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는 지하철 2호선 공론화에서 손 떼라"

시장은 "공론화위에 일임"... 국장·산하 기관은 '찬성' 홍보

등록 2018.10.10 18:01수정 2018.10.10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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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지하철 2호선 건설을 반대하는 시민들이 직접 만든 홍보물을 들고 거리에서 활동을 펼치고 있다. ⓒ 이민철 제공

 

광주도시철도(지하철) 2호선 건설 찬반을 묻는 여론조사가 10일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중립을 지켜야 할 광주광역시의 주무국장과 산하 기관이 지하철 2호선 찬성 홍보활동을 적극하고 있어 '불공정한 공론화조사'라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

광주광역시 현직 건설교통국장은 텔레비전 토론회에 나와 지하철 2호선 건설을 찬성하는 대표 토론자로 활동하고 있다. 광주광역시 산하 기관인 광주도시철도공사는 지하철 2호선 건설을 찬성하는 유인물 8만 장을 광주 곳곳에 뿌리고 있다.

이와 관련 신선호 사람중심미래교통시민모임 대표는 10일 오후 "인사권자인 이용섭 시장의 지시가 있었거나 이 시장의 묵인과 동조가 없으면 결코 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이렇게 몰염치한 방식으로 진행되는 공론화 과정이라면 일단 공론화를 일시중지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지하철 2호선 건설을 반대하는 광주시민사회가 '공론화 일정의 일시 중지'를 주장하는 이유가 있다. 광주시는 애초 '도시철도2호선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지하철 2호선 건설과 관련한 모든 행정 행위를 중단하고 시민의 뜻을 묻고, 시민의 뜻이 결정될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약속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립을 지켜야 할 광주시의 주무 국장이 특정한 입장을 갖고 버젓이 '선수'로 뛰고 있는 황당한 상황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신 대표는 "광주도시철도공사는 지하철 1호선을 운행하며 하루 적자만 1억 5천만 원을 내고 있다"면 "그 적자를 시민들이 낸 세금으로 메꾸고 있는 도시철도공사가 염치도 없이 그 시민들의 돈으로 지하철 2호선 건설을 홍보한다는 게 온당한 일이냐"고 물었다.

신 대표는 "명분 쌓기용 공론화와 결론을 미리 정해놓고 하는 공론화는 아무 의미가 없다"면서 "광주시의 부당한 개입이 계속 이어지는 상황인 만큼 공론화위원회는 일정을 일시 중지하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신 대표는 "광주시의 부당한 개입에 대해선 '부당행정행위중지 가처분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광주 지하철 공론화 여론조사가 시작한 10일, 광주지역 일간지에 지하철 2호선 건설을 찬성하는 광고가 일제히 실렸다. ⓒ 이주빈

 


이민철 지하철2호선백지화 북구모임 시민활동가도 "공론화 과정에 부당 개입하고 있는 광주시에 항의하자 '찬성 측 민간파트너가 없어서 광주시가 하고 있다'고 했다"면서 "이제 찬성하는 단체들이 이름 걸고 현수막도 걸고 광고도 하고 있으니 광주시는 지하철 2호선 공론화 과정에서 손을 떼라"고 요구했다.

이 활동가는 "시장은 공론화 위원회에 일임하고 그 결과를 따르겠다고 하는데 담당 국장은 열심히 찬성 홍보하고 다니고 있다"면서 "그런 공론화를 왜 하나"고 되물었다.

지난 7일 더불어민주당 광주광역시당도 강수훈 대변인 성명을 통해 "도시철도 2호선 공론화 과정에서 위원회가 광주시 산하기관들이 2호선 찬성 홍보에 나서며 중립성을 훼손하고 있다"면서 "공공기관은 중립성을 지키라"고 촉구했다.

지하철 2호선 공론화 과정에 광주시의 부당 개입 논란이 증폭되면서 10일부터 진행하고 있는 공론화 여론조사 결과를 그대로 수용해도 되는지에 대한 문제제기도 커져가고 있다.

이 활동가는 "지하철 2호선 건설을 찬성하는 광주시 산하 기관이 시민들이 낸 세금으로 대량의 홍보를 실시한 만큼 똑같은 비용과 시간이 지하철 2호선 건설을 반대하는 측에게도 제공되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형평성이 보장되지 않고, 광주시의 부당한 개입이 근절되지 않는 공론화 과정은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것이다.

당면 현안을 '공론화'라는 숙의민주주의로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는 광주. 간만에 만들어진 시민민주주의의 잔치가 광주시의 개입으로 변질되는 모양새다.
 
#광주 지하철 #광주 공론화 #신선호 대표 #이민철 #이용섭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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