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정개특위 구성 거부, '불로소득' 때문인가

[강상구의 진보정치] 노회찬의 꿈, 연동형 비례대표제 ③ - 돈 그리고 프로정치인

등록 2018.10.11 14:29수정 2018.10.31 15:20
8
원고료주기
촛불혁명 이후 가장 느리게 변하고 있는 것이 정치다. 정치 변화를 위해서 지금 필요한 것은 국회 구성 규칙을 바꾸는 일, 즉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이다. 노회찬의 삶의 자취를 밟으며 선거제도 개혁의 필요성을 짚어본다. - 기자 말

자유한국당이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명단을 내놓지 않고, 정개특위에서 정의당이 빠져야 한다면서 계속 버티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그동안 선거제도와 국고보조금 제도를 통해 누려왔던 '불로소득'이 사라질 것을 염려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지만 괜한 의심이라 믿는다.

신념으로 일하던 시절
 
a

2004년 4월 16일 총선 전날(4월 15일), 민주노동당 관계자들이 개표방송을 보고 있는 모습. ⓒ 이종호



돈이 있어야 정치를 한다. 이상한 이야기가 아니다. 돈이 있어야 먹고 산다는 말이 이상하지 않은 것과 같다. 진보정당 정치인에게 필요한 돈은 진짜로 그저 먹고 사는 데 필요한 돈이다. 보통의 정치인들처럼 부귀영화를 누리겠다는 심보가 아니다.

물론, 신념만으로 일할 때가 있었다. 노회찬 사무총장 시절, 진보정당에서 활동한다는 자부심은 한 달에 500만 원어치쯤 됐다. 실제 월급은 60만 원이었다.

야근할 일도 많았다. 중앙당 연대사업부에서 일하고 있던 나는 당시 유난히 많았던 각종 집회에 연대하느라 일의 해일에 파묻혀 있는 상태였다. 다른 당직자들도 마찬가지였는데, 조금씩 불만이 생겼다.

여러 당직자들이 노회찬 총장과 면담을 요청했다. 중앙당 거의 전원이 노 총장과 마주 앉았던 걸로 기억한다.

"야근이 이렇게 많은데, 최소한의 수당은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철야도 한 달에 며칠씩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고려해주셔야 하는 것 아닙니까?"


여러 의견들이 쏟아졌다. 노회찬 총장은 "야근과 철야를 다 기록해서 가져오시면, 수당 계산해 드리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질문이 이어졌다.

"야근이나 철야를 했다고 어디다 기록합니까? 일일이 확인하실 겁니까?"

그때만 해도 연장 근무를 기록하는 체계가 없었다.

"동지들을 믿어야죠. 적어오시면 저는 그대로 믿겠습니다."

6월, 더운 여름이 시작되는 때였다. 노회찬 총장의 말을 믿고, 정말로 매일의 근무 상황을 기록했다. 난 이때조차 모범생이었다. 한 달이 지나고 따져봤다. 25일 야근, 그중 철야는 7일. 저녁이 없는 삶의 전형이었다. 주말도 없는 삶이었다.

"총장님, 지난번에 말씀하셨던 것 기록해왔습니다."
"어, 그래요. 여기 두고 가세요."


노회찬 총장은 다른 말없이 내 근무일지를 넘겨받았다. 연장근무 수당을 12만5000원인가 받았던 걸로 기억한다. 옥탑방 살던 내게는 엄청나게 큰 돈이었다.

근무 상황을 적어낸 당직자는 나 혼자였다. 야근이 너무 많다고 그렇게 성화더니 정작 아무도 야근 상황을 기록하진 않았다.

"그걸 진짜 적어냈어?"

동료 한 명이 나에게 말했다.

"하기로 했으면 해야죠."

당의 사무총장 자리는 우선, 돈을 구하러 다니는 자리다. 노회찬 총장도 돈 때문에 힘들었을 텐데, 야근 수당 달라고 하는 게 좀 미안했다. 그래서 나는 노회찬 총장이 나를 돈 밝히는 당직자가 아니라, 철저하고 일처리 확실한 활동가로 봐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결정사항을 확실히 집행한 활동가로 말이다.

