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이] 불과 쇠와 함께 살아온 부자 대장장이가 일하는 대장간

서울시 '오래가게'로 선정된 불광대장간

등록 2018.10.17 18:22수정 2018.10.17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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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 속에 자리한 대장간. ⓒ 김종성


지난해부터 서울시에서는 동네 구석구석 숨어있는 30년 이상 된 노포(오래된 가게)들에 '오래가게'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서울의 역사와 문화를 보존하고 '오래가게'들이 도시의 '백년가게'로 남을 수 있도록 바라는 마음에서다.

오래가게'는 명소를 찾아가는 관광보다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자유여행 혹은 골목여행에 잘 어울리는 곳들이다. 그 면면을 살펴보면 60살 먹은 다방, 1919년 개업한 떡집, 인사동의 터줏대감 찻집, 시민들의 추억이 어려 있는 분식집 등 생활문화 분야가 많다.


* '오래가게' 안내 누리집 : http://seoulstory.kr/front/kor/index.do
 

먹고 살기 위해 14살 어린 나이에 대장간일을 시작한 할아버지 대장장이. ⓒ 김종성

 

군 제대 후 대장간 일을 함께 하고 있는 아들 대장장이. ⓒ 김종성


올해 선정된 26곳의 '오래가게'를 보니 내가 사는 동네 가까이에 있는 불광대장간(은평구 통일로69길 15)이 있어 반가웠다. 유무형의 가치를 인정받아 서울시 '미래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한 곳으로 아버지와 아들이 운영하고 있는 곳이다.

도심 속에 이런 가게가 남아 있는 것도 이채롭지만, 서너 평 남짓 좁은 작업 공간에 있는 화덕과 모루(대장간에서 불린 쇠를 올려놓고 두드릴 때 받침으로 쓰는 쇳덩이)에서 갖가지 연장들이 만들어지는 것이 대단하고 신기하기만 하다.
 

예상외로 다양한 손님들이 찾아오는 대장간. ⓒ 김종성

 
쇠로 만든 갖가지 물건 구경을 하다 보니 예상외로 대장간에 찾아오는 손님들이 다양했다. 식당에서 쓰는 칼을 갈러 오는 사람에서부터 건설현장에서 쓸 연장을 구하는 사람, 손도끼 같은 캠핑장비를 제작하러 온 사람도 있다. 방송사에서 사극에 필요한 각종 소품들도 주문한단다. 타 지역의 단골손님도 많은데 멀리 강원도나 제주도에서도 택배주문이 온다고.
 

대장간의 많은 작업이 이뤄지는 '모루' ⓒ 김종성


은빛 머리칼이 반짝이는 대장장이 할아버지는 6·25전쟁이 끝난 후 14살 어린 나이에 먹고 살기 위해 을지로에서 대장간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고 한다. 칠순이 넘은 나이에도 정확하고 정정하게 일하시는 모습을 보노라면 달인 혹은 장인이란 말이 저절로 떠오른다. 얼마 전엔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아버지 대장장이 박경원 옹의 작업 방식과 도구들을 특별 전시하기도 했다.

* 교통편 : 서울 3호선, 6호선 불광역 7번 출구 도보 5분

#모이 #불광대장간 #오래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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