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당선무효? 현재로서는 방법 없다"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521] 김종휘 변호사

등록 2018.10.10 21:01수정 2018.10.10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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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 사진은 지난 9월 6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릴 결심공판을 마치고 구치소로 향하는 호송차로 향하고 있는 모습. ⓒ 이희훈

 
다스(DAS) 자금 횡령과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의 1심 선고가 지난 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렸다. 재판부는 장역 15년, 벌금 130억 원, 추징금 82억 원을 선고했다.

이번 재판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다스의 실소유주가 누구냐'는 것이다. 다스 실소유주 문제는 대선을 기준으로 했을 때 2007년부터 11년 동안 논란이었던 문제라 관심이 높았다. 이에 재판부는 다스 실소유주를 이 전 대통령으로 규정했다. 11년 논란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1심 재판을 분석해 보고자 지난 8일 민변 민생경제위원회에서 활동하는 MAST 법률 사무소 소속 김종휘 변호사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김 변호사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

"'다스는 누구 거?' 논란에 종지부, 큰 의미 있다"
 

MAST 법률 사무소의 김종휘 변호사 ⓒ 이영광

 
- 지난 5일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선고가 내려졌어요. 징역 15년에 벌금 130억원, 추징금 82억 원이 선고됐는데 총평 부탁드립니다.
"이번 판결을 통해 국민의 의혹인 '다스는 누구 것인지' 확인됐다는 점과 '삼성은 박근혜 정권뿐만이 아니고 이명박 정권과 유착도 있었다'는 점, 그리고 '대통령이 될 지위 및 대통령의 지위를 악용해서 인사 청탁하고 국회의원 지위를 매관'한 점이 확인됐습니다.

또한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상납받으면서 국고 손실을 저지른 점도 확인됐습니다. 큰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다만 이 전 대통령이 헌정 질서를 흔들고 공정성 가치를 훼손한 점에 비춰서 징역 15년형은 다소 가벼운 처벌이 아니었냐는 점에서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2007년 대선 때부터 실소유주 논란이었던 다스에 대해 1심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의 것이라고 인정함으로써 11년 논란에 종지부를 찍은 것 같은데.
"다스 설립 과정을 지켜보면 이 전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관여하죠. 이상은씨와 김재정씨의 다스 유상증자 자금원인 도곡동 토지매각 대금이 이 전 대통령 소유라는 점, 또 이 전 대통령 또는 그의 아들인 이시형씨가 주로 경영권을 행사했고 이시형씨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이뤄진 점. 그리고 이상은씨, 권영미씨, 김창대씨 등 다스 주식에 대한 처분 수익 권한을 이 전 대통령이 소유했다는 점과 장기간 상당한 액수의 다스 자금이 이 전 대통령을 위해 사용된 점을 사실로 인정해 다스의 실소유주가 이 전 대통령이라고 판단했거든요.

국민들이 다스 실소유주에 대한 의혹을 아주 오랫동안 품어왔잖아요. 다스 실소유주가 이 전 대통령이라는 근거들이 모두 재판을 통해 사실로 확인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 거죠."

- 2007년 특검도 했지만, 그때는 이 전 대통령 소유가 아니라고 했잖아요. 그럼 특검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하지 않을까요?
"특검에 대해 공소시효가 지난 부분도 있고, 특히 다스 소유주와 관련해 두 번의 수사와 두 번의 특검 등 총 네 번의 수사가 있었어요. 거기에 대해 밝히지 못하다가 이번에 드러난 만큼 검찰이 스스로 자정 노력을 해야죠. 검찰의 봐주기식 수사였다는 게 밝혀진 거잖아요. 스스로 책임자들에 대한 징계와 처벌을 해서 스스로 자정 작용이 이뤄져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당선소송-선거소송 다투는 사유 아니다"

- 선고 내용에 국민을 속여서 대통령에 당선됐다는 내용이 있잖아요. 그럼 이게 허위사실 유포로 인한 당선 무효까지 갈 수 있나요? 물론 임기를 마쳐서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하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의미가 있을 것 같기도 하거든요.
"일단 선거에 관한 소송에는 당선 소송과 선거 소송이 있어요. 선거 소송은 선거 절차의 하자가 있다고 해서 선거 효력을 다투는 건데, 이거와 관계가 없고요. 그다음은 당선 소송인데, 당선 소송은 선거 절차가 유효함을 전제로 선관위 당선인 결정에 위법이 있다고 해서 효력을 다투는 거거든요. 하지만 당선 소송에는 당선을 무효로 만드는 사유가 존재해야 하는데 여기에 해당은 안 돼요.

그리고 중요한 게 당선 소송 같은 경우는 당선인 결정일로부터 30일 이내 소를 제기 해야 합니다. 그 기간은 이미 지났고, 오히려 이 부분은 허위사실이니까 선거법 위반이 될 수 있잖아요. 선거법 위반도 6개월로 기간이 짧아요. 그러니 당선 무효나 선거법 위반을 통해서 처벌할 수 있는 기간도 지났고, 선거 소송을 다툴 수 있는 사유가 아니죠."