진보정치인을 가난하게 만드는 제도
 
a

2016년 4월 12일 오후 서울 양천구 양정고등학교 체육관에 마련된 양천구개표소에서 운영요원들이 투표지분류기 작동 등 개표사무를 연습해보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당원이 수십만 명이 되고, 그 당원들이 낸 당비를 받아 생활할 수 있다면 가장 좋다. 이걸 완벽하게 이룬 당은 지금까지 없었다. 사실 당들은 대부분 국고보조금으로 유지된다. 진보정당에게도 국고보조금은 중요하다. 그나마 진보정당이 국고보조금 비율이 제일 낮고, 당비 비중이 높다.

당에게 왜 국고보조금을 주느냐고? 정치가 잘 돼야 국민이 잘산다. 좋으나 싫으나 그걸 정당이 한다. 그러니 정당이라는 자동차가 잘 굴러갈 수 있게 국민 세금으로 기름값을 대주는 것이다. 문제는, 이 세계도 빈익빈 부익부라는 점이다.

선거제도, 교섭단체 위주의 국고보조금 배분, 여기에 더해 국회의원만 후원회를 둘 수 있는 제도. 이 3종 세트는 큰 정당에게 부당이득을, 작은 정당에겐 빚을 선사하는 마법의 트라이앵글이다. 실제로 작은 당은 선거를 치를수록 점점 가난해진다.

'소선거구제+병립형 비례대표제'가 우선 문제다. 병립형이란 정당이 얻은 득표에 연동해서 전체 의석이 결정되지 않고, 비례 따로 지역 선거 따로 뽑는다는 뜻이다. 두 방식이 서로 관계없이 각자 나란히 서있다고 해서 '병립'이라고 표현한다.

현재 비례대표 총 수는 46석이다. 연동형비례대표제라면 국민의 1/3이 지지할 경우 100석을 얻는다. 그러나, 병립형인 현행 제도에서는 최악의 경우 46명의 1/3인 15명 쯤 당선되고 만다. 85석이 사라지는 셈이다. 그 85석은 현행 선거 제도에서 이익을 보는 정당들이 가져간다.

의석 수의 차이는 국고보조금의 차이를 불러온다. 85석이 받는 국고보조금과 15석이 받는 국고보조금의 차이는 크다. 정당 간 빈익빈 부익부의 첫 번째 이유다.

국고보조금을 나누는 방식도 문제다. 상식적으로 국고보조금은 득표율대로 나눌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1년에 정당에게 배분되는 국고보조금이 총 400억 원이 조금 넘는데, 이 돈의 절반은 일단 교섭단체들끼리 똑같이 나눠 먹는다. 덩치 큰 두 당 혹은 세 당이 밥통 속의 밥 절반을 우선 차지한다.

교섭단체가 안 되는 당들에게는 전체 총액의 5%, 그나마 5석이 안 되는 당에게는 2%를 일단 떼어 준다. 이러고 나서 남는 돈이 당연히 꽤 있다. 그 돈의 반은 의석수를 기준으로, 나머지 반은 득표율을 기준으로 국고보조금을 나눈다. 이때 교섭단체들은 한 번 더 자기몫을 챙긴다.

복잡해 보이지만, 남은 밥의 상당 부분을 또다시 덩치 큰 정당들이 가져간다는 점만 기억하자. 이것이 정당 사이의 빈익빈 부익부가 발생하는 두 번째 이유다.

그뿐인가. 국회의원은 매년 1억5000만 원씩 후원을 받을 수 있으나, 원외 정치인은 후원을 전혀 받을 수 없다. 작은 정당은 원외정치인이 대부분이라는 말이므로 후원받는 정치인이 극소수다. 여기서 당의 종합적 자금동원력에 또 차이가 생긴다. 이것이 빈익빈 부익부의 세 번째 이유다.

부자가 달리 부자가 아니고, 부자 정당이 달리 부자 정당이 아니다. 한국의 국고보조금 제도는 이미 한쪽에 심각하게 무게가 쏠려 있는 시소다. 맞은편에 누가 타더라도 반대로 기울진 않는다. 큰 정당들은 변하지 않는 시소의 한 쪽에서 노력한 것 이상의 소득을 즐긴다.

