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바칼로레아(IB) 도입에 국가흥망 달린 것 아니다"

[인터뷰] 전 부천고 교사-교육청 논술연수특강 강사 한효석

등록 2018.10.15 08:07수정 2018.10.15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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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바칼로레아(International Baccalaureate, 이하 IB) 도입 여부에 국가 흥망까지 달린 것처럼 표현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IB를 도입하지 않는다고 해서 시대에 뒤떨어지는 건 아닙니다."

전직 국어교사로, 주요 교육청의 논술-글쓰기 교원연수강사로 유명했던 한효석(64)씨는 IB 교육과정을 공교육에 도입하려는 일부 교육청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한씨는 "IB가 필요하면 현장교사들을 더 설득하여 납득시켜야 하는데 교육청들이 그런 노력을 안 하는 건지, 못하는 건지, 포기한 건지, 엄두를 못내는 건지 모르겠다"면서 "교육감이 결정해서 무조건 따라오라고 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일침을 놓았다.

"교육청에서 현장교사들 설득을 안 하는 건지 못하는 건지 모르겠다"
 

한효석 전 교사 한효석 전 교사는 "각 시도 교육청에서 IB를 도입하려면 교사들을 더 설득해야 하고 IB로 수업하는 현장을 견학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신향식

 
한씨는 또 "IB로 공부한 학생들이 국내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는지, 각 대학 입학처에서는 이들을 받아들일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명확히 밝혀주어야 학부모와 학생들이 불안해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런 일은 우선 IB를 도입하겠다는 교육청에서 발벗고 나서서 대학 측을 설득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하지만 대학들은 IB로 공부한 학생들을 대환영하지, 절대로 외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IB는 스위스 비영리 교육재단이 주관하는 시험 및 교육과정으로 논술과 토론을 중심으로 학생의 창의력과 사고력,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르는 데 초점을 맞춘다. 세계 146개국 3700여 학교에서 운영하고 있다. 일본은 2015년 아시아 국가 최초로 공교육에 IB를 도입하여 현재 초-중-고 59곳이 일본어로 번역한 IB 프로그램을 적용 중이다.

한효석씨는 IB를 도입하겠다는 일부 교육청의 움직임에 처음에는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았다. IB를 프랑스 바칼로레아와 같은 교육과정으로 오해했기 때문이었다. 한 씨는 <오마이뉴스>에 연재 중인 '일본교육 평가혁명' 기사를 읽으면서도 IB를 충분히 이해하지는 못했다. 특히 IB를 평가도구보다도 수업과정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으로 생각했다. 그는 IB를 자세히 확인하고 싶어 서울시교육청에서 발간한 보고서 '비판적 창의적 역량을 위한 평가체제 혁신방안: IB사례를 중심으로'(2017)를 지난 7일 정독했다.

"출력기로 뽑아보니 에이포 390장이나 되었습니다. 일요일날 하루종일 읽었습니다. 막히지 않고 술술 읽을 수 있었습니다. 왜냐 하면 IB가 지향하는 학습자 주도 수업, 서술형 논술이 아주 익숙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뒤늦게나마 IB의 본질을 정확히 알게 되었습니다. 서울시교육청 지원을 받아 IB를 총체적으로 정리해 놓았더군요."


한효석씨는 "20년 전 고교 교사로 근무할 때 동료 교사와 '학습자 주도 수업'을 시도했다"면서 "당시 수업 여건 최악 3조건에서도 '교사와 학생이 행복한 수업'을 해 보자고 목표를 세웠다"고 밝혔다.

최악 3조건이란 ▲교사는 사범대를 갓 졸업하여 학생을 통제하기 어렵고 교수 능력도 낮으며, ▲학생은 학습 수준과 열의가 저조한 상황에서 한 교실에 50명이 넘는데다가, ▲교실에는 학습을 도와줄 수 있는 컴퓨터 또는 교육 기자재가 전혀 없이 칠판만 있는 상황을 말한다. 신출내기 교사가, 학생 50명과 함께, 칠판만 있는 교실에서 행복한 수업을 해 보자는 시도였다.  

