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보다 무서운 건 '태풍 이후'였다

[르포] 콩레이가 휩쓸고 간 경북 영덕... 주민들 "살길 막막, 언론도 관심 안 가져"

등록 2018.10.11 20:50수정 2018.10.11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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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덕군 강구면 강구시장 입구. 지난 6일 발생한 태풍 콩레이의 영향으로 많은 비가 내리면서 침수돼 큰 피해를 입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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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덕군 강구시장의 한 마트 안. 지난 6일 태풍 콩레이가 지나가면서 많은 비가 채려 마트 안이 침수됐다. ⓒ 조정훈

  
"15년 동안 목욕탕 한 번 안 가고, 미용실 한 번 간 적 없어요. 외식도 한 번 안하고 겨우 매장 하나 장만했는데 어떻게 하루아침에 이렇게 될 수 있어요? 너무너무 속상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죽고 싶어요..."
 

지난 6일 태풍 '콩레이'가 경북 영덕을 휩쓸고 지나가면서 대게로 유명한 강구시장 일대는 쑥대밭이 되다시피 했다. 물이 시장 안에 가득 차면서 상인들은 겨우 몸만 빠져나와야 했기 때문이다.

"신용불량자 신세 겨우 면했는데, 태풍이 앗아가"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지 나흘이 지난 10일 시장 안에는 상인들이 청소를 하느라 분주했다. 주변 도로에는 전국에서 온 자원봉사자들이 쓰레기를 모으고 젖은 가전제품을 수리하거나 거리를 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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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 강구시장 수해 피해주민의 호소지난 6일 태풍 '콩레이'로 인해 경북 영덕군 강구면 강구시장에 물이 차면서 삶의 터전을 잃어버렸다. 주민 박경초(67)씨가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 조정훈

 
의류판매점을 하고 있는 박경초(67)씨는 당시의 상황이 악몽 같았다고 표현했다. 박씨는 무릎을 손으로 가리키며 "처음에는 이 정도까지 물이 찼는데 10분도 안 돼 가슴까지 차올랐다"며 "무서워 아무것도 챙기지 못하고 빠져나왔다"고 말했다.

박씨는 "보증을 잘못 서 신용불량자 신세를 면하지 못하다 신용회복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면서 "15년간 모아 겨우 사업자 내고 먹고 살만 하니까 태풍이 모든 것을 다 앗아갔다.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눈물을 흘렸다.

그는 "이제까지 목욕탕 한 번 가지 못하고 미용실도 가지 않고 악착같이 살았다"며 "500원짜리, 1000원짜리 팔아 겨우 매장을 열었는데 하루아침에 이렇게 망할 수 있느냐? 정말 죽고 싶다"고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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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발생한 태풍 '콩레이'의 영향으로 침수돼 쑥대밭이 되다시피 한 경북 영덕군 강구시장의 한 식당 내부.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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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태풍 콩레이의 영향으로 많은 비가 내린 경북 영덕군 강구면 강구시장의 한 의류가게에 있는 옷들이 읅탕물에 젖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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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콩레이'의 영향으로 많은 비가 내리면서 침수된 경북 영덕군 강구면 오포리 마을. 침수된 가재도구들을 주민들이 도로에 내놓고 말리고 있다. ⓒ 조정훈

   
강구시장에서 횟집을 하는 김정순(59)씨는 "갑자기 물이 가게 안으로 확 들어오는데 겁이 나 전기를 차단하고 2층으로 올라갔다"며 "오후 6시가 조금 넘어 소방관들이 보트를 타고 와 구출해줬다"고 기억했다.

김씨는 "마침 다음날이 일요일이라 단체손님 예약이 많았다"면서 "물고기와 야채를 많이 사다 놓았는데 하나도 팔지 못하고 다 떠내려갔다. 남은 것은 빈 냉장고와 TV 1대만 남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그나마 건물이라도 있으니 다행이지만 세입자들은 어디 가서 보상을 받을지 막막할 것"이라며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 다 불쌍한 사람들인데 이제 무슨 희망이 있겠느냐"고 머리를 숙였다.
  
