는 독소조항들)와 부당거래행위(물류 폭리, 불투명한 광고비 집행, 전단지 강매, 본사를 통한 인테리어 시공 강제 및 폭리 등)를 신고하며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그러나 어느날 공정위 담당자로부터 걸려온 전화는 우리의 기대가 얼마나 순진했는지 깨닫게 만들었다.

담당자 : "본사에서 광고비 집행 내역을 보여줬다는대요." 
필자 : "수년 치를 아무런 근거도 없이 딸랑 A4 한 장으로 보여준거요?... 매년되는 계약갱신 때 본사가 계약 약관을 마음대로 바꿉니다."
담당자 : "그 계약서가 마음에 안 들면 계약 안 하면 됩니다."
필자 : "물류비의 폭리가 너무 심합니다."
담당자 : "폭리를 어떻게 규정하죠?"

  
덕분에 우리와 본사 임원들이 배석한 간담회때 본사 임원은 이런 말을 했다.

"개인적인 약속이 있으니 빨리 끝냅시다. 공정위에서 무혐의라 하더이다. 그러니 거 좋아하시는 국회, 시민단체, 언론에 가서 하시고 싶은 대로 해 보시죠."
  

공정위에 가혹한 연중무휴 약관을 시정해달라하자 , 휴무의 사전 승인 조건으로 '365일 연중무휴'는 여전히 존속시켰고 오히려 영업시간을 한시간 더 늘렸다. ⓒ 권성훈

  
그 뒤 우리에게 통보된 공정위 결과는 조삼모사식의 약관 수정과 '증거불충분'에 의한 '무혐의'였다.  
 

5명의 직원이 불시에 인사차 방문이란 명분으로 매장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 권성훈

이후 블랙리스트에 오른 가맹점주들은 프랜차이즈 기업들의 전형적인 가맹점 압박 수법인 '매장점검'과 '내용증명'에 시달려야 했다.

부회장을 맡았던 김경무씨는 이미 정식 매장점검을 통과했음에도 어느날 예고도 없이 본사 본부장부터 평사원까지 5명이 들이닥쳐 10평도 안 되는 좁은 가게를 가득 채우며 위력 행사를 당했다. 이에 항의하는 김경무씨에게 본사 직원은 "점검에 5명이 오든 10명이 오든 무슨 상관이냐"라면서 이건 매우 '정상적인 업무'라고 주장했다(공정위 심판정에서 열린 '심의' 때 본사는 이 상황을 '점검'이 아닌 새로 임명된 본부장의 '인사 차' 방문이라고 했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김경무씨의 아내는 그때 심정을 이렇게 회상했다.

"당시 가게에 아직 사춘기였던 아들이 있었어요. 흡사 자식이 보는 앞에서 불량배들에 의해 완전히 발가벗겨져 바닥에 내 동댕이쳐진 그런 참담한 기분이었습니다."
 

김경무씨는 강제폐점에 항의하여 현수막을 걸었다. ⓒ 권성훈

 
간판의 작은 거미줄, 바람결에 가게로 들어온 낙엽 조각은 매장관리 불량으로 지적됐고, 물류비 입금이 하루만 늦거나 1인 자영업자로서 부득이한 사정으로 잠깐이라도 자리를 비우면 가맹 해지를 경고하는 '내용증명'을 받아야 했다.
 
그렇게 강성원씨는 '가맹사업법'에 명시된 '갱신요구 기한 10년차'를 빌미로 폐점, 가게 앞에 본사의 갑질을 규탄하는 대형 현수막가지 걸며 저항했던 김경무씨는 그동안 본사로부터 남발된 내용증명으로 폐점 처리와 함께 명예훼손·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소까지 당했다.

'공정과 정의'가 바로 세워지길 기대했다

가맹점주협회 임원진이 붕괴되고 자본에 의해 기울어진 저울에 좌절하던 우리는 가맹점주 전국단체인 '전국가맹점주협의회'와, 손해를 마다하지 않고 법률 지원을 한 '정 가맹거래사무소',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싸우는 '참여연대' '민변' 등의 격려와 지원을 받아 심기일전했다.