"IB로도 국내 대학 입학 가능한지 교육청이 나서서 불안감 덜어줘야"
 

"IB 연구보고서" 서울시교육청에서 발간한 '비판적 창의적 역량을 위한 평가체제 혁신방안: IB사례를 중심으로'. ⓒ 서울시교육청

 
"그 수업에 참여한 한 여교사가 한 학년을 끝내면서 '나는 앞으로 대한민국 어느 학교, 어느 교실에서도 행복한 수업을 할 수 있다'고 표현하였습니다. 그 성과를 단행본으로도 출간했지요. 따라서 서울시교육청의 IB 연구보고서를 읽으면서 지금 이 시점에서 IB의 본질을 저만큼 잘 이해하고,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도 드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효석씨는 IB를 도입하여 자리를 잡으면 교육 구성원(교사, 학생, 학부모, 대학) 모두 행복해지고 행복한 나라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IB를 한글화하여 국내 공교육에 도입할 가능성은 반반이지만, 제주도교육청과 대구시교육청에서 IB를 도입한다고 하니 성공할 것 같다"고 밝혔다.

"물론 IB 교육과정 없이도, ▲현재의 수능과 대학별고사를 없애고, ▲고등학교는 내신성적을 절대평가하고, ▲대학은 고교를 믿고 학종으로만 신입생을 선발해도 행복한 나라가 될 겁니다. 서구처럼 대학 희망자를 다 입학시킨 뒤 졸업 전에 절반 이상 탈락시켜도 됩니다."

"'집어넣는 교육을 넘어 꺼내는 교육을 하자'는 말 불편해"
 

"평가혁신 세미나" 제주도교육청에서 지난해 주최한 IB 관련 세미나 장면. ⓒ 제주교육청

 
한효석씨는 논술이 시행된 1994년 초창기부터 경기도 부천고 등 공교육에서 학생들에게 논술을 가르쳤다. 그 당시 대부분 사람들은 논술이 1대1, 1대 소수로 지도해야 가능한 것으로 생각하여 사교육이 감당할 몫으로 보았다. 이때 한효석씨는 '모둠 평가', '1대1 평가', '상호 평가' 같은 방식으로 한 교사가 한 교실 학생 50명을 지도할 수 있는 학습방식을 공교육 교사들에게 연수하였다. 공교육에서도 교사들이 각자 간단히 논술을 감당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한효석씨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IB를 추진하는 교육청(제주도, 대구시)에 전하는 조언을 게시했다. 11일과 12일, 전화와 전자우편을 통해 한효석 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다음은 문답 전문.  

- IB 도입을 어떻게 보시길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글을 올리셨나요?
"IB를 초중고에 전격 도입하자는 것은 현행 교육판을 완전히 혁명적으로 갈아엎자는 겁니다. IB는 바칼로레아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어 논술 시험이거나, 또다른 입학 전형의 한 종류로 알기 쉽습니다. 그러나 IB는 시험 과목이 아니라, 시스템이며 교육과정입니다."

"IB 도입하자는 건 현행 교육판을 혁명적으로 갈아엎자는 주장"
 

"IB 수업 장면" 공교육에 국제 바칼로레아를 도입한 일본 삿포로의 가이세이 중등교육학교 가사 수업 장면. ⓒ 신향식

 
- 국내 교사들이 IB를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단시간에 충분히 가능합니다. 그동안 혁신학교 혁신수업을 통해 IB 방식의 학생 주도학습을 충분히 소화해 왔기 때문이죠. 그래서 IB 도입의 성공 가능성을 반반으로 본 것입니다. 국민들은 낡은 교육판을 갈아엎기를 희망하고 교사들도 충분히 그럴 역량을 갖췄는데, 문재인 정부에게 그런 의지가 있겠냐는 것이 관건입니다.

고무적인 일은 일부 시도 교육청이 발벗고 나섰다는 점입니다. 논술이나 학생부종합전형이 위에서 아래로 강요한 것이라면, IB는 지역 교육청과 교사, 학생이 먼저 받아들여, 대학과 정부를 압박하는 모양새를 갖췄습니다."

- 서울시교육청의 IB 연구보고서를 보셨나요?
"'옥의 티'가 좀 있습니다. 연구자들이 IB를 '평가체제'라고 표현하여 IB를 시험 과목으로 오인하게 합니다. IB는 교육과정입니다. IB를 도입하자는 것은 현행 교육과정을 개편하고, 논술형 평가를 지향하고, 초중고 공교육을 살려 대학까지 연계하자는 것입니다."

