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에서 사진 검색만 20만여 건, 대단한 꽃

경기도 양주 나리공원에서 만난 핑크뮬리

등록 2018.10.17 09:31수정 2018.10.1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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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 뮬리?  그게 뭔데? 
          

양주나리공원 핑크뮬리 ⓒ 변영숙

 
"내일 핑크뮬리 보러 갈려고~"
"그게 뭔데? 먹는거야?"
"아니, 분홍 억새~"
"좋은 우리 말 있구먼, 웬 외국말 ㅋ"


친구와 나눈 카톡대화 내용이다. 역시 나이를 숨길 수는 없구나. 요새 그렇게 핫한 핑크뮬리를 모르다니. 


"엄마, 내일 핑크뮬리 보러갈래?"
"그게 뭔데?"
"분황색 억새래. 우리나라 말로는 분홍색 쥐꼬리풀인데, 양주에 엄청 넓게 심어놨대." 
"으응, 그런게 다 있어?" 


들불처럼 번지는 핑크 물결
  

핑크뮬리 들불처럼 번지는 핑크뮬리열풍 ⓒ 변영숙

 
요새 전국에 핑크뮬리 물결이 넘실대고 인스타그램에는 핑크뮬리에 파묻혀 '인생샷'을 건지려는 사람들로 가득하다고 한다. 인스타그램에서 '핑크뮬리'를 검색하면 20만 건이 넘는 사진이 검색된다고 하니, 그 열풍이 상상 이상이다. 

한 매체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2014년 4월 제주 휴애리 자연생태공원에 핑크뮬리가 식재되었다. 휴애리의 양지선 대표가 우연히 잡지에서 핑크뮬리 사진을 보고 수소문 끝에 종자를 구해 심기 시작했다는 것. 2016년도에는 순천만국가정원에 핑크뮬리 단지가 조성되었고, 2017년에는 경주 첨성대 인근에 핑크뮬리가 심어지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고 한다. 

올해로 핑크뮬리가 들어온 지 4년째, 전국에 핑크뮬리가 식재된 곳의 면적은 축구장 15.5개의 크기에 달하고, 총 식재수는 152만 20본, 약 10억6400만 원의 비용이 들었다고 한다.

전국 핑크뮬리 조성현황을 보면, 서울 상암하늘공원, 잠원 한강공원 그라스정원, 양재천 등에 약 12만본, 경기 안성 팜랜드, 양주 나리공원, 포천 평강랜드에 약13만본, 제주 노리메공원, 방주교회, 허브동산, 휴애리 자연생태공원 등에 약5만5천본, 경상도 경주 첨성대 동부사적지, 안동 낙동강시민공원, 밀양 삼문동 둔치, 악양생태공원 등에 약 18만본, 전라도 남원 등지에 약 10만본 등이다. 
  

핑크뮬리, 양주나리공원일대 - ⓒ 변영숙

 
입소문 뿐만 아니라 여행 관련 업계나 언론들도 가을을 맞아 연일 핑크뮬리에 대한 보도를 쏟아내고 있어 핑크뮬리의 열풍은 앞으로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일각에서는 핑크뮬리 열풍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도 있다. '아직 검증되지 않은 핑크뮬리의 무분별한 식재가 우리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것이 아니냐', '인기 있다고 지자체마다 다 따라하는 게 별로 좋아보이지 않는다. 지역마다 특징도 없고 말이다' 등등. 

미국 중서부가 원산지인 핑크뮬리는 따뜻한 지역의 평야에서 자생하는 여러해살이 풀로 일명 서양억새라고 부른다. 가뭄에서도 잘 자라고 관리하기가 쉽다고 한다. 빛에 따라 색감이 달리 표현되어 전 세계적으로 조경용으로 많이 식재된다. 실제로 해질녘 역광에 빛나는 핑크뮬리는 정말로 신비스러우면서도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고 한다. 
  

핑크뮬리, 양주나리공원일대 핑크뮬리는 벼목 벼과에 속하는 다년 풀로 미국 중서부가 원산지이다. 건조한 곳에서도 잘 자라고 관리가 쉽다. ⓒ 변영숙

 
핑크뮬리 보러 양주 나리공원에 가보았다

지난 14일, 엄마와 함께 핑크뮬리를 보기 위해 경기도 양주나리공원을 찾았다. 몇 년 전 양주 목화축제 때의 좋았던 기억도 있고, 양주나리공원에 약 1만본의 핑크뮬리와 천 만송이 천일홍도 심어져 있다고 해서 기대감이 컸다. 역광에 빛나는 몽환적이고 신비스러운 핑크물결을 보기 위해 일부러 3시가 넘은 늦은 시간대에 도착했다.
  