이중의 불로소득에 현직만 유리한 제도다. 득표율보다 많은 의석수, 의석수보다 많은 국고보조금 배분 비율은 확실히 이중 불로소득이다. 득표율대로 국고보조금을 배분하든가, 득표율이 그대로 반영돼 의석수가 결정되고 그 의석수대로 국고보조금을 나누는 게 옳다. 뿐만 아니라 원외 정치인도 후원금을 받아야, 현직 의원과 원외 정치인이 공정하게 경쟁한다.

국회 정개특위가 열리고 촛불 정신에 맞게 논의가 시작된다면, 선거제도는 마땅히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채택돼야 하고, 국고보조금 배분 문제도 원외 정치인 후원 문제도 개선될 것이다. 자유한국당 입장에서는 그동안 얻던 불로소득을 자기 손으로 잘라내고, 지금 현역 의원들에게 유리할 것 없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소리다. 내 믿음과 달리, 자유한국당이 만약 정말 그 이유 때문에 정개특위 구성을 거부하는 것이라면, 그렇다면 그런 행동은 자유한국당답기는 하다.

물은 바다로 흐르고, 돈은 양당으로 흐른다
 
a

몇몇 후보자들에게 선거는 재테크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 ⓒ 오마이뉴스


2010년 지방선거가 끝나고 노회찬 당시 진보신당 서울시장 후보 선거본부의 빚이 적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때 나는 구로지역위원회 위원장이었고, 우리는 두 곳의 기초의원 선거에서 후보들이 좋은 성적을 얻어 선거비용을 일부 보전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운영위원 여러분 그리고 두 출마자님들, 이 안건이 부담이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당을 위해 부디 꼭 승인해주셨으면 합니다."

노회찬 대표가 광역단체장 후보로서 끝까지 완주해준 것이 무척 고맙고 가슴이 아파 지역위원회 운영위원회에 상당한 액수의 돈을 모아 노회찬 서울시장 후보 선거 빚을 갚는 데 쓰자는 안건을 제출했다. 진심을 담아 안건의 취지를 설명했고, 다행히 운영위원들 전원이 찬성을 표했다. 나중에 서울 지역 다른 지역위원장들도 당이 함께 정한 일정 비율의 돈을 시당으로 모아줬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또 한 번의 빚잔치의 고개를 넘어가고 있었다.

사실 선거는 가난한 집에게는 제삿날 같지만, 부잣집에게는 재테크의 시간이다. 선거가 있는 해가 되면 국고보조금은 2배가 된다. 부자정당과 가난한 정당의 차이가 선거 때는 2배가 된다는 이야기다. 부자정당의 불로소득도 두 배로 늘고, 선거 때 발휘할 수 있는 큰 정당과 작은 정당의 능력 차이도 곱하기 2가 된다.

그뿐이 아니다. 선거에서 10%를 넘게 득표하면 선거비용의 절반을, 15%를 넘기거나 당선되면 선거비용 전액을 돌려받는데, 이 제도가 작은 정당에게는 가끔 따는 하늘의 별이지만, 공천이 곧 당선인 거대 양당 정치인들은 선거비용 부담 없이 선거를 치를 수 있는 별천지 같은 제도다.

당선자가 아니더라도 공천을 받는 순간 10% 미만을 받는 양당 출마자는 거의 없다. 그러니 이들은 당연히 돈을 돌려받는다. 떨어질 걸 알면서도 나가는 작은 정당 출마자들의 선거비용이 죄다 빚으로 남는 것과는 다른 구조다.

이런 이야기도 있다. 이른바 험지에 출마한 어떤 당의 후보들에게는 중앙당이 목돈을 줘서 출마를 독려한다는 이야기다. 후보들은 당선이 안 될 걸 알지만 중앙당에서 큰돈이 내려오니 재테크 삼아 선거에 출마한다. 선거운동은 당연히 총력을 다 해 조금씩만 하고, 돈의 일부는 어떻게든 남긴다.

이명박이 국가를 돈 버는 수단으로 사용했던 것처럼, 정당이 선거를 돈 버는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이라는 얘기다.

누군가에게는 돈 되는 선거

지난 총선에서 전북 김제 부안에 출마했었다. 열심히 선거 운동을 하던 중 어떤 식당에 들렀다. 한우만 파는 갈비집이었던 걸로 생각된다.

"어, 안녕하세요? 식사 중이신가 봐요?"

