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절자' 낙인 싫었나... 심재철은 그때마다 고소했다

[이슈 추적] '김대중 내란음모사건' 관련해 수차례 법적 대응을 했지만

등록 2018.10.11 07:42수정 2018.10.11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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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보강 : 11일 낮 12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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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정부질문 듣는 심재철 의원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을 지켜보고 있다. ⓒ 남소연


 
아킬레스건.

'치명적 약점'으로 자주 사용되는 표현이다. 최근 청와대 업무추진비 사적유용 주장을 펼치고 있는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경기 안양동안을)에게도 '아킬레스건'이 있다. 바로 1980년 신군부의 대표적 공안조작사건인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이다.

당시 신군부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비롯한 재야인사·대학생 등 20여 명을 북한의 사주를 받고 소위 '5.18 광주사태'를 일으킨 주동자로 지목해 내란 혐의로 기소했다. 김 전 대통령은 사형을 선고받았으나 미국 레이건 행정부 등 세계 각국에서 벌어진 구명운동 덕에 목숨을 건졌다. 이후 1982년 12월 형 집행정지로 출소해 미국으로 강제 망명 당했다. 이와 관련해 김 전 대통령은 2004년 법원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 받았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심재철 의원의 이름도 당시 피고인에 포함돼 있었다. 당시 이 대표는 내란음모 및 계엄법 위반 혐의로 징역 10년을 1심 재판에서 선고 받았다. 심 의원도 같은 혐의로 1심 재판에서 징역 5년을 선고 받았다. 

이 사건은 그에게 '변절자'라는 이미지를 안겨줬다. 아킬레스건을 건드리면 누구든 민감하게 반응하기 마련. 심 의원이 지난 8일 "이해찬이 심재철 사태 언급 꺼리는 이유"란 제목의 기사를 보도한 <한겨레>를 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악의적인 허위사실 기사 게재"... 심재철, <한겨레> 고소

해당 기사는 이해찬 대표가 최근 심재철 의원의 청와대 업무추진비 폭로전 앞에서 침묵에 가까운 태도를 이어가는 이유를 '김대중 내란음모사건' 당시 심 의원에 대한 경험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대표 측근들의 설명에 따르면 '심재철을 입에 올리기조차 꺼리는 것 같다'는 얘기였다.

구체적으론 "(1994년) 자술서에 그(심재철)는 '특수대에서 심한 구타를 당했다. 사실이 아닌데도 김대중씨한테서 거액의 자금과 지시를 받았다는 자백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썼다", "이해찬과 그 동지들 입장에서 보면 결국 이야기의 끝은 '해피엔딩'이 되었지만, 그럼에도 동지의 배신은 돌아보기 힘든 기억일 것" 등의 내용도 담겼다.

이에 대해 심 의원은 "본 의원실에서 사실 확인을 위해 보낸 200쪽에 달하는 자료를 확인했으면서도 악의적인 허위사실 기사를 게재했다"라면서 당시 자신과 이 대표의 진술서 및 관련 공판 조사 등을 공개했다.

심 의원는 이를 토대로 "<한겨레> 측은 '이해찬이 심재철에게 돌을 던질 자격이 있다'고 했는데 이는 이해찬의 허위사실 진술에 기초한 허위기사"라고 주장했다. 그는 "심재철보다 엿새 앞선 6월 24일 붙잡힌 이해찬은 6월 26일 자필 진술서를 시작으로 십여 차례 '김대중씨의 국민연합 지시에 따라 심재철에게 폭력시위를 조종했다'는 취지의 허위자백을 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6월 30일 체포된 심재철은 위 이해찬의 진술서에 꿰맞춰져 혹독한 고문을 받았지만 이해찬은 이 같은 사실을 감춘 채 1998년 6월 <신동아> 인터뷰에서 사실과 정반대로 '먼저 잡힌 심재철의 자백에 따라 자신이 혹독한 고문을 받았다'고 허위사실을 인터뷰했다"라고 주장했다.

<한겨레> 기사의 또 다른 근거로 제시됐던 '1994년 자술서'에 대해서도 '완전한 허위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김대중 내란음모사건) 판결문 증거의 요지에서 인용된 100여 명의 이름 중에는 검찰 측 참고인 진술, 군사법정의 법무사 입회 증인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가족과 현재 여당의 정치인, 그리고 범여권의 유력 정치인의 이름들이 나오며 이는 김대중씨가 사형 등 중형을 선고받게 된 증거로 인용된다"라고도 주장했다.

즉, 모든 이들이 신군부의 고문을 못 이기고 혐의 사실을 인정했는데도 자신만을 변절자로 몰아세우는 것은 온당치 않은 정치공세라는 주장이다.