천일홍 양주나리공원에서는 오늘 10월 30일까지 천일홍 축제가 열린다. ⓒ 변영숙

 
양주 나리공원 일대에서는 2014년부터 해마다 다양한 꽃 축제가 열린다. 2015년도에는 목화축제가 열렸다. 드넓은 들녘에 천일홍, 가시꽃, 황하 코스모스, 칸나, 전 세계의 목화 나무가 심어져 있던 풍경이 너무나 멋졌었다. '목화축제'라는 특이한 축제라서 더욱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  
  

양주나리공원 천일홍 축제가 열리고 있는 양주나리공원, 천일홍, 핑크뮬리, 칸나 등 다양한 꽃들이 식재되어 있다. ⓒ 변영숙

 
이번에 찾은 양주 나리공원은 그때와는 많은 것이 달라졌다. 일단 그때와 달리 대규모 주차장이 2개나 생겼다. 사람이 많이 찾아온다는 방증이리라. 게다가 매표소에서 입장료까지 받고 있었다. 성인 2000원, 경로는 무료, 양주시민은 50% 할인이다.

"엄마, 돈을 다 받네. 양주시가 돈 많이 벌겠네."
"그럼, 이거 심고 관리하고, 이것저것 하려면 돈 받아야지. 그래도 그렇게 돈이 되지도 않을 거야. 꽃밭 가꾸는 일이 얼마나 손이 많이 가는데..."


엄마 말씀을 들으니 최소한의 입장료는 필요한 것 같다.
 

양주나리공원, 천일홍축제 양주나리공원에서는 오늘 10월 30일까지 천일홍 축제가 열린다. ⓒ 변영숙

 
매표를 하고 행사장으로 입장하였다. 핑크뮬리 밭은 다행히 입구에서 가까운 곳에 있어 금방 찾을 수 있었다. 핑크뮬리 밭에는 벌써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었다. 저마다 소위 '인생샷'을 찍기 위해 꽃밭에서 갖은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그런데 흐릿한 날씨 탓인지, 미세먼지 탓인지 핑크뮬리는 거무튀튀한 핑크빛을 띠고 있었고, 게다가 오래된 파마 머리처럼 부스스해 보였다. '아 가을하늘 아래 하늘거리는 핑크 물결은 어디 있단 말인가' 너무 기대가 컸던 것일까. 1만본 이상이 심어져 있다는 핑크뮬리 밭은 생각보다 작았고, 생각보다 화려하지도 화사하지도, 몽환적이지도, 신비하지도 않았다.
 

핑크뮬리, 양주나리공원일대 양주나리공원 ⓒ 변영숙

  
"엄마, 우리도 여기까지 왔는데 들어가서 사진 찍자."
"저렇게 사람이 많은데 뭐하러 들어가니? 저쪽으로 해서 그냥 돌아보자"


엄마와 난 똑딱이 카메라로 사진 몇 장 찍고 미련없이 발길을 옮겼다. 아주 쿨하게~. 핑크뮬리에 빠지기에 엄마와 내 나이가 너무 많은 것인가. 천일홍 쪽으로 발걸음을 옮겨본다. 
    

천일홍 양주나리공원의 천만송이 천일홍이 심어져있다. ⓒ 변영숙

    
"이렇게 한군데 많이 심어 놓은 것 보다 자연스럽게 피어난 꽃들이 더 예쁘더라." 
"그치 엄마? 나도 그래."

"그래도 한번 쯤은 와서 볼 만하다."
"그래, 니 덕분에 구경 잘했다."

   

양주나리공원, 댑싸리 양주나리공원에는 오는 10월 30일까지 천일홍 축제가 열린다. ⓒ 변영숙

   
문득 윤도현의 노랫말이 생각났다. 

'한여름 소나기 쏟아져도 굳세게 버틴 꽃들과 지난 겨울 눈보라에도 우뚝 서 있는 나무들같이 하늘 아래 모든 것이 절로 설 수 있을까.'

*여행메모

전철역 1호선 양주역 하차
입장료: 성인 2,000원, 경로 무료, 양주시민 50% 할인
#핑크뮬리 #양주나리공원 #양주나리공원천일홍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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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박사, 한국여행작가협회정회원, NGPA회원 저서: 조지아 인문여행서 <소울풀조지아>, 포토 에세이 <사할린의 한인들>, 번역서<후디니솔루션>, <마이크로메세징> - 맥그로힐,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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