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례, 귀찮은 형식인가 지켜야할 예우인가"

태극기에 대한 예우 미비, 애국가 생략 다반사. 국가 상징의 현 주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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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일(ngo201)등록 2018.10.23 14:04
지난 9월 14일, 서울 AW컨벤션센터에서 여성가족부 주최로 열린 '2018년 전국 청소년 지도자대회'  국기에 대한 경례 순서에 실물 태극기와 함께 스크린에 띄어진  태극기가 건곤감리중 '감'과 '리'의 위치가 뒤바뀌어 송출된 헤프닝이 있었다.  

애국가는 어떨까? 도산 안창호 선생이 창립한 흥사단 단원들은 아직도 월례회 등 공식 행사때 애국가 4절까지 부르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대부분의 회의나 행사에서는 보통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선 시간관계상 애국가 제창을 생략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태극기와 애국가가 마치 귀찮은 존재로 치부당하는 듯한 느낌이랄까.
 

여성가족부 주최로 열린 '2018년 전국 청소년 지도자대회' 국기에 대한 경례 순서에 ‘감’과 ‘리’의 위치가 뒤바뀐 태극기가 화면으로 송출되어 빈축을 샀다. ⓒ 이영일

  
 "국민의례"는 각종 공식적인 의식이나 회의 또는 행사에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국기에 대한 예를 표하고 애국가를 부르며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숭고한 뜻을 기리기 위하여 예를 갖추는 일련의 격식을 말한다.

보통 국민의례에서는 국기에 대한 경례, 애국가 제창을 하게 되는데 그동안은 국가와 공공 행사에서 마땅히 엄숙하게 갖춰야 할 기본 예의로 통용되어 왔지만, 최근 들어서는 절차의 간소화라는 이유로 이전보다 유연한 모습을 보이면서 무성의하거나 거추장스러운 의식으로 치부되는 경향도 많이 보이는 추세다.

그런데 이러한 경향은 "국민의례"에 대한 인식과 제도의 변화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시작부터 말 많고 탈 많았던 국민의례 규정

2010년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시절 국민의례 규정이 만들어질때부터 논란의 여지는 잠재되어 있었다. 각종 공식행사에서 국민의례를 강요하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는 비판으로 시작된 국민의례 규정은, 그 4조에 절차 및 시행 방법을 규정하면서 '정식 절차와 약식 절차'로 구분하고 약식 절차에서는 애국가 제창을 생략할 수도, 순국선열 및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을 생략하는 것도 가능하게 해 두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약식 절차는 그렇다손 치더라도 국경일 및 법정기념일 기념식 등 정부 주요행사나 중앙행정기관의 공식행사때 정식 절차를 통해 애국가 4절까지 제창하도록 했으나 애국가를 1절까지만 부르고 생략하는 등 정부나 공무원 조직 스스로 그런 규정을 잘 지키지도 않아 왔다. 심지어 대통령 취임식은 중요한 국가 행사임에도 아예 애국가는 1절까지만 부르도록 규정해 놓는 이상한 절차도 만들어 놓았다. 자기들은 안 부르면서 남들 보고는 4절까지 부르라는 격. 
 
국민의례는 국가 상징에 대한 예우, 권위주의적 강제와는 구별돼야
 
2017년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후 행정안전부는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 학교 등에 국민의례를 권고, 시행하도록 한 대통령 훈령을 삭제했다. 중앙에서 지방에 권위주의적으로 국민의례를 권유하지 않으려 하는 것이 그 취지다. 하지만 이는 국가 상징에 대한 예의를 소홀히 하라는 뜻은 아님에도 아직도 태극기와 애국가의 찬밥 신세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 10일, 정부가 주최한 한 교육 관련 컨퍼런스 국민의례 식순에서 실물 태극기 없이 화면으로만 태극기를 송출하고 국기에 대한 경례를 진행하고 있다. ⓒ 이영일

 
언제서부턴가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할때는 무대 앞 대형스크린에 태극기를 띄워놓는 것이 당연시 되는 분위기인데 실물 태극기 없이 스크린에만 태극기를 띄우는 것은 국무총리 훈령인 "국기의 게양ㆍ관리 및 선양에 관한 규정"을 지키지 않는 것이 된다. 애국가 역시 4절까지 부르는 것이 더 이상한 것으로 취급받는 현실.
 
애국가를 4절까지 꼭 불러야 애국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권위주의적으로 격식에 집착하라고 강요하는 것도 시대에 맞지 않다. 그러나 국민의례가 귀찮고 거추장스러운 것으로 인식되는 것 또한 경계해야 할 일이다.

제주 국제 관함식에 전범기를 달고 오겠다는 일본에 대해서는 손가락질 하면서 정작 우리 태극기에 대해 예의를 표하는 것에 대해서는 무지하거나 무성의하다면 이는 진짜 챙피한 일이 아닌가. 겉치레에 치중한 불필요한 형식은 생략할 수 있지만 우리가 은연중 국가 상징에 대한 마음속 예우마저 생략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곰곰이 짚어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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