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고발? 참고 견뎌온 학생들이 그만큼 많았던 것"

[소녀, 소녀를 말하다③] 불꽃같이 퍼져나가는 스쿨 미투, 재학생 고발자를 만나다

등록 2018.10.11 13:03수정 2018.10.11 13:03
0
5,000

스쿨 미투의 시초로 보이는 ‘용화여고 미투’는 지난 3월 용화여고 졸업생들이 ‘용화여고 성폭력 뿌리뽑기위원회’를 결성하고 SNS에 올리면서 시작됐다. 이에 재학생들이 교실 창문에 포스트잇으로 ‘#ME TOO’, ‘#WITH YOU’ 등을 붙이면서 언론에 알려졌다. ⓒ 용화여고성폭력뿌리뽑기위원회


 
서지현 검사의 폭로를 시작으로 종교, 직장, 학교 등에서 사회 권력 구조의 불평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성폭력을 고발하는 미투 운동이 우리 사회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지난 2월 28일, 이러한 변해가는 사회에 발맞춰 페이스북에도 '미투 대나무 숲'이라는 '미투 운동'을 위한 익명 제보 페이지가 개설되었다. 10월 13일을 기준으로 '미투 대나무 숲'에는 200개가 넘는 미투 게시물이 올라왔다. 그중 상당 게시물은 학교에서 일어난 성희롱과 성추행 등 성폭력을 고발하는 내용이었다. 그 중 '스쿨 미투', 학교에서 발생한 성희롱과 성추행 등의 인권 침해를 폭로하는 미투 운동은 9월에만 30곳이 넘는 학교에서 일어났고 파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소녀의 미투, 우리의 현실
 
'수업시간 외에 선생님이 주로 여학생들에게 사적인 카톡이나 페메를 하실 때 굉장히 곤란했어요. 저에게도 카톡이 왔었고, 저는 선생님께 매번 정성스럽게 답할 수밖에 없었어요."

미투 대나무 숲 129번째 외침 게시물 중 일부분

'소녀, 소녀를 말하다 기자단'에서는 선생님의 지속적인 성희롱에 대해 용감한 고발을 해준 허씨(17)를 만나보았다. "제가 다니던 OO중은 자유로운 분위기이긴 했지만, 학생들이 선생을 무서워해서 함부로 선생님들의 말을 거역하지 못하는 차별적인 분위기가 존재하는 학교였어요"라고 말을 꺼낸 허씨는 선생님께서 자주 '이의를 제기하면 수행 점수를 깎겠다' 등의 말씀을 하셨다며, 교내 교사와 학생 사이의 권력구조를 고발의 가장 큰 장벽으로 꼽았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큰 용기로 스쿨 미투에 참여한 허씨는 자기 자신만이 피해자가 아니었으며, 피해자가 계속 추가로 발생하기 전에 먼저 이 고리를 끊어야 하겠다고 생각했다는 당시의 결심을 밝혔다.
 
많은 망설임과 고민 끝에 교육청에 민원을 넣었지만 돌아온 대처는 실망스러웠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본인에게 확인을 받았다'는 말을 끝으로, 더 이상의 조치는 없었다. "가해자 선생님이 저희 학교를 떠나시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친구의 부모님께서 친구가 들은 직접적인 성적 발언에 대해 직접 교장실에 찾아가서 말씀을 드렸기 때문이었습니다"라며, 학생들의 말로는 변화가 생기지 않았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나아가 가해자 선생님의 사표를 받아준 학교에 대한 원망스러움과 아직까지 미투를 통해 가해자의 처벌에 직접적으로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이 부족하다는 것에 대한 실망스러움을 드러냈다.
 
가해자는 처벌을 받고, 피해자는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러나 허씨는 가장 직접적인 피해를 많이 받았던 사교적이고 활발하던 친구가 사건 이후 집 밖에 나가는 것도 무서워하고, 매우 소극적으로 행동하게 된 것을 보고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까지 피해자의 일상 복귀가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이것은 허씨의 친구 이야기만이 아니다. 실제 2012년 한국 여성정책 연구원의 '성폭력 피해에 따른 정신적 건강상태의 변화'와 관련된 분석결과를 살펴보면, 성폭력 피해 여성은 스트레스 및 우울감이 상당히 심해지고 자살 생각이 많아지며 자살시도가 이루어진 것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피해자를 위한 더욱더 적극적인 지원과 따뜻한 응원, 가해자를 향한 엄중한 처벌이 필요한 현실이다.
 