- 다스의 실소유주를 이 전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측근인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 비서관 등의 진술과 증거 제출이었잖아요. 이들이 진술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주요 핵심 증거가 김성우 다스 전 사장 등 핵심 관계자들의 진실과 증언인데요. 객관적인 진술과 자료가 상당수 제시된 만큼 김 전 총무 비서관 등 청와대 관계자들은 이걸 부인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특검 수사 당시 이상은, 김재정씨 등이 허위진술을 지시했다는 점에 대해서 다스 관계자인 김성우 전 사장과 권승호, 이병모, 이동형, 김창대, 조용주, 김종백씨 등의 진술이 모두 일치했거든요. 그런 점을 재판부에서 적시했어요. 그만큼 특검 수사 당시 나온 내용을 비서관들도 유지하기는 어려운 거죠.

실제로 김 전 총무 비서관의 진술은 다스 미국 소송비 대납 사건에서도 주요하게 적시했는데 김 전 총무 비서관이 삼성의 자금 지원에 대해 원래 사실대로 진술 안 했어요. 그러다가 이 전 대통령 보고사항이 적힌 삼성그룹 당시 자금 지원 문건을 제시받고 2010년 이 전 대통령을 보좌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알게된 것을 진술하기 시작했다고 판결문에 적시했거든요. 자기가 부인하기 어려운 객관적 증거나 진술이 나왔기 때문에 거짓말하기는 쉽지 않았다는 거죠."

- 삼성과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김소남 전 의원에게 받은 돈을 뇌물로 인정했지만, 최등규 대보그룹 회장, 손병문 ABC상사 회장, 지광 스님 등으로부터 받은 자금에 대해서는 뇌물로 인정하지 않았어요.
"이팔성 전 회장 같은 경우에는 비망록같이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는 다수의 사정이 존재했어요. 그리고 김소남 전 의원의 경우도 김 전 총무 비서관의 진술에 대해서 자백하는 취지가 있었어요.

다른 사건의 경우에는 김 전 총무 비서관의 진술에 따라 정치자금법 규정을 위반한 사실은 인정할 수 있지만, 최등규, 손병문, 이정섭 사이에 명시적 또는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는 사실을 개별적으로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해서 무죄가 나온 거거든요.

쉽게 말씀드리면 김 전 총무 비서관에게 자금이 전달된 정황은 있는데 이 전 대통령에 대한 묵시적 청탁이 있었는지 그리고 이러한 청탁이 이 전 대통령에게 전달됐는지에 대해 증거가 없었어요. 그러다 보니 그 부분에 대해서는 합리적 증거 없이 유죄로 판단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무죄 판결이 선고된 것 같아요."

- 이 전 대통령이 다스 현안 해결을 위해 청와대 직원들을 동원한 직권남용은 무죄로 판단했어요. 그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직권남용은 인정됐어요. 그렇다면 이 둘의 차이는 뭔가요?
"직권남용 같은 경우는 공무원이 일반적 권한에 속하지 않는 행위를 하는 경우에 지위를 이용한 불법행위와는 구분됩니다. 한마디로 직권남용이 되려면 공무원의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안을 지시해서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해야 합니다. 

판결에 따르면 다스의 미국 소송 관여를 지시한 사실은 인정되는데 그런 지시 행위가 국가의 행정작용과 직간접적인 관련성이 있는 업무에 대한 지시, 즉 대통령의 직무상 권한에 속할 수 없다는 거예요. 일반적 직무 권한이 전제돼야 하는데 거기에 대해 직무 권한이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직권 남용에 대해 무죄가 나온 거 같거든요.

그런데 일반적 직무권한의 범위를 좁게 해석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는데, 수긍 가는 부분이 있기도 해요. 박 전 대통령의 경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에 직무권한이 있다고 봐서 사실관계의 차이가 있어요."

- 퇴임 후 일부 기록물을 영포빌딩으로 무단 반출한 점도 유무죄 판단을 할 수 없다고 봤는데 이 부분은 어떻게 보세요?
"대통령 기록물 관리 위반의 경우에는 공소장 일본주의(公訴狀一本主義)에 위반해서 공소 기각 판결이 난 거거든요. 공소장 일본주의라는 건 공소장에는 사건에 대해 법원의 예단이 생길 수 있는 서류, 기타 물건을 첨부하거나 그 내용을 인용하면 안 된다는 원칙을 말해요.

원래 공소장만 오고 공판 중심주의로 인해서 사람의 진술을 두고 판단해야 하는데, 내용을 다 적어오면 이 사람이 했겠다는 예단을 가질 수 있으니까 그런 것을 막기 위한 원칙입니다. 그런데 본 범죄의 공소사실에 대해 증거 내용을 공소장에 그대로 인용한 거예요.

