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좌표·가치' 발표한 한국당, 박근혜 탄핵 반대도 반성?

홍성걸 소위원장 "이유 여하 막론하고 책임 통감해야"... 김병준 위원장 등은 한 발 빼

등록 2018.10.08 18:06수정 2018.10.08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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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가치와 좌표 재정립 소위원회 회의에서 홍성걸 위원장이 모두발언 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병준 비대위원장. ⓒ 남소연

"박근혜 전 대통령 등 보수 정권 때 있었던 일을 모두 포함해 반성한다는 것인가?"

지난 2개월 간의 활동을 마무리하는 자유한국당(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 산하 '좌표와 가치 재정립을 위한 소위원회' 위원장 홍성걸 국민대 교수를 향한 질문이었다.

홍 위원장은 8일 오후 국회에서 '보수정치의 새로운 좌표와 가치'라는 제목의 소위 활동 결과를 발표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보수정치의 몰락이 위대한 대한민국의 역사 부정으로 이어져 대한민국 미래의 걸림돌이 돼서는 안된다는 절박함으로 과업을 수행했다"라며 "이 과업 수행은 남을 탓하기보다 자신을 향한 깊은 성찰과 반성에서 출발해야 함을 명확히 하고자 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자신을 향한 깊은 성찰과 반성"의 '구체적 예'가 발표 중에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와 관련, 홍 위원장은 "오늘날 보수정치에 대한 국민 불신, 국민으로부터 외면 당한 것을 모두 반성한다는 뜻"이라고 답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등 보수 정권 때 있었던 일을 모두 포함해 반성한다는 것인가"라는 질문엔 "모두 포함된다. 아까 말한 것처럼 (보수정치가) 국민에게 외면 받았다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보수우파 정치세력의 책임임을 통감해야 한다"라고 긍정했다.

답변 미룬 김병준 위원장, 친박 당내 반발 의식?

홍 위원장의 답변은 한국당에 있어서 중요한 정치적 의미를 담고 있다. 6.13 지방선거 참패 후 당의 혁신을 위해 출범한 '김병준 비대위'가 당의 새 노선을 정하면서 탄핵 국면 당시 집권당으로서의 정치적 책임을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도 취임 직후부터 비대위의 방향성을 "제일 중요한 것은 새로운 가치와 규칙을 제대로 세우는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게다가 그는 지난 9월 부산 국제아카데미 강연 땐 '당의 가치·비전'을 인적쇄신 기준으로 설명한 바도 있다.(관련기사 : 한국당 당협위원장 전원사퇴 결정, 김병준표 인적쇄신 신호탄?  )

이런 점을 감안하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적극적으로 반대했던 친박(친박근혜)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당내 반발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만, 이러한 홍 위원장의 답변이 '김병준 비대위'의 입장이 될 지는 미지수다. 당장 홍 위원장을 제외한 나머지 인사들은 앞서의 질문에 대해 애매모호한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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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국회에서 열린 가치와 좌표 재정립 소위원회 회의에 참석하며 홍성걸 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 남소연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대표적이었다. 김 위원장은 "(새 가치와 좌표가) 내재화되지 않으면 소용 없다고 본다. 의원을 비롯한 당 전체의 총의가 모이고 내재화되는 과정이 중요하다"라며 "이런 것을 보면서, 정말 반성할 부분은 반성하고 고칠 부분은 고치고 새로운 가치가 있으면 더해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즉, 이날의 발표가 '끝'이 아니라는 얘기였다.

그는 발표 직전에도 "(소위의) 1차 작업이 종료됐지만 이것이 공유되는 시간이 필요하고 다른 소위도 종료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이후 '워딩'에 관한 문제라든가 추가적인 가치 등이 나오면 마무리를 지어주시기 바란다. 조금 여지를 남겨주셨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당내 의견수렴에 따라 소위의 결론이 변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소위의 이번 발표가 (당의 인적쇄신을 담당할)조직강화특위 심사에 반영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조강특위 문제는 따로 얘기하자"라며 답변을 피했다.

새 좌표와 가치, 무엇이 달라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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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가치와 좌표 재정립 소위원회 회의에 홍성걸 위원장이 참석하고 있다. ⓒ 남소연

한편, '좌표와 가치 재정립을 위한 소위원회'는 이날 ▲큰 국민-작은 국가 ▲힘찬 성장-공정 분배 ▲튼튼한 안보-당당한 평화 ▲ 따뜻한 공동체-준비된 미래 등 4가지 기조 아래 새롭게 정립한 당의 좌표와 가치를 발표했다.

구체적으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원칙의 헌법가치를 중심으로,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통일, 그리고 현재와 미래세대가 함께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공정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든다"라고 당의 좌표를 제시했다.

또 자유·민주·공정·포용·도덕성을 주요 가치로 제시하고 그와 연결되는 '핵심가치'로는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법치주의 ▲국가안보 ▲공동체·통합 ▲긍정의 역사관 등 6가지를, '혁신가치'로는 ▲국가도덕성 ▲국민성장 ▲정의로운 보수 ▲따뜻한 사회 ▲준비된 미래 ▲당당한 평화 등을 제시했다.

앞서 당이 지향했던 가치와 크게 다르진 않은 편이었다. 이와 관련, 소위의 김종석 의원(비례)은 "보수정치의 실패 과정에서 지키려고 했던 보수정치의 가치와 비전은 변하지 않았다"라며 "오히려 현실정치의 혼란으로 인해서 보수진영이 추구했던 비전과 이념이 과소평가되고 가리워진 측면이 있다. 가치의 구체화와 진보진영과의 차별화를 위해선 법안과 정책으로 이를 구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진석 의원(충남 공주부여청양)도 "우리가 그동안 결정적으로 놓치고 있었던 것은 지킬 것을 못 지킨 것"이라며 "결국 헌법정신이지 않나. 반드시 지켜야할 것은 헌법에 총망라돼 있다. (소위의 결론은)정치인들이 헌법정신으로 돌아가자는 얘기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홍성걸 #자유한국당 #박근혜 탄핵 #김병준 #친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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