그리고 2016년, 공정위에 '부당한 광고비 집행, 점주단체 활동에 의한 부당 폐점, 전단지 강매, 신규 가맹자에 대한 인근 가맹점 현황 미 제공 등'으로 2차 제소를 하면서 다시 한 번 프랜차이즈 업계에 '공정과 정의'가 바로 세워지길 기대했다.

그러나 그해 여러 브랜드 가맹점주들의 열악한 상황을 읍소하고자 만들어진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과의 간담회에서 정 위원장은 "현재 공정위에 가맹사업 담당자는 8명인데 브랜드는 3000개에 달해 일손이 너무 부족하다" "근로자가 아닌 가맹사업자들의 단체 구성은 합리적이지 않다" 등의 발언을 했고, 당시 현장에 있었던 가맹점주들은 좌절했다.

그렇게 공정위의 조사가 지지부진하게 흘러가던 2017년, '촛불 시민혁명'으로 부정한 정권이 무너졌다. 이후 새로운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취임한 김상조 위원장은 취임사에서 이렇게 선언했다.  
 
"우리 사회가 공정위에 요구하는 바는 상당히 다릅니다. 거칠게 요약하자면, 경쟁자, 특히 경제사회적 약자를 보호해달라는 것입니다. 대규모기업집단의 경제력 오남용을 막고, 하도급 중소기업, 가맹점주, 대리점사업자, 골목상권 등 '을의 눈물'을 닦아달라는 것입니다."

정재찬 전 공정거래위원장의 태도와는 분명 대비되는 취임사였다. 우리는 희미하게 꺼져가던 희망의 불씨를 키울 수 있었다. 그리고 그해 본사에서 작성된 '피자에땅 가맹점주 블랙리스트'를 입수하게 된 우리는 민변 등의 지원을 받아 검찰에 '정보통신법 위반, 가맹점주단체 업무방해,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이 사안을 언론이 주목하면서 다시 한 번 '정의 실현'에 고무됐지만 공정위의 인사이동 등 내부 문제로 진행은 더디기만 했다. 그에 따라 우리의 기대도 조금씩 작아져 갔다.  
 

점주협회 강제해산을 결정한 (주)에땅 내부자료 - 공정위 공개 ⓒ 권성훈

 
2차 고발 후 2년 가까이 흐르는 사이 본사는 남아 있는 가맹점주들에게 '간담회'를 제안했다. 본사는 치즈 가격을 조금 낮춰주는 등 유화적인 태도를 취했지만, 두 가맹점의 폐점은 지극히 합법적이었고 자신들은 점주단체를 압박하거나 대화를 거부한 적이 없다면서 자신들의 '갑질'을 합리화하거나 부정했다. 결국 점주단체를 적극적으로 지지해주던 다수의 가맹점주들은 변하지 않는 현실에 지쳐 자진 폐점 또는 헐값에 가게를 넘기고 떠나갔다. 

올해 9월 28일, 검찰에서 암울한 소식이 더해졌다. 지난해 고발한 '가맹점주 불법 사찰(블랙리스트)' 사건이 증거불충분에 의한 '무혐의'로 처리됐다는 통보였다.

지난해 오너리스크, 치즈통행세, 보복출점으로 본사와 가맹점에게 엄청난 손해를 끼친 미스터피자 정우현 회장의 1심 재판 결과는 겨우 '집행유예 3년'이었다. 1988년 지강헌이라는 희대의 범죄자 입에서 터져 나온 '유전무죄, 무전유죄'는 2018년 에도 여전히 유효한 '아포리즘'이었다.

가끔 현실이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하다고 했던가? 검찰 '무혐의' 통보 후 얼마 지나지 않은 10월 5일, 혁신과 개혁을 강조하던 김상조호 공정거래위원회는 다음과 같은 보도자료를 냈다. 
 
"'피자에땅가맹점주협회' 설립과 활동을 주도한 가맹점주들에 대해 집중적으로 매장 점검을 실시하고 계약해지(또는 갱신거절) 등 불이익을 제공하는 한편, 총 509명의 가맹점주에게 홍보전단지를 자신으로부터만 구매하도록 강제한 ㈜에땅에 시정명령과 함께 총 14억6700만 원의 과징금 부과를 결정했다."
 