즉 피고인 범행과 무관하게 법원으로 하여금 예단할 내용이 적시 됐다는 것인데, 기재된 내용을 보면 의도가 앞서간 게 아닌가란 생각은 있어요. 공소장 일본주의가 어떻게 보면 원칙이고, 원칙에 반하게 서술된 점에 대해서 위반이라고 판단한 거 같은데 그것 자체가 부인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 그럼 공소장을 바꾸면 유무죄를 판단할 수 있나요?
"공소장 일본주의에 위배된 공소 제기라고 인정되는 때에는 그 절차가 법률의 규정을 위반해 무효일 때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 공소 기각의 판결을 선고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항소심에서 검찰 측은 공소장 일본주의에 위배된 공소 제기가 아니라는 취지로 공소기각의 판결을 다퉈야지, 항소심에서 공소장을 변경할 수는 없습니다."

- 1심에서 공소시효 만료로 연소된 부분도 몇 가지 있었는데 검사가 공소시효가 지난 걸 모르고 공소 제기를 했을 것 같지는 않아요. 그러면 왜 재판부는 공소 시효 만료로 판단했을까요?
"일단 횡령에 대해 포괄일죄가 아니라 경합범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거잖아요. 결국에는 이 행위가 있었던 시점부터 종료된 시점까지 이거는 포괄일죄로 부분도 있었고, 일단 검찰은 모든 걸 포괄일죄로 판단했죠.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포괄일죄가 아니라 경합범이라는 거죠. 법리적 판단이기 때문에 검찰로는 당연히 그걸 주장해야 하는 것이죠. 그러나 법원은 경합범이라고 볼 수도 있어요. 검사가 몰라서 그런 건 아니고 그걸 주장 안 할 수는 없거든요."

"떳떳하다면 나왔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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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문 읽는 정계선 판사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피고인인 이명박 전 대통령이 불출석한 채 열린 이 전 대통령의 '다스' 자금 횡령 관련 1심 선고공판에서 정계선 형사합의27부 부장판사가 판결문을 읽고 있다. ⓒ 연합뉴스

 
-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에 이어 이 전 대통령 재판 선고도 생중계됐습니다. 이 전 대통령은 선고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는데 생중계가 영향을 준 것 같아요. 생중계하는 건 어떻게 보세요?
"이게 2017년 8월부터 법정 방청 및 촬영 등에 대한 법이 개정돼 재판장의 판단에 따라서 1심, 2심 주요 재판 선고 과정을 중계재판 허용하는 게 가능해졌는데요. 피고인이 동의하지 않더라도 공적 이익이 크다고 판단되면 허용하는 거라 재판장의 판단이 들어가게 됩니다. 아무래도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된 부분이기 때문에 일단 생중계를 허용하냐 마냐 제가 판단 내릴 자격은 없고 원칙에 따라 국민 알 권리와 사익, 공익을 판단한 건 문제 없다고 봅니다."

- 이 전 대통령은 건강과 국격 훼손 등을 이유로 안 나왔어요. 사유로 적절하다고 보십니까.
"다스는 자기 것이 아니고 모든 것이 날조돼 오히려 떳떳하다는 식으로 얘기를 했잖아요. 그러면 오히려 나와서 밝혔어야죠. 자기가 정말 떳떳하다면요. 최소 떳떳하지 않더라도 국가 원수였던 만큼 나와서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도 대응했어야 한다고 봐요.

박 전 대통령이나 이 전 대통령은 안 나오는 게 이 판결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한 조치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오히려 그럴수록 국가 원수 지위에 있었던 사람이 나와야 할 책임감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 일반인이 재판에 안 나올 수도 있나요?
"약식 재판이나 벌금형 재판이라면 안 나와도 돼요. 그러나 이런 사건 같은 경우 안 나오면 선고 기일을 계속 수정하죠. 결국 사람을 구인해서 선고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아무래도 대통령 지위에 있던 사람이다 보니 거기에 따라서 판단한 것 같아요. 일반인이 이렇게 안 나올 수는 없어요."

- 이후 어떻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하세요?
"박 전 대통령처럼 항소를 포기할 수도 있는 거고요. 1심이 나온 상황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을 거라고 판단할 수도 있는 거고요. 아니면 피고인 이익을 위해 항소할 수도 있죠. 그건 피고인 권리잖아요. 거기에 대해 11일 발표한다고 하니 두고 봐야 할 거 같습니다. 검찰의 경우, 무죄 선고된 부분이 있잖아요. 그런 부분을 보강해 다투기 위해서 검사는 항소할 것 같아요."

- 정치 재판으로 몰고 갈 가능성도 있지 않나요?
"그런 식으로 몰아갈 수도 있지만, 이 전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처럼 지지자가 많은 것도 아니라, 이런 상황에서 어떤 식으로 갈지 11일 발표를 봐야 할 것 같아요."

- 마지막으로 한마디 부탁드려요.
"1심은 국가권력을 이용한 권력과 재벌의 유착도 밝혀진 것이고, 권력형 비리 사건에 예외를 두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 판결이라 생각해요. 이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다스는 누구 것이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국민의 의혹이 아주 큰 사건이었잖아요. 대통령이 국가 지위를 이용해 범죄를 저질렀다는 점에서 국민들은 비분강개할 수밖에 없는 거죠. 참담한 심정을 느낄 뿐입니다. 또다시 국가원수가 재판을 받고 범죄를 저지른 거잖아요. 다시는 이런 재판을 지켜보는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김종휘 #이명박 #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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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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