"살길 막막... 언론도 우리에겐 관심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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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태풍 '콩레이'의 영향으로 많은 비가 내린 경북 영덕군 강구면 오포리 이종학씨의 집 마당에 빗물이 침수되면서 항아리가 넘어져 있다. ⓒ 이종학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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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태풍 '콩레이'가 휩쓸고 간 경북 영덕군 강구면 오포리 이종학(59)씨의 집 방안에는 가구가 넘어져 있고 장판 밑으로 물이 찼다. ⓒ 독자 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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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태풍 '콩레이'의 영향으로 침수된 경북 영덕군 강구면 오포리에서 마을 주민 이종학씨가 자신의 집 싱크대를 가리키며 물이 싱크대 높이까지 찼다고 말했다. ⓒ 조정훈

   
강구시장과 불과 50여 미터 떨어진 오포2동에 살고 있는 이종학(59)씨 부부도 집에 물이 들어오면서 창문을 통해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장판이 모두 벗겨진 이씨의 방안에는 아직도 물기가 묻어 있었다. 이씨는 주방 싱크대를 손으로 가리키며 "마당보다 방과 주방이 한참 높이 있는데도 싱크대 높이까지 물이 찼다"며 "아무것도 챙기지 못하고 방 창문을 통해 도망치듯 겨우 몸만 빠져나왔다"고 말했다.

이씨는 여관에서 잠을 자며 정리를 하고 있지만 언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보일러를 틀어 방안을 건조시켜야 하는데 전기를 꽂으면 바로 차단기가 내려가 전기도 쓰지 못한다"고 말했다.

한 주민은 "우리 지역 피해소식은 저유소 화재사고보다도 더 언론에 나오지 않는다"면서 "수도권에서 일어난 일에만 관심이 있고 당장 살길이 막막한 우리들에게는 언론도 관심을 갖지 않는 것 같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주변에는 자원봉사자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충북 음성에서 수해소식을 듣고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 왔다는 박홍순(60)씨는 "이 정도로 심할 줄은 몰랐다. 너무 참혹하다"며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하나같이 피해의 원인으로 "도로보다 시장과 인근 마을의 지대가 낮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난 1월 개통된 동해중부선 철로가 오포리 뒤를 막아 물을 가두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지난 7월 준공된 배수펌프장 지하에 있는 전기실 펌프가 물에 잠기면서 제 기능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인재"라고 주장했다. 바다가 인접한 도로에는 침수가 되지 않았지만 도로보다 낮은 저지대가 침수된 것은 배수펌프장 설계를 잘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조주홍 경북도의원(비례, 문화환경위원장)은 현장을 둘러본 뒤 "예전에 저지대 습지에 있던 곳에 KTX 역사가 생기고 역사가 물길을 막은 것 같다"면서 "배수펌프장이 새로 만들어졌지만 지하에 있는 기계실이 침수되면서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주택 1113채 침수... 갈 곳 없는 이재민은 200여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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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발생한 태풍 '콩레이'의 영향으로 경북 영덕군 강구면 오포리 일대 마을 집들이 침수돼 있다. ⓒ 독자 제공

  
한편 이번 태풍으로 영덕군에는 평균 311.4mm의 비가 내렸다. 지난 1991년 태풍 '글래디스'의 영향으로 328mm의 비가 내린 데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강수량이다.

태풍 '콩레이'가 휩쓸고 간 영덕지역에는 주민 1명이 숨지고 주택 1113채가 침수되는 등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 10일 현재 집으로 귀가하지 못하고 교회나 마을회관, 여관 등에서 생활하는 이재민이 217명에 달한다.

농경지 300ha가 물에 잠겼고 5ha는 흙과 돌에 파묻혔다. 도로 27곳과 하천 20곳, 수리시설 22곳, 상하수도 42곳 등 공공시설 247건의 피해가 발생했다. 어선 12척이 완전히 파손됐고 1척은 찾지도 못했다.

경상북도와 영덕군은 피해복구에 나섰지만 아직 주민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언제 복구가 완료될지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주민들은 안타까운 마음으로 불안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서울과 경기도, 충청도 등 전국에서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찾아오는 등 희망도 엿보인다. 모금운동이 시작되면서 전국에서 성금이 답지하고 있고 대구시가 3억 원을 기탁하는 등 인근 지자체들의 성금기탁도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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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태풍 '콩레이'의 영향으로 많은 비가 내린 경북 영덕군 강구면 오포리 모습. 차량들이 물에 침수돼 있다. ⓒ 독자 제보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이 지난 7일 현장을 찾아 빠른 피해복구를 약속하고 재난안전 특별교부세 10억 원을 긴급 지원했다. 경상북도는 10일 영덕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 달라고 행정안전부에 건의했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면 영덕군은 피해복구비 가운데 지방비 부담분 일부와 피해주민 재난지원금, 각종 세금·공공요금 등의 혜택을 받는다. 특별재난지역 지정은 피해금액이 60억 원을 초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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