- 소감을 말씀해 주시지요.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이하여 IB를 도입하자'는 말은 뺐으면 좋겠습니다. 교육의 본질을 확인하여 학교는 각자 학생이 인격주체로서 자아실현을 돕자고 해야 할 겁니다. 그간 산업사회 역군을 길러온 과거 교육방식을 비판하면서, 또다시 교육을 수단으로 삼아 IB를 통해 4차 산업혁명시대를 대비하자는 주장은 모순입니다."

- 그렇게 볼 수도 있겠군요.
"IB 역사가 50년이라고 하는데, 1960년대는 정보화 시대라는 말을 모르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런데도 그때 벌써 각국에서는 공교육에서 교사와 학생이 행복한 수업을 꿈꿨습니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발맞춰 IB 교육을 하려 한 것이 아닐 것입니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발맞춰 IB 교육을 하려 한 건 아니다"
 

"교사들을 더 설득해야" 한효석 씨는 "국제 바칼로레아를 공교육에 도입하려면 각 시도 교육청이 현장교사들을 더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한효석

 
- IB를 꼭 도입하지 않아도 된다는 건가요?
"네, 그렇습니다. IB를 도입하지 않아도 나라가 망하지 않습니다. 며칠 전 풍등 때문에 대형 저유소가 불탔는데요. 실화 혐의가 있는 스리랑카 노동자를 구속하지 말라는 여론이 높았어요. 그래서 구속 영장이 기각되었지요. IB를 도입하지 않았어도 이렇게 다중 지성 수준이 높아졌습니다. 물론 IB를 도입하면 교육 구성원이 시행착오를 줄이고 행복한 교실이 될 겁니다."

- 또 무엇을 지적할 수 있을까요?
"'집어넣는 교육을 넘어 꺼내는 교육을 하자'는 말이 불편합니다. 앞서 지적한 것처럼 학생을 도구나 수단으로 보는 것처럼 보입니다. 아마도 '암기식 교육에서 창의성을 발휘하는 교육으로'라는 뜻을 표현한 것 같습니다. 차라리 '교사 주도 교육에서 학생 주도 교육으로' 또는 '학생과 교사 모두 행복한 교육으로'가 더 적절합니다."

- IB 평가방식이 이해되시나요?
"어떻게 평가할지는 대충 짐작이 됩니다, 20년 전 열린수업을 하면서 교사와 학생이 머리를 맞대고 평가기준을 세세히 작성했고, 그걸 바탕으로 교사 평가, 학생 상호평가 등을 통해 각종 과제를 평가했습니다. 물론 그 결과에 전혀 불만이 없었지요."

- 서울시교육청 보고서에 미흡한 게 있다는 뜻인가요?
"서울시교육청의 IB 보고서에는 수업방식을 소개하고 평가방식은 서술형 논술형 평가라고 말하였으나, 채점 기준표가 없습니다. 과목별로 예시 답안을 제시하고 어떻게 평가를 했는지 본보기를 보여줘야 하지 않나요? 어떤 문제를 학생이 논술형으로 어떻게 대답하였으며, 그걸 교사가 몇 점을 주었고, 그렇게 채점한 기준은 이렇다고 설명했어야 현장교사들이 납득하지 않겠나요? IB에서 주장하는 채점의 공정성과 타당성을 설득시키려면 말입니다."

"서울시교육청 IB 보고서에 채점기준표와 과목별 예시답안 실렸어야"
 

"교사들 격려" 강은희 대구시교육감이 IB 교육과정을 연구하는 교사들을 격려하는 장면. ⓒ 대구교육청

 
- IB 도입에 반발하는 교사들도 있는데?
"제주도교육청에서 IB 도입을 가장 먼저 선언했지만 IB를 신청한 학교가 아직 한 군데도 없다는 보도가 있더군요. 그동안 무엇을 한 건가요? 교사들이 반발하는 것은 IB를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또다른 잡무와 시스템에 적응해야 한다는 두려움 때문일 겁니다. 익숙한 방식에서 탈피하여 알지 못하는 세계에 적응해야 하는 현장 교사들을 얼마나 설득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책임은 결국 IB 연구자들과 교육청에 있는 겁니다. 현장 교사들을 야속하게 생각할 일이 아닙니다."