반복되는 법적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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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혐의자 명단이 실린 1980년 5월 18일자 <경향신문> 호외. ⓒ 경향신문


아킬레스건을 건드리면 심 의원이 법적 대응을 하는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4년 12월 당시 이철우 전 열린우리당(민주당의 전신) 의원의 북한 간첩 활약 의혹 공방 과정에서 불거진 '가롯 유다' 논란이 대표적이다.

심 의원은 당시 이 전 의원 관련 1, 2심 재판 기록을 거론하면서 그를 '간첩'으로 규정했다. 이에 현 국토교통부 장관인 김현미 열린우리당 대변인은 "심 의원은 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으로 구속됐을 때 검찰 측 증인으로 나와 사건을 완결시켜준 증인"이라며 그를 "가련하고 슬픈 가롯 유다"라고 비꼬았다. 특히 심 의원이 재판 기록만 거론하며 '고문 조작' 가능성에 눈을 감은 것에 대해서도 "심 의원의 논리대로라면 김대중 내란음모사건, 박종철 고문치사사건도 사실"이라고 비판했다. (관련기사 : 김현미 "심재철 의원은 가련하고 슬픈 가롯 유다")

이에 심 의원은 2005년 1월 김 대변인을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2017년 12월엔 김홍걸 현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 상임의장을 같은 혐의로 고소했다. 당시 민주당 국민통합위원장인 김 의장이 인터뷰에서 "(신군부 고문에) 다른 분들은 끝까지 버텼는데 심재철만 굴복했다"라고 발언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이유였다. 그러면서 심 의원은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을 포함한 24인의 피의자 대부분이 (신군부의) 압력, 고문 등에 못 이겨 허위 자백한 바 있다"라고도 주장했다.

<오마이뉴스> 필자 고소 땐 '무혐의' 결론

그렇다면 심 의원의 반격은 통했을까?

김용민 PD는 2017년 12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홍걸 의장에 대한 심 의원의 고소를 정면 비판했다. 구체적으론 "(심 의원) 말씀대로 수사 단계에서 신군부 고문에 대부분 굴복한 것은 맞다, 그러나 딱 한 사람 빼고 나머지는 법정에서 '고문으로 허위 자백했다'라며 원래 입장을 번복했다, 그 한 사람은 바로 심재철 부의장님 본인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시 피고인의 한 사람으로 징역 20년형을 받았던 문익환 목사의 '증언'도 담았다.

이에 대해 심 의원은 11일 <오마이뉴스>에 "김홍걸 대표 상임의장에 대한 고소는 현재 수사 진행 중"이라며 "(문제의 인터뷰 내용은)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해 정정보도 조치됐다"라고 밝혔다. 또 이에 따라 <김용민의 뉴스브리핑>이 2017년 12월 21일 "사실확인 결과 당시 24인의 피의자 대부분이 고문에 의해 허위 자백하였고, 김 전 대통령으로부터 5백만 원을 받았다고 허위 자백한 사람은 심 의원이 아니었으며, 심 의원은 공채로 MBC에 입사하였으며 방송사 최초로 노조를 설립하고 초대 전임자를 역임하는 등 전향의 대가로 볼 수 있는 근거가 없는 점을 볼 때 위 내용은 사실이 아님이 밝혀져 이를 바로잡는다"는 정정보도문을 발표했다고도 밝혔다.

심 의원은 2004년 12월 보도된 <오마이뉴스>의 '80년, 심재철 의원이 한 일을 알고 있다' 기사를 쓴 최민희 전 민주당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지만, 무혐의 처리된 바 있다. 해당 기사는 '김대중 내란음모사건' 공판 당시 육군본부 법정 상황을 다뤘다. 취조 과정의 폭행과 고문 사실을 폭로하면서 앞서 진술했던 허위 자백을 부정했던 다른 피고인들과 다르게 심 의원은 수사 당국의 공소 사실을 인정했다는 내용이다. 최근 심 의원이 <한겨레>를 고소한 사건과 유사한 상황이다.

최 전 의원은 10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당시 기사는 공판 현장에 있었던 (김대중 내란음모사건 관련) 가족들을 취재해서 쓴 내용"이라며 "2005년께 (심 의원의) 고소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에서 변호인단을 꾸린 바 있다, 결과적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심 의원 측은 11일 "2004년 당시에는 관련 증거부족으로 무혐의 처분됐지만 현재는 관련 공판조서, 진술서, 피의자신문조서 등 객관적인 증거를 확보한 상황"이라며 "해당 내용에 대해서는 앞서 배포한 <한겨레> 허위기사 대응 보도자료를 참조해주시기 바란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소시효가 만료됐지만 최근 최 전 의원이 또 다시 허위발언을 반복함에 따라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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