어제 한 언론사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연된 정의'라는 표현을 들었다. 실제 책 제목이기도 한 이 문구는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고 표현돼 있다. 2015년 최초 고발 이후 자그마치 3년이, 그것도 정권이 바뀌고서야 나온 공정위의 심판. 이번 제재는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사상 최초이며 언뜻 엄청난 액수로 보이는 과징금 14억6700만 원은 프랜차이즈 기업에 경종을 울리는 '일벌백계'의 의미를 함축했다고 생각한다.

프랜차이즈 업계에 경종 울린 공정위,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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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에땅 가맹점에 쌓여 있는 피자 상자. ⓒ 김지현

 
하지만 이미 수백억 원 이상을 벌만큼 벌고 그동안 주식배당금으로만 30억 원을 오너 일가가 챙긴 상황에서 15억 원에 가까운 돈은 과연 큰 금액일까. 거기다 그들은 분명 이전의 남양유업의 학습효과로 불복소송을 낼 것이 예상된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봉구스 밥버거'의 사례처럼 기업을 매각하면 기업주는 전혀 손해볼 일이 없다. 하지만 가맹점주의 물질적 정신적 피해는 전혀 돌이킬 수 없다. 돈도 시간도 없는 서민들에게 민사소송으로 피해 보상을 받으라고 할까?

필자는 얼마 전 한 브랜드 피자 본사가 공정위로부터 제재를 받았지만, 동일한 부당행위를 다시 저지르고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 그런 행위가 일어날 수 있는 것은 그동안 공정위가 보여준 '지연된 정의' 때문일 것이다.

흔히 기업가들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의 본성은 이윤 추구'라고 말한다. 물론 이런 가치관은 부도덕한 기업을 양산해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기 때문에 반드시 지양해야 한다. 하지만 자신들의 집값 하락을 우려해 특수학교나 임대아파트를 당당하게 거부하며 '도덕'보다는 '돈'을 선택하는 것이 너무도 당연해진 현실에서 견제와 통제가 없는 기업주들은 이런 본성을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렀음에도 방치한 것은 사실 국가였다. 그리고 국가의 개입을 완강하게 거부하고 저지했던 기업가들, 친기업적인 정치인들과 관료들의 명분은 항상 '기업에 대한 과도한 제재와 통제는 국가 경제를 위축시킨다'였다.

그리고 그 결과는 '움츠려들어 저항하지 못하는 상대적 약자', 즉 사냥감에 대한 '갑질' '과잉 살육'이었다.

'정의'가 지연되지 않았더라면

2015년, 피자에땅을 비롯한 여러 브랜드의 가맹점주들이 공정위에 고발했던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에 공정위가 '엄중 제재'를 가했다면 어땠을까. 지난해 언론 지면을 도배했던 미스터피자와 피자에땅의 '갑질' 고발 기사는 없었을 것이며 뽕뜨락 피자의 '보복 논란 기사'도 뜨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얼마전 피자헛의 '본사의 깜깜이 경영'이라는 보도도 없었을지 모른다.

피자에땅 구월점 가맹점주 김경무씨는 적어도 파산하진 않았을 것이며 현재 퀵과 배달대행 시장에서 하루에 12~13시간을 일하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또한 부개점 가맹점주 강성원씨는 새로 시작한 사업을 지키기 위해 가족과 생이별하듯 살지 않아도 됐을 것이며 애착을 가졌던 피자 가게를 계속 운영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2017년 3월 자신의 고귀한 목숨을 스스로 끊었던 미스터피자 가맹점주는 여전히 자신의 삶을 이어가고 있었을 것이다.

함께 일하는 동료 한 분이 내게 '왜 이런 일을 아직까지 하는가'라고 물었다. 선뜻 '이것 때문'이라고 말하기 어려웠다. 그렇게 머뭇거리다가 필자가 가끔 내 자식들에게 들려줬던 말을 전했다.

"노숙인이 돈이 없고 배가 고프다고 자살하진 않는다. 그러나 입주민이 먹으라면서 바닥에 던진 떡에 경비원은 자살을 선택하게 된다."

우리는 '갑'으로부터 무시받는 서류상의 '을'이 아니다. 존중받아 마땅한, 그들과 동등한 '사람'이라는 걸 확인받고 싶었을 뿐이다. 비로 그 의미가 많이 퇴색된 정의, '지연된 정의'를 통해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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