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함식 열리는 강정해군기지, 그는 왜 바다로 뛰어들었나

13일 오후 "제주도를 비무장 평화의 섬으로!" 외치며 입수

등록 2018.10.14 11:22수정 2018.10.14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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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함식이 열린 강정 해군기지 선착장에 뛰어든 송강호 "No naval base"가 적힌 현수막을 펼쳐 보이고 있다 ⓒ 이언

 
국제구호단체 '개척자들' 리더 송강호씨가 제주국제관함식(10월 10~14일)이 열리는 강정 해군기지 선착장에서 13일 오후 5시 30분경에 바다로 뛰어내렸다.

3미터 높이에서 '풍덩' 소리와 함께 관함식을 구경하는 사람들은 걱정이 뒤섞인 탄성을 질렀다. 하지만 송강호는 곧 물위로 떠올라 'No naval base'(해군기지 반대) 현수막을 손에 쥐고, 큰 소리로 반복해서 외쳤다.

"군사기지 없는 평화의 섬을 만들어라, No naval base, 구럼비를 복원해라."
 

기도를 끝낸 후 뛰어내리기 전 ⓒ 이기철

   

해군기지가 세워지긴 전 전쟁반대를 기원하며 기도하던 자리에서 기도를 마친 후 뛰어내린 송강호 ⓒ 이기철

   

바다속에서 전쟁반대를 외치다 관함식에 참가한 군함들이 정박해있는 선착장에 뛰어든 송강호. 곧이어 "No Naval Base"가 적힌 현수막을 들어올리며 전쟁반대를 외쳤다 ⓒ 이기철

 
그 상황을 옆에서 지켜본 개척자들 멤버 어인씨는 "어제 송 박사님과 관함식을 같이 볼 때 따라오는 요원에게 '내일은 여기서 수영을 할겁니다'라고 하더라. 농담인 줄 알았다. 그러나 오늘 기도를 하시기 전에 나에게 가방과 지도를 맡기셨고 그래서 농담이 아닌 진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라고 흥분하며 말했다.

이어 "뛰어내리기 전에 너무 높아보여서 안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뛰어내리고 나서 현수막을 들고 큰 소리로 외치는 모습을 보면서 손이 덜덜 떨렸다. 옆에서 송박사님에 대해 '그냥 시위하는 사람' 취급을 하며 쯧쯧 거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너무 화가 나서 같이 뛰어내리고 싶다는 생각했는데 수영을 못해서 땅에 붙어있었다"라며 당시 상황을 생생히 전했다.

해경에 의해 해군기지 밖으로 나온 직후 구조차를 거부한 송강호씨를 따라가 물었다.
 

바다에 뛰어든 송강호를 보는 사람들 관함식을 구경하기 위해 모인 시민들 ⓒ 이기철

  

바다에 뛰어든 것을 본 해군이 어딘가에 무전을 치고 있다 ⓒ 이기철

  
- 왜 뛰어내렸나.
"나는 강정마을에서 기도할 때 바다를 헤엄쳤던 기억이 난다. 나에게는 기도하는 것과 바다는 연결돼 있다. 어제 관함식이 열리는 행사장에 들어갔더니 가슴이 뭉클하더라. 구럼비(용천수가 올라오는 해안가 바위지대)가 파괴되기 전에 내가 해군기지 반대운동을 하며 기도하던 데가 바로 그 자리다. 굴곡진 바위라서 물이 차면 작은 섬이 되어서 경찰들이 올 수 없는 자리였다. 옛날을 회상하며 오늘 그곳에서 기도를 하였다.

나는 구럼비가 아주 아름답고 깨끗한 곳이어서 부수고, 시멘트를 부어서 그렇게 전쟁 기지를 만들어 놓은 것이 미친 짓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관함식에 들어가서 탱크들에 아이들을 태우면서 상하이 트위스트 음악에 춤을 추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그곳은 고요하고 거룩한 바위들이 있던 곳이다." 

- 뛰어내릴 것을 언제 결심했나.
"어제 관함식에 갔을 때 뛰어 내려야겠다 생각했다. 그래서 오늘 마음의 준비를 하고 갔다. 그런데 안경 빼는 것을 깜빡했다." 


- 오늘 뛰어내린 걸 누구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건지.
"나는 오늘 기도하러 간 것이다. 어떤 누구에게 의도적으로 계획적으로 전파하려는 마음은 없었다. 내 행동을 보이고 싶은 마음이 컸다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2~3시쯤 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사람들이 많이 모인 시간이 아니라 해 지는 시간, 원래 내가 기도하는 시간에 기도를 했고, 바다 속으로 뛰어들었다. 굳이 누구한테 말하고 싶었냐고 묻는다면, 이 군사기지와 종교인으로서 하나님에게 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누구에게 지칭한 것이라기보다 강정을 점유하고 있는 '군대마귀'같은 추상적인 어떤 대상이 내 마음속에 그려진다." 

- 연행될 우려는 하지 않았는지. 
"연행이 될 일은 아니겠지만 연행 되어도 상관없다. '의(義)를 위하여 핍박을 받는 사람은 복이 있다'는 말이 있다. 내가 옳다고 생각한 일에 대해서 저항에 부딪히면 그것이 고통일지라도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 관함식을 보셨는데 어떤 느낌이 드셨는지
"관함식은 속에서 시신은 썩어가지만 겉만 하얗고, 깨끗하게 칠해놓은 회칠한 무덤이다. 겉은 번듯한 건물들과 사람들이 호감을 가질 만한 외관을 갖췄지만 그 안에는 무시무시한 전쟁무기들, 폭약들. 결국 그것들은 사람들을 비참하게 살상하는 무기들이고 그것을 사용하는 걸 연습하고, 기술을 개발하는 것. 나는 너무 끔찍한 거라고 생각한다. 그곳에서 노래까지 틀어주면서 춤을 추고, 어린 아이들에게 여러 가지 무기들을 시승하게 하더라. 아이들은 호기심이 있어서 그런 거지만 어른들이 아이들이 그렇게 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

현장에 있었던 이기철씨는 "무릎을 꿇으며 울음의 소리로 기도를 하시더라. 같이 울컥했다. '하느님 이 땅에 평화를 깃들게 해달라.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전쟁없는 평화로운 세상에서 살게 해주십시오'라는 기도 내용이 기억난다. 사람들이 놀라서 뭐야, 뭐야 하는데 '에이, 그냥 시위하는 사람이야'라며 내 옆에 있던 군인들이 말을 흐렸다. 그 소리를 듣는데 내 마음이 다 억울했다. 왜곡된 보도가 아닌 그 사람의 진정성이 사람들에게 잘 좀 전달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제주국제관함식 #개척자들 #강정마을 #해군기지반대 #송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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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세계사가 나의 삶에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일임을 깨닫고 몸으로 시대를 느끼고, 기억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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