- 더 설득해야겠군요. 
"교육전문가와 교육감이 독단적으로 IB를 도입하겠다고 선언해서 해결될 일이 아닙니다. 교육청에서 한 박자 늦춰야 해요. 앞으로 1~2년간 IB를 도입한 일본의 공립학교에 우리 교사들을 많이 보내서 견학하게 해야 합니다. 대구지역 교사들이 지난달 일본 삿포로의 IB 공립학교를 견학했다고 하는데 이거 정말 잘한 겁니다."

- 또 어떻게 해야 할까요?
"경기외고와 국제학교 등 IB를 도입한 학교를 방문하게 하고, 그쪽 교사들을 초청해서 들어봐야겠지요. 관심있는 교사들에게는 수업과 잡무를 확 줄여주면서 IB를 연구하게 하고 각종 지원도 해 주어야 합니다. IB를 제대로 알고 나면 교사들이 만세를 부를 겁니다. 교실에서 이렇게 행복할 수 있는 거였구나 하면서요."

- 동료 교사 연수도 많이 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논술 교육과 평가 방법을 강의했습니다. 그런데 그때나 지금이나 현직 교사들이 각자 모두 독립된 섬이 되어 교실에서 고통스러워 합니다. 알고 보면 초중고 교사들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교육과정으로 연계되었거든요. 그래서 교사들에게 '12년 공교육 결과를 논술로 평가하고 대학입학이라는 결실로 드러나는 것으로 가정하자. 그러면 초중고 12년 과정에서 각 교사가 교실에서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고 어떻게 평가할지를 알 수 있다'고 말했죠.

공교육에서 교사 자신이 먼저 행복해야 하고, 수업에서 긍지를 지녀야 한다는 거죠. 고교 교사들에게 학년별 목표를 설명했죠. 그랬더니 연수 교사들이 교실에서 각자 자기 몫을 이해하고 스트레스를 내려놓았습니다."

"일본의 IB 공립학교에 교사들 파견하여 견학이라도 시켜라"
 

"IB 학술대회" 제주도교육청이 지난해 12월에 개최한 IB 교육과정 국제학술대회 장면. ⓒ 제주도교육청

 
- 교육부에 당부하고 싶은 점은?
"지금 교육부가 학교생활기록부에 뭘 적고 뭘 적지 말아라 하며 지시할 때인가요? 현행 교육 방식은 교육 구성원에게 모두 고통을 주고 있습니다. 각종 포기자가 교실에서 절반 이상 엎드려 잡니다.

그걸 제지하지 못하는 교사, 자녀를 도와줄 방법을 못 찾는 학부모, 각종 사고로 골머리를 앓는 교육 당국, 그런 숫자를 집계하는 교육부 관료…. 이 정도면 정부가 무릎 끓고 사죄하면서 교육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각 구성원의 고통이 무엇인지 귀기울여 들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 시도 교육청 및 교육감에게 당부하고 싶은 점은?
"교육감은 현장교사들과 보조를 맞추어 교육혁신을 해야 합니다. 아무리 좋은 제도도 여건이 성숙되지 않으면 논술고사와 학종처럼 본질이 왜곡되거든요. 교육감은 자신의 임기 안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싶겠지만, 다음 교육감이 새 제도를 도입할 수 있게 여건만 만들어 줘도 훌륭한 일을 한 겁니다. 꼭 IB가 아니더라도 교육 구성원이 행복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국내외 어디든 교사와 학부모, 학생들이 가볼 수 있게 하여 견문을 넓혀주면 좋겠습니다."

- 현장교사들에게 전할 말씀은?
"교육감이 IB를 도입하자는 것은 평가도구를 들여오자는 게 아니라, 현행 낡은 교육방식을 고치자는 것입니다. 반대하는 교사들도 IB 도입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성급하게' 도입하지 말자는 것이겠죠. 그러니 교육감과 함께 IB를 좀 더 알아보면 좋겠어요. 그러면 IB를 도입하지 않더라도 IB의 장점을 우리 교육에 접목할 수 있겠지요.

현재 일부 교실에서 하는 혁신 수업 방식과 평가 방식을 좀 더 객관적으로 다듬은 것이 IB입니다. 제 생각에는 IB를 알고나면 반대하는 교사들이 더 앞장서서 IB 도입을 주장하리라 봅니다. IB를 5년 뒤, 10년 뒤에 들여온다고 생각하고, 지금부터 다같이 생각해 보자는 정도로 출발해도 됩니다."