거기서 새누리당 후보와 선거운동본부 관계자들이 빨간색 선거운동복을 입고 열심히 갈비를 굽고 있었다. 선거운동이 한창일 때 흔히 볼 수 없는 풍경이었다.

"어, 그래요. 강 후보 여기 와서 한 잔 받아요."
"아니 괜찮습니다. 저는 선거운동, 마저 하겠습니다."


거나하게 취한 얼굴로 선본 관계자 한 분이 내게 술을 권했다. 보통 이런 분위기는 선거가 다 끝나고 뒤풀이를 할 때 조성된다. 이 후보의 유세차는 항상 선거사무실 앞에 서 있었다. 유세도 하지 않았고, 주민들에게 명함을 돌린다는 얘기도, 부지런히 인사를 하러 다닌다는 소문도 나는 듣지 못했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열심히 하셨을 것으로 믿는다.

어쨌거나 정치인이 돈 버는 법은 이렇듯 다양하다. 반면 가난한 정당의 정치인은 의원이 되더라도 살림살이가 바로 나아지진 않았다.

"빚이 많아요. '매일노동뉴스'라는 일간지를 10년 했거든요. 가격을 올릴 수 없어 적자를 봤어요. 부채가 1억 원이 넘습니다. 선관위에 후보등록할 때 자산과 부채를 합하니 700여만 원 플러스로 나오더군요."

노회찬 대표는 2004년 국회의원에 당선된 직후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때까지 노회찬 대표는 신용불량자였다. 그는 라면만 먹고 금메달을 딴 선수였던 셈이다.

1년 쯤 지나 또 다른 인터뷰에서 노회찬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공직생활하려면 신용불량은 넘어서야겠다 싶어서 (돈을) 갚았다. 지금은 신용불량은 아닌데 카드발급 제한조치다. 국회에 농협이 있다. 저보고 통장 만들라고 하면서 직원이 좋은 카드 만들어준다고 했는데 나중에 '죄송하지만 은행업협회에서 제한해서 대상이 아니다'라고 하더라."

차비도 아끼며 해왔던 진보정치

"우와! 오늘은 1시간 10분 끊었어."

노회찬 총장에게 연장근무 수당 12만5000원을 받았던 그때부터 노회찬 대표가 의원이 되고 나서 한참 후까지, 나는 여의도 사무실과 대림동 집을 걸어다녔다. 버스를 타면 40~50분쯤 걸리는 거리였다. 아낄 수 있는 돈이 차비뿐이었다. 누군가가 걸어서 출퇴근 하냐고 물었다.

"아침부터 걸으면 일하기 힘드니까, 저녁 때 집에 갈 때만 걸어가요."

걷는 것도 속도가 나니까 괜찮았다. 매연 때문에 마스크를 써야 하는 게 불편했지만 나쁘지 않았다. 자전거를 타기도 마땅치 않고, 걷기도 그다지 편하지 않은 도시 서울에서 나는 열심히 걷고 또 걸었다. 그나마 밤 10시, 11시가 넘어 퇴근하는 길의 도시는 좀 한산하긴 했다.

마스크를 비집고 나오는 입김 때문에 안경이 뿌옇게 되는 건 좀 불편했다. 앞을 보기 위해 마스크를 손으로 누르고 걸으면, 마스크 안이 열기로 후끈 거렸다. 차들은 옆을 달리고, 차량의 불빛과 건물의 불빛들 덕에 번져 보이는 서울의 공기는 검었다.

빛의 속도로 걸으면서, 그래도 민주노동당이 노동자 국회의원을 만들고 집권을 해서 세상을 꼭 뒤집어 놓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걸 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잘하지 못하면, 국회의원은 오랫동안 10석 이하일 수도 있고, 집권은 요원할지도 모른다고 현실적으로 판단한다. 그러므로 정치를 아마추어처럼 할 게 아니라 프로처럼 해야 한다고 믿는다.

프로 정치인에게 필요한 것은 돈이다
 
a

6.13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 기간 마지막 주말이었던 지난 6월 10일, 정의당이 서산에서 유세하고 있는 모습. ⓒ 신영근


다시 돈 이야기다. 정치를 프로처럼 하는 게 직업 정치인이다. 프로야구 선수가 있듯이 프로 정치인이 있는 것이다. 비록 정치에 전념하면 어떤 사람들은 직업도 변변치 않으면서 정치판 기웃거린다고 폄하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직업 정치인, 그러니까 정치를 온전히 업으로 삼는 전업 정치인이 있어야 한다.

