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기자 취재 불허한 통일부 "정책적 판단"

15일 남북고위급회담 풀취재 배제로 논란... 조명균 장관 "같은 상황 오면 같은 판단할 것"

등록 2018.10.15 20:40수정 2018.10.15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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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고위급회담 브리핑하는 조명균 장관 평양공동선언 이행방안 협의를 위한 남북 고위급회담의 남측 수석대표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15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회담을 마친 뒤 브리핑을 갖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탈북민 차별로 생각하고 내린 판단은 아니다. 다만 김명성 기자가 풀단으로 왔을 때 상황을 생각했다. 김 기자가 블로그 활동 등으로 북측에 알려진 상황이기도 하고... 하지만 오늘 같은 상황이 오면 같은 판단을 내릴 것이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단호하게 말했다. 15일 남북 고위급 회담에 출입기자를 대표해 가는 '풀 취재'에 탈북민 기자를 배제했다는 논란을 향한 답이었다. 풀 취재는 모든 기자가 현장에 들어갈 수 없을 때, 순서를 정해 기자단 대표 기자로 취재하는 것을 말한다.

이날 고위급회담을 마치고 서울 종로구 삼청동 남북회담본부를 방문한 조 장관은 "이런 상황이 발생한 걸 아주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라고 운을 뗐다.

조명균 "전적으로 나의 판단... 북 요구 없었다"

이어 "다만 오늘 회담이 평양선언 이행 논의를 위한 중요한 첫 회담"이라며 "판문점이란 장소적 특성상 김 기자가 현장에 가는 게 어렵다고 판단했다"라고 설명했다.

조 장관은 "회담장에는 남북 펜 기자가 두 세 명씩 들어가 서로 만나게 된다"라며 "김 기자가 직접 현장에 가는 것은 좀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기자들이 '탈북 기자라고 차별한 것 아니냐'라며 '오늘 같은 상황이 또 발생하면 탈북민을 취재 현장에 가지 못하도록 할 것인가'라고 묻자 조 장관은 "그렇다"라고 답했다.


그는 "시점과 상황을 보고 고민해야겠지만 거의 오늘 같은 상황이면 같은 판단을 내릴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물론 그런 과정에서 사전에 좀 더 기자단과 절차적으로 협의하는 게 미흡했던 건 보완해야겠으나 똑같은 상황이라면 같은 판단 내릴 가능성 있다"라고 부연했다.

조 장관은 김명성 기자를 취재단에서 배제한 건 "전적으로 나의 판단"이라고 피력했다. 남북관계와 관련한 유관부서와 상의는 했지만, 최종 판단은 조 장관이 했다는 것. 이어 "북이 요구하거나 북이랑 사전에 논의한 적 없다"라고 덧붙였다.

해당 기자 "하루아침에 취재하지 말라니... 모욕적"

한편, 이날 오전 김명성 조선일보 기자는 판문점으로 출발하기 1시간 전 "풀 취재 기자를 변경하지 않을 경우 취재단에서 배제하겠다"라는 연락을 받았다. 그는 2002년 탈북해 2013년에 조선일보에 입사해 쭉 통일부에 출입했다.

김 기자는 "하루 전인 14일 저녁만 해도 고위급회담 취재에 관한 안내를 받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통일부 관계자가 전화해 언제 탈북했는지 물어보고 북측 기관원이 김 기자를 알아볼 수도 있다는 말을 하긴 했다"라며 "자기 옆에 딱 붙어 있으라고 말했는데, 하루아침에 취재를 못 간다고 말해 모욕적이었다"라고 말했다.

통일부 기자단은 이날 오전 김 기자 취재 불허 문제와 관련해 대책회의를 열고 기자단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다음은 기자단 입장문 전문이다.

통일부의 탈북민 기자 취재 제한은 부당하다
   
통일부가 탈북민 출신 조선일보 김명성 기자의 15일 남북고위급회담 취재를 일방적으로 배제한 것은 부당하다.
통일부 기자단은 협소한 판문점에서 회담이 진행되는 상황을 고려해 김 기자를 포함한 4명의 공동취재단을 구성해 취재할 예정이었지만, 통일부는 김 기자만 문제삼아 취재단에서 제외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판문점이라는 상황, 남북고위급회담의 여러 가지 상황을 감안한 판단"이라고 김 기자의 취재를 불허한 이유를 설명했다.

통일부 백태현 대변인은 "북측이 (탈북민 기자의 취재를) 인지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라며 "회담에 집중해야 되는데 다른 상황으로 (전개될 수 있는) 그런 우려를 한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탈북민 기자의 취재에 문제를 제기해 고위급회담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는 상황을 우려했다는 것이다. 북한이 과거 입맛에 맞지 않는 남측 취재진의 방북을 불허한 경우는 있었다. 하지만 남측 지역에서 진행되는 남북회담에 통일부가 선제적으로 특정 기자를 배제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북한이 탈북민에 대한 불편한 시각을 바탕으로 김 기자의 취재에 반발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통일부가 '탈북민도 대한민국 국민이다. 취재진의 출신을 문제 삼는 것은 북측의 월권'이라고 부당함을 지적하면 될 일이지 정당한 취재 활동을 막은 것은 납득할 수 없다.

더구나 통일부는 탈북민의 권리 보호에 앞장서야 할 부처인데, 탈북민이라는 이유로 오히려 차별을 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더욱 우려스럽다.

김명성 기자는 2013년부터 통일부를 취재해 왔으며, 통일부 기자단이 정한 규정에 따라 고위급회담 공동취재단에 포함됐다.

누가 기자단을 대표해 취재를 할지를 정하는 것은 기자단의 권한이다. 그럼에도 통일부가 사전에 한 마디 상의도 없이 김 기자를 제외한 것은 언론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침해다.

김 기자는 자유를 찾아 대한민국 국민이 됐는데 정작 우리 정부에 의해 직업 활동의 자유가 제한됐다.

조명균 장관은 이번 사태에 대해 기자단에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할 것을 요구한다.

 
#조명균 #탈북민 #고위급회담 #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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