- IB를 도입하면 얼마나 달라진다고 보시길래…
"우선, 교사가 변합니다. 교사는 학습에서 보조자가 되지요. 학생이 학습을 주도하고 교사는 학생을 거들 뿐입니다. 교사는 교과서를 낱낱이 다 가르칠 필요가 없죠. 어느 특정한 부분에 집중하여 학생을 도와 발표하게 하고, 보고서를 쓰게 하며, 내외부 평가를 준비하게 합니다. 국가에서 예산을 지원하는 정도에 따라 어쩌면 교사는 모든 잡무에서 벗어나 오로지 수업만 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 학생들은 어떻게 변할까요?
"학습 과목이 6과목으로 줄고, 다시 기본과 심화 과정으로 나누어 단계를 밟을 수 있습니다. 이 때 친구는 경쟁자가 아니라 협력자가 됩니다. 그러므로 공교육에서 낙오자, 포기자는 없습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데 매달려 깊이 있게 학습합니다. 모든 질문과 발표가 허용됩니다. 학습 과정에서 주도자가 되면서 인격체로 성장합니다. 그렇게 얻은 IB 결과를 제출하여 국내외 대학에 진학할 수 있습니다."

- 학부모는요?
"공교육에서 학교가 하라는 대로 하면 됩니다. 입시 때문에 사교육에 돈 쓸 일이 전혀 없습니다. 교육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가 없지요. 가령 천재이거나 둔재 같이 특별한 학생의 보호자도 자녀를 위해 국가 지원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현장교사들과 보조 맞추지 않고 교육감 독단으로 진행하면 곤란"
 

"교육감 독단은 곤란" 한효석 씨는 "IB를 도입하는 일은 교육감이 독단적으로 결정하여 강행할 사안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 한효석

 
- 대학은 어떻게 될까요?
"IB가 자리를 잡으면 현행 수능과 논술이 필요 없습니다. 대학별고사가 없어집니다. 학생들이 각 학교에서 얻은 IB 교육 결과를 반영하여 학생을 선발하면 됩니다. 특별하게 뽑고 싶은 학생이 있으면 그런 전형기준만 공고하면 됩니다."

- 정부는요?
"정부는 IB를 도입하면서 학교와 교사를 다시 정의해야 합니다. 교육은 무엇이며 학교에서 어떤 일을 해야 할지를 고민하겠죠. 현행 학교는 각종 사업을 유치하여 진행하는 종합사업장입니다. 즉, 현재 초중고 학교장은 보육원장이며, 복지센터장, 야간 독서실 원장, 도서관장, 급식소 대표, 체육관과 수영장 관리책임자, 청소년 선도위원회장, 지역 평생교육원장 노릇 등을 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이게 모두 학교가 해야 할 일일까요?"

- IB의 특징을 종합적으로 정리한다면?
"IB는 시험 과목이나 평가 도구가 아니라, 교육과정으로 초중고 공교육 시스템을 가리킵니다. 세계적으로 50년간 다듬고 검증한 공교육 교육과정입니다. 초중고 교과과정으로서 일관성을 지녔고, 대학 교육과 연계되어 어느 국가의 교육과정으로도 받아들이기 쉽습니다.

특히, 과목 수를 줄여 교사와 학생이 좋아하는 곳에 집중하게 합니다. 학생이 학습을 주도하며 모든 평가를 서술형, 논술형, 보고서 등으로 평가합니다. 내부 평가 말고도 외부 기관이 학습 결과를 평가하며 절대 평가입니다. 그 평가 결과를 토익과 토플처럼 국내외적으로 인정하고 인정받아 국내외 대학 입학 때 활용할 수 있습니다."

- 한마디 추가하신다면?
"교사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시대는 IB 교육과정으로 갈 겁니다. 주입식, 암기식, 객관식 교육은 이미 수명을 다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인터뷰365에도 송고할 예정입니다.
#한효석 #국제 바칼로레아 #IB 교육과정 #글쓰기 #논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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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출신 글쓰기 전문가. 스포츠조선에서 체육부 기자 역임. 월간조선, 주간조선, 경향신문 등에 글을 씀. 경희대, 경인교대, 한성대, 서울시립대, 인덕대 등서 강의. 연세대 석사 졸업 때 우수논문상 받은 '신문 글의 구성과 단락전개 연구'가 서울대 국어교재 ‘대학국어’에 모범예문 게재. ‘미국처럼 쓰고 일본처럼 읽어라’ ‘논술신공’ 등 저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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