월드컵 출전 축구팀이 프로선수가 아니라 다른 직업이 있는 아마추어 선수들로 구성됐다는 얘기는 미담일 순 있어도 그런 팀이 우승하는 일은 없다. 마찬가지다. 우리 정치는 아마추어가 아니라 프로 정치인들이 있어야 한다. 기존 체제를 뚫고 새로운 걸 이뤄내야 하는 진보정치라면 특히 그렇다.

국회의원 300명, 4000명 가까운 지방의원, 수백 명의 단체장 등 필요한 전업정치인은 매우 많다. 그뿐인가. 대중정치인으로 나서지 않더라도 당 조직을 운영하는 활동가가 또한 수백 명이 필요하다. 당이라는 조직은 이 정도의 인력을 갖춰야 제1야당도, 집권도 꿈꿀 수 있다.

조직을 꾸려 무엇인가를 하려면 돈이 필요하다. 하다못해 동창회도, 동네 산악회도, 아파트 마을 모임도, 돈이 필요하다. 하물며 집권을 하고 세상을 바꿔보겠다는 사람들의 조직체가 돈 없이 무슨 일을 하겠다는 말인가.

그러니 돈을 더러운 것으로만 생각하는 문화는 도움이 안된다. 돈이 무슨 죄인가. 그것을 못되게 쓰는 사람이 문제지.

오래된 일이지만 지방의원에게 월급을 주는 게 맞는지 안 주는 게 맞는지가 논쟁이 됐던 일이 있다. 중앙당 후원회를 없애면 정치가 깨끗하게 될 것처럼 믿는 일도 있었다. 지금도 단체는 정당 후원을 못하는데, 그렇게 하다 보니 기업도 후원을 못 하지만 노동조합도 후원을 못한다. 그러나 기업은 그 방법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정치에 개입하고 권력에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삼성 X-파일 관련자들은 건재하고, 노회찬만 의원직을 상실했던 거다.

기름은 손에 묻으면 더럽지만 자동차를 굴러가게 한다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니다. 사람을 살게 하는 혈액은 손에 묻혀도 더럽지 않다. 돈이 기름보다는 혈액에 가깝도록 이제 제도를 바꾸자. 그 혈액이 한쪽만 도는 게 아니라 골고루 돌 수 있도록, 정상적인 루트를 통해 생성되고, 누구나 아는 식으로 흐를 수 있도록 하자.

선거제도, 교섭단체 위주의 국고보조금 배분 제도, 국회의원만 후원 받는 제도가 바뀌면 정치의 혈액, 돈이 의미 있게 돈다. 혈액이 제대로 돌면, 정치가 건강해진다.

자유한국당이 혹시 한국정치의 변화에 기여할 일이 있다면, 이런 제도를 만드는 데 조금이라도 협조하는 것이다. 정개특위 구성에 조속히 동참하길 바란다.
 
a

비상대책회의 참석하는 김병준-김성태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과 김성태 원내대표와 지도부들이 지난 9월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유성호

노회찬재단(가칭) 설립 추진
노회찬재단(가칭) 설립 실행위원회는 지난 10월 8일부터 준비위원 구성 및 시민추진위원 모집을 시작했다. 시민추진위원 참여는 노회찬재단 준비위원회 홈페이지(https://www.hcroh.org)에서 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강상구씨는 현재 정의당 교육연수원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댓글8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정의당 전 대변인, 팟캐스트 노유진의 정치까페2 진행자 정의당 교육연수원장

오마이뉴스 정치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네이버 채널에서 오마이뉴스를 구독하세요

AD

AD

인기기사

  1. 1 손전등 고장났단 말도 못하고...
    "불쌍한 아들, 다시는 못 봐 미치겠다"
  2. 2 상무 두드려 팬 직원들, 그들의 지옥같았던 7년
  3. 3 매달려 버티다 사망한 노동자, 12m 발밑엔 그물 하나 없었다
  4. 4 남편 살해한 뒤 딸 찾은 엄마의 눈빛, 잊을 수가 없더라
  5. 5 49년생 김순희, 70년생 조호경, 77년생 문성원, 2014년생 조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