고등학교의 불법 촬영 사건, 무엇이 바뀌었나

오랜 고민 끝에 미투 대나무숲 페이지를 통해 고발한 허씨에게 또 한 번의 시련이 다가왔다. 재학 중인 고등학교에서 여학생들의 기숙사를 대상으로 한 불법촬영 사건이 일어났던 것이다. 몇 년간 불법 성인 사이트에서 떠돌던 기숙사 불법촬영은 허씨뿐만 아니라 많은 학생에게 상처로 남았다. 이후 학교의 대응 방식에 대해 허 씨는 아쉬움과 놀라움을 동시에 드러냈다.
 
사건 발생 이후, 강당에 학생들을 모아 진행 상황을 설명했다는 점은 중학교와 비교하면 발전된 대처였다고 생각했지만, 그 이후의 진행 상황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어 아쉬웠다는 것이다. 허씨는 그럼에도 깨어 있는 학생과 선생님이 많아 상대적으로 "학교 측에서 학생과 선생님의 인식 수준이 높아, 사건에 대해 공개적으로 대응하지 않았을 때 학교가 받는 타격이 더 크다고 판단하여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로 한 것 같다"며, 변화를 이야기했다.

"앞으로는 학교가 학생들에게 다른 언론이나 매체보다 먼저 진행 상황에 대해 꾸준히 알려줬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사건 발생 이후, 학생들의 관심이 전보다 적어진다고 해도 범인 검거 등 수사에 많은 협조와 도움을 주었으면 하고, 피해 학생 중에도 졸업생이 많은데 공식 사과문을 올리는 등 진심이 담긴 사과를 해주었으면 합니다."라며, 사건에 대한 학교 측 대처의 방향성도 제시했다.
 

"엄청난 변화는 아니지만 작은 변화들이 만들어졌어요. 많은 학생들이 불법 촬영 등 관련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말을 할 때 다시 한 번 생각하는 분위기도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페미니즘 동아리에 가입을 해 배움을 자처하는 학생들이 느는 등 사소하지만 중요한 변화들이 하나씩 생겨나고 있으니, 이를 지지하고 지원하는 학교를 원해요." 라며 허 학생은 환하게 웃었다. ⓒ 김나윤

 
더불어 스쿨 미투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미투 문화제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꺼냈다. 허씨는 학교가 공부만 하는 곳이 아니라, 학생들이 진정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게 도와주는 곳이라고 생각한다며, 미투 문화제는 학생들이 민주시민으로 한 층 더 성숙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그 필요성을 주장했다.

허씨의 학교에서는 불법촬영 사건 이후 많은 학생들의 분노로 졸업생들과 재학생들이 힘을 모아 만든 성폭력고발위원회가 만들어졌다. 허씨는 이에 대해 "엄청난 변화는 아니지만 작은 변화들이 만들어졌다"며 기쁜 마음을 드러냈다.

"많은 학생이 불법 촬영 등 관련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말을 할 때 다시 한 번 생각하는 분위기도 만들어지고 있다. 페미니즘 동아리에 가입해 배움을 자처하는 학생들이 느는 등 사소하지만 중요한 변화들이 하나씩 생겨나고 있으니, 이를 지지하고 지원하는 학교를 원한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히며 허씨는 밝게 웃었다.
 
여정의 끝, 새로운 시작과 추구해야 할 변화

길고 긴 스쿨 미투의 여정에서 허씨를 항상 격려하고 위로했던 건 게시물의 따뜻한 댓글들과 주변인들의 반응이었다. 남학생들이나 일부 부정적인 학생들이 피해자를 생각하기보다 가해자의 신상이 공개되는 것에 관해 관심을 가지고 "그때도 이 선생님 안 좋았는데 꼴 좋다" 등의 반응을 보이는 것을 보고 상처를 받을 때도 잦았다고 전했다.

