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라는 삶의 무게

등록 2018.10.10 14:34수정 2018.10.10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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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공무원은 우리나라 청년들이 선호하는 직업입니다. "누구 아들은 공무원에 합격했다더라.", "나도 공무원 되고 싶어요." 자식을 가진 부모나 진로를 고민하는 청년들에게 공무원은 이렇게 선망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시대가 변했습니다. 월급이 얼마 되지 않아 직업 시장에서 후순위에 있던 공무원이 인기 직종이 되었습니다.

민간 기업과 여전히 차이는 존재하지만, 보수도 나쁘지 않고, 직업적 안정성도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공무원이 누리는 것은 아니지만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워라밸'이 뜨는 요즘 공무원은 더욱 매력을 가지게 되었지요. 저도 대학교 전공이 행정학이라 주변에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친구들이 참 많았습니다.

공무원이 직업적으로 가진 장점은 짧은 시간 임기제 공무원을 하면서 직접 느낄 수 있었습니다. 2년 정도 구청에서 근무하면서 제가 전공으로 한 행정학의 실제 현장을 확인하고 배울 수 있다는 생각에 처음엔 참 설레었습니다. 외부에서 막연히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던 공직 사회의 위계는 그렇게 심하지 않았고, 보수도 몇 가지 수당을 더하니 생활에 큰 지장은 없었습니다. '이래서 공무원을 하는구나'하고 당장 느껴지는 몸의 편안함(?)에 만족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구청 건물 안에서 일하는 시간 이외에 저의 개인적인 삶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작은 불편함이 있었습니다. 가장 큰 행동의 제약은 제 생각을 표현하는 수준과 범위에서 출발하였습니다. 정치·사회적 이슈에 관심이 많은 저는 가끔 SNS를 통해 제 의견을 표현하거나 다른 사람의 글 또는 기사를 공유합니다. 구청에서 일을 시작한 후부터는 SNS에 사소한 정치적 의사 표현을 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누가 큰 문제로 삼지도 않을 수위의 내용인데도 불구하고, 여러 번 글을 썼다가 지우기도 했습니다. 그 전에는 생각하지도 않은 자기검열이었습니다.

그동안 나름 자유롭게 세상을 살아온 저에게 이런 순간이 올 것이라고 상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다른 공무원들은 답답해서 어떻게 사는지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실제로 구청의 주변 분들을 보니 메신저 기능의 SNS 이외에 불특정 다수에게 사용자가 노출되는 플랫폼은 잘 쓰지 않고 있었습니다. 학교에서 책으로 배웠던 '공무원의 정치기본권 제한'이 작동되고 있는 현장이었습니다. 공무원들이 평생을 그렇게 산다고 생각하니 존경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로 답답하기도 했습니다.

공무원증을 받고 난 뒤 불편한 건 이외에도 참 많았습니다. 친구들과 술자리를 가지더라도 과음을 하지 않게 되었고, 도로의 무단횡단은 상상하기 힘들었습니다. 길거리에서 부딪힌 사람에게 먼저 사과를 하고, 보험 영업사원에게 걸려온 전화도 함부로 거절하기도 어려웠습니다. 몸 어딘가에 무거운 돌덩이를 하나 감추고 살아가는 기분이었습니다. 이전보다 행동이 굼뜨기도 하고, 필요 이상으로 절제하게 되는 어색하기 짝이 없는 제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일반 공무원들이 모두 저와 같지는 않을 것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환경에 적응해가는 게 인간이니까요. 하지만 공무원들의 삶이 그렇게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제약되어있고, 때로는 위축되는 기분을 느끼며 산다고 생각하니 조금 씁쓸했습니다. 인기 있는 직업인데 말이죠. 많은 의미에서 세상은 변했습니다. 이제 우리도 공무원의 정치적 기본권과 노동 3권 보장에 대해 깊이 고민했으면 합니다. 국가공무원노동조합(국공노)와 함께 하면서 눈에 들어왔던 '공무원도 국민이고, 노동자다'라는 외침이 새삼 강하게 울립니다.
덧붙이는 글 국가공무원노동조합 소식지(통권 17호)에 게재한 글임. 글쓴이는 국가공무원노동조합 정책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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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공무원노동조합 정책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사회 이슈, 사람의 먹고 사는 문제에 관심 많은 시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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