정말 괜찮다고 생각했던 친구가 자신의 게시물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을 보고 실망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용기를 내주어 고마워' 등 동창들 중 특히 이 일을 같이 겪었던 여학생들과 일부 지인들이 건넨 격려와 감사의 말은 허씨를 포기하지 않게 만들었다. 말을 해주었지만 허씨는 자신으로 인해 다른 친구들도 용기를 내서 스쿨 미투에 참여하는 것을 보고 힘을 많이 얻었다며 환하게 웃었다.
 

"제가 인터뷰 대상이 된다는 건 몇 년 전만 해도 생각하지도 못했는데 지금 굉장히 제 자신이 자랑스러워요.”라며 환하게 웃어 보이는 허 씨. “사실 인터뷰 출연에 대해서도 많이 고민을 했고, 부모님도 많이 걱정을 하셨는데 저는 이것을 걱정해야 하는 세상이 잘못된 거지, 제가 잘못된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는 이 생각이 당연시되는 그런 세상에서 살아가고 싶어요.” ⓒ 김나윤

  
인터뷰가 막바지에 다다르자 허씨는 '변화'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스쿨 미투가 일어나면서 '왜 이때까지 가만히 있다가 지금 와서 말하냐, 이제 사소한 것도 미투라고 하겠다'는 댓글을 많이 보았다고 했다.

그런데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고발하기 시작했다는 건 그동안 참고 견뎌왔던 학생들이 그만큼 많았던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미투 운동에 대한 자신의 시각을 피력하며 "앞으로는 미투가 발생할 일조차 없는 그런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드러냈다. 나아가 허씨는 "스쿨 미투가 자신의 많은 부분을 변화시켰다"고, "스스로 성장함을 느꼈다"고 한다.

허씨는 원래 여권 신장, 성 평등에 관심이 많았지만 먼저 미투 대나무숲에 올라온 제보들을 읽어본 적은 없었다. 그러나 직접 당사자가 된 이후에는 인터넷의 미투 제보뿐만 아니라 언론사의 페미니즘 관련된 기사와 반응도 정기적으로 보게 되었다. 이외에도 교내 페미니즘 동아리에서 활동하고 있고, 여권만이 아닌 다양한 사람들의 인권도 존중하기 위해 많은 활동을 하며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중학교 때는 미투와 같은 이야기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자리가 없었어요. 주변의 반응도 '공부보다 중요하지 않다'가 대부분이었는데 여기서는 페미니스트 동료들 함께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서 혼자보다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허씨 인터뷰 답변 중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 허씨는 "저는 인터뷰 대상이 되리라는 것을 몇 년 전만 해도 생각하지 못했는데 지금 굉장히 저 자신이 자랑스러워요"라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사실 인터뷰 출연에 대해서도 많이 고민했고, 부모님도 많이 걱정하셨는데 저는 이것을 걱정해야 하는 세상이 잘못된 거지, 제가 잘못된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는 이 생각이 당연시되는 그런 세상에서 살아가고 싶어요." 앞으로의 희망과 포부를 밝히며 허씨는 함께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덧붙이는 글 '소녀, 소녀를 말하다' 프로젝트는 소녀가 직접 소녀의 삶을 취재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스쿨미투, 가부장제, 탈코르셋, 팬덤 문화 등 소녀의 삶과 맞닿아 있는 주제를 다룹니다.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5,000 응원글보기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용인외대부고 재학/인권단체 '너머'/소녀, 소녀를 말하다 기자단

안녕하세요, 시민기자 배주희입니다.

네이버 채널에서 오마이뉴스를 구독하세요

AD

AD

인기기사

  1. 1 벌거벗은 남자들 사이를 휙휙, 저 아줌마 누구야?
  2. 2 20년 함께 산 아내를 무연고사망자로 보낸 까닭
  3. 3 지나치게 높은 고급장교 인건비... 국방예산 '비효율'이 문제다
  4. 4 방탄소년단이 춘 '삼고무' 누구의 것인가
  5. 5 4인가족 한 달 식비가 45만원